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신 버려주고, 대박나는 업종이 있다고?
쓰레기 대신 버려주고, 대박나는 업종이 있다고?
2020.01.05 16:25 by 제인린(Jane lin)

사람이 거한 곳엔 흔적이 남는 법. 수많은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중국 대도시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이 쓰레기 버리는 일로 전에 없던 곤란을 겪는 중이다. ‘분리수거’라는 개념이 없었던 중국에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역사상 최초의 쓰레기 분리수거 정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지난해 7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분리수거 시행 제도가 도입됐다. 음식물 쓰레기의 무게까지 측정해서 쓰레기 처리 비용을 부과하는 한국인 입장에선, 중국 14억 인구가 지금까지 분리되지 않은 쓰레기를 매일 쏟아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그랬다. 중국의 아파트, 원룸 등 공동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는 건축물의 층마다 하나씩 다용도실로 분류되는 소형 ‘룸’이 존재하는데, 주민들은 바로 이 룸에 마련된 커다란 양동이에 모든 쓰레기를 버려왔다. 그렇게 버려진 쓰레기통에는 각종 음식물과 일반 생활 쓰레기, 고철, 플라스틱 용품 등이 뒤섞여 있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졌다.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물론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꽤나 골칫거리였다. 그 처리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까지 중국에는 '분리수거'의 개념이 없었다.(사진: 웨이보)
지난해 여름까지 중국에는 '분리수거'의 개념이 없었다.(사진: 웨이보)

이 때문에 지난해 베이징, 상하이, 후난성 창사 시 등 일부 1~2선 도시를 중심으로 ‘쓰레기 분리수거’ 제도가 대거 시행되는 분위기다. 더욱이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전국 46곳의 중점 도시를 대상으로 "분리수거 정책을 전격 시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미리 공지하기도 했다. 

역사상 처음 도입된 이 제도에 중국인들은 상당히 큰 심리적인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이에 중국의 주요 시 정부는 분리수거에 참여하지 않는 가정에 대해 벌금 제도를 운영하는 등 나름의 규칙을 제정하는 방식을 통해 주민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 상하이 시정부는 지난 7월 1일부터 ‘상하이시생활쓰레기관리조례(上海市生活垃圾管理条例)’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조례가 실시될 경우, 시내 거주자라면 누구나 쓰레기 재활용에 동참해야 한다. 폐지, 플라스틱, 유리, 고철 등을 분리수거하지 않는 채 배출하는 이들에 대해서 정부가 직접  나서 최소 50위안(한화 약 8500원)부터 최대 200위안(한화 약 3만 4000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더군다나 벌점이 쌓인 가정이나 공동 주택지의 경우, 중점 관리 대상 지역으로 분류돼 적게는 5000위안에서 많게는 5만 위안까지의 ‘벌금폭탄’에 내려질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이렇게 하는 게 맞나?"(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중국의 이런 변화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대신 해주는 신종 창업 업체를 출현시켰다.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각 가정의 골칫거리가 되어버린 ‘쓰레기 분리수거’를 대행하는 신종 업체가 하나 둘 등장하고 있는 것. 주로 온라인 홈페이지와 업체 개인이 운영하는 sns 등을 통해 운영되는 일명 ‘쓰레기 대리 수거 업체’는 매일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대행업체 직업이 업무를 의뢰한 고객의 집을 방문, 쓰레기 분리수거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마치 청소 대행업체, 이사 대행업체 등과 같은 시스템이다. 고객이 월정액 회원으로 해당 업체에 가입하면, 회원들은 자신들이 과거 그래왔던 것처럼 쓰레기를 분리하지 않은 채 아무렇게나 현관 문 밖에 놓아두면 되는 셈이다. 

 

시범 도입 한 달 만에 이 같은 형태의 가정용 쓰레기 분리수거 통이 ‘타오바오’ 쇼핑몰을 통해 30만 개가 팔렸다.(사진: 웨이보)
시범 도입 한 달 만에 이 같은 형태의 가정용 쓰레기 분리수거 통이 ‘타오바오’ 쇼핑몰을 통해 30만 개가 팔렸다.(사진: 웨이보)

실제로 지난해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쓰레기 분리 대행 업무를 맡겨보라”는 안내문을 공고했던 중국인 진 씨는 “분리수거에 대한 경험이 없는 상하이 시민들이 분리수거 행위 자체를 거추장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예상보다 많은 수의 시민들이 분리수거 대행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씨는 이어 “창업을 고민할 때만 해도 월평균 최소 3000위안(약 51만 원)에서 최대 1만 위안(약 170만 원)의 수익을 예상했지만, 막상 창업하고 보니 일손이 부족할 정도로 주문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쓰레기 분리수거 대행업체 직원 리 씨는 “불과 한 달 동안 분리수거 대리 문의를 해 온 고객의 수가 1만 명이 넘는다”고 귀띔했다. 

업체들은 주택이나 아파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오전‧오후 두 차례 분리수거 대행 업무를 진행하며, 수거해온 쓰레기는 종류에 따라 폐품 공장 등으로 보내져 재활용을 유도하기도 한다. 리 씨는 “이 사업은 미래 전망이 좋으면서도, 친환경적이다”면서 “대도시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이 줄어들지 않는 이상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창업자들은 ‘쓰레기 대리 수거’의 사업성과 친환경성을 높이 평가했다.
창업자들은 ‘쓰레기 대리 수거’의 사업성과 친환경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와 관련, 현지 언론들은 이 같은 쓰레기 분리수거 대행 시장이 날이 갈수록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공개된 이 분야 시장 규모 전망은 약 2000억 위안(한화 약 35조 원)에 달했다. 중국 유력 경제 언론 ‘21스지징지바오다오(21世纪经济报道)’는 지난해 7월 기준, 중국 전역에만 약 53곳의 쓰레기 분리수거 대행업체가 창업했다고 밝혔는데, 이들은 주로 해당 지역 부동산 중개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현지 주민들에게 해당 서비스에 대한 홍보 및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각 업체별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시스템을 운영하기 때문에, 계약을 맺은 고객들은 자신들이 편한 시간대를 어플리케이션 내에서 설정하는 등 서비스의 질과 편리함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는 평가다. 요금 결제 역시 모바일 결제 방식인 즈푸바오, 웨이신결제, 핀둬둬 등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쉽게 지불할 수 있다. 중국 환경부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강제하는 1~2선 대도시 거주민의 경우, 약 30% 이상의 가정에서 이 같은 분리수거 대행업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집계했다.

특이할만 점은 중국과 유사한 형태로 음식물 쓰레기와 생활 쓰레기 등을 동시에 처리하던 미국에서도 최근 들어와 분리수거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 미국의 일부 주는 쓰레기 분리수거 정책을 도입, 시범 실시 중이다. 때문에 향후 미국 시장에서의 쓰레기 분리수거 대행업체 시장 규모 확대 역시 시간문제라는 것이 이 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이 분야 시장 규모는 대표적인 분리 수거 대행업체 ‘Waste Management’, ‘Republic Services’, ‘Waste Connections’ 등 세 곳을 포함, 약 920억 달러(한화 약 109조 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Story 더보기
  • 다가오는 총선, 정치권에 스미는 '스타트업 DNA'
    다가오는 총선, 정치권에 스미는 '스타트업 DNA'

    스타트업은 제 21대 총선의 키워드가 될 수 있을까.

  • 메이커 스페이스 육성 열기, 올해도 ‘활활’
    메이커 스페이스 육성 열기, 올해도 ‘활활’

    국민적인 창작 열기를 돋워라! 정부의 메이커 스페이스 육성 전략은?

  • 타다에 남은 ‘운명의 일주일’
    타다에 남은 ‘운명의 일주일’

    이제 남은 건 재판부의 결정과, 그에 따라 모빌리티 업계에 불어 닥칠 후폭풍이다.

  • 스타트업 투자·교류까지 막은 신종 코로나
    스타트업 투자·교류까지 막은 신종 코로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광풍 맞은 스타트업 생태계

  • 더딘 걸음에 전염병 악재까지…위기의 공유경제
    더딘 걸음에 전염병 악재까지…위기의 공유경제

    시대의 대안으로 꼽혔던 '공유경제'가 삐걱거리고 있다?

  • 투자를 부르는 그 이름 ‘AI’
    투자를 부르는 그 이름 ‘AI’

    베어로보틱스와 에이아이트릭스, 스페이스워크의 시리즈A 투자 이야기.

  • 신종 코로나에 대응하는 스타트업들의 자세
    신종 코로나에 대응하는 스타트업들의 자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에 스타트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 창업가의 정계진출, 기대감과 회의론 사이
    창업가의 정계진출, 기대감과 회의론 사이

    업계 발전과 규제 개혁 vs 힘 없는 초선의 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