초기 스타트업 ‘팀업’의 의미
초기 스타트업 ‘팀업’의 의미
2020.01.02 16:59 by 이유환

(비더시드 칼럼)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창업자들이 사업 초기 뼈저리게 깨닫는 말일 것이다. 당신이 얼마나 자기 분야에 능력있는 사람이든, 얼마나 멀티태스킹에 능숙한 사람이든 중요치 않다.

사업이란 건 대기업에서 하는 테스크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큰 조직에서의 일은 우리 팀의 업무 범위에 주어진 일을 수행한 후 다음 프로세스를 담당하는 다른 팀으로 일이 넘어간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일을 시작한 사람이 기획하고, 진행하고, 일의 마무리까지 관리‧감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실무 이슈 역시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 당연히 이 모든 과정을 혼자 해낸다는 것은 쉽지 않고, 이 포인트에서 동업자 혹은 직원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아, 고독하구만”
“아, 고독하구만”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대표가 실무에 매몰되게 되면 사업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다는 점이다. 창업자는 회사의 비전을 가지고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환상적인 일이지만 회사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본업 50%와 수많은 잡무 50%를 통해 세워 진다”고 했다.

한명, 혹은 소수의 창업자들로 이루어진 회사들은 본업 외에 수많은 잡무들과 맞서 싸워내야 한다. 그러다보면 때로는 제품 개발에 소홀하게 되고, 고객의 목소리에 덜 귀 기울이게 되고, 영업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만날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시금 창업자는 권한 위임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이 일들을 분담하여 처리해줄 수 있는 파트너에 대한 필요성을 떠올린다.

본인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보냈던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 또한 공통적으로 위와 같은 문제를 호소했다. 하루빨리 더 큰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서비스 운영에서 오는 각종 문제들로 인해 도저히 신경을 쓰기가 힘들다고. 그래서 지금 사업을 관리하고 운영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해줄 수 있겠냐고. 그만큼 소수의 인원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또 이에 따르는 ‘잡무’까지 처리해야 하는 고충은 대부분의 초기 스타트업들이 겪고 있는 고민이다.

 

“이제 그만…”
“이제 그만…”

이를 위해 창업자들에게는 팀업(Teamup)이 필요하다. 사업은 멋진 아이디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르는 수많은 지루한 일들이 함께하기에 이 짐을 함께 나누고 창업자가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백업을 해줄 수 있는 공동 창업자들이 있어야 한다.

공동 창업멤버를 고르는 기준에 크게 기능적인 측면과 인간적인 측면으로 나눠진다. 기능적인 측면은 업무 스킬에 대한 것이고, 인간적인 측면은 창업가에 대한 신뢰의 수준이다. 본인에게 둘 중 어떤 요소가 더 중요하다고 묻는다면 후자를 택하겠다.

초기 스타트업이 하는 상당수의 업무는 고도화된 스킬과 전문성이 필요하기보다 상식선에서의 고민과 실행력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소프트웨어 회사인데 대표가 개발을 못한다거나, 디자인 회사인데 대표가 디자인을 못하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업은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고, 공부하고, 방안을 찾아 끈기 있게 실행하면 되는 일들이다.

또한 초기 스타트업을 힘들게 하는 요소 중 대표적인 것이 ‘사기’ 관리이다. 사업 초기라 돈은 벌리지 않고, 일은 많은데 처리할 사람은 없다. 이 시기를 견딜 수 있는 것은 사업에 대한 믿음, 혹은 서로에 대한 신뢰이다. 따라서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내기 위해 서로를 굳건히 믿고 사업에 대한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초기에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야별 전문가는 회사가 성장하여 매출이 발생하고 돈이 들어올 때 찾아도 늦지 않다.

 

신뢰는 초기 스타트업의 중요 자산이다.
신뢰는 초기 스타트업의 중요 자산이다.

물론, 일도 잘하고 신뢰성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학생 창업이 아닌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업을 가지고 있을 테고, 안정된 생활을 박차고 나와서 함께 사업을 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비더시드 컨설팅을 받았던 많은 스타트업들도 이러한 문제를 토로했었다.

“사람이 없어서 힘들어요. 동업자를 구하고 싶은데… 멀쩡히 직장 다니는 지인한테 불안정하고 월급도 적은 회사로 들어오라고 하는 게 어디 쉽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본인도 아직 구하는 중에 있다. 굳이 물어보면 ‘비전공유’를 통해 설득할 수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오라고 답하겠다. 그 비전이란 것은 사업이 이루고자 하는 사회적 가치가 될 수도 있고, 금전적인 목표와 그로부터 오는 개인의 안락한 삶이 될 수도 있고, 업무역량 개발에 대한 청사진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나라는 사람을 한번만 믿어 달라는, 논리는 없지만 진실성 있는 호소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린 돈만 노린다. 오케이?”
“우린 돈만 노린다. 오케이?”

초기 창업가가 지금 당장 제시할 수 있는 물질적 조건은 부족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가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공감하고, 참여의사를 내비치는 사람. 그런 사람을 찾아내 영입해야 한다. 급한 마음에 지킬 수 없는 약속, 허황된 계획을 얘기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들어온 사람들은 금방 나간다. 좋지 않은 흔적만을 남긴 채.

그동안 다양한 사업을 하며 많은 공동 창업멤버들과 함께하고 헤어짐을 겪어왔다. 웃으면서 헤어진 경우도 있지만 서로 얼굴을 붉히며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사업을 접은 적도 있었다. 나와 함께할 사람을 찾는 문제, 창업가들이라면 지금 이순간도 고민하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갈증을 느끼며 해결해나가야 하는 과제일 것이다.

 

필자소개
이유환

시드 스타트업 컨설팅 액셀러레이터 '비더시드' 대표. 롯데 케미칼 기획부문, 4번의 창업 경험을 거쳐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열정있는 스타트업을 찾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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