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me the money'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Show me the money'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2020.02.07 15:07 by 이유환

[비더시드 칼럼] 회사를 운영하는 데는 돈이 들어간다. 회사의 규모가 작고 초기일수록 자금 이슈는 더욱 중요하다. 회사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경영자가 가장 중요하게 수행해야 하는 역할 중 하나가 자금조달이다.

 

초기 스타트업에게 자금 이슈는 생존과 직결된다.
초기 스타트업에게 자금 이슈는 생존과 직결된다.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중 가장 빠른 방법은 돈을 빌리는 것이다. 

갓 시작한 스타트업은 매출도 없고 담보로 걸 수 있는 자산도 부족하기에 시중은행으로 가서 돈을 빌리기 쉽지 않다. 정부는 자산과 매출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공공기관의 보증을 통해 돈을 빌릴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놓았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한 대출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기업의 기술력이나 사업성을 고려할 때 가까운 미래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국가가 담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금융기관에서 저이자로 자금을 융자를 할 수 있게 하는 구조이다.

대출 중에서도 건강한 융자와 그렇지 않은 융자가 있다. 임금, 임대료 등 사업의 확장과 무관한,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기업 입장에서야 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린 것이겠지만 이는 이자부담을 높이고, 제때 갚지 못할 경우 기업의 신용도가 낮아져 추후 추가 대출을 받기 더 어렵게 만드는 상황을 초래한다. 

반면 기계를 들이고, 재료를 구매하는 등 자산 구매에 사용하는 자금을 대출받는 것은 더 큰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으로, 빠른 시간 안에 사업의 규모를 키우고, 기업의 신용도 또한 높일 수 있는 레버리징 전략이 된다. 적정수준의 부채가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보여준다는 말은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부채도 자산’이라는 표현은 가려 써야하는 말이다.
‘부채도 자산’이라는 표현은 가려 써야하는 말이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에게 원하는 금액을, 제 때 대출을 받는 것이 항상 용이한 것은 아니다. 이 경우 고려해볼만한 또 다른 자금조달 전략은 정부지원금이다. 

정부지원금은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돈을 빌리거나 투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지원 명목으로 공여되는 돈이다. 최근 몇 년 간 다양한 정부부처는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정부지원 프로그램의 수와 규모를 매년 확장해나가고 있다. 

많은 초기 스타트업들이 초기 자금 조달을 위해 각종 정부지원금 공모, 대회 등에 참가한다. 부채 상환이나 지분 제공에 대한 부담이 없는 돈이기에 자금의 성격만 놓고 봤을 때는 사실상 최고의 조달책이기 때문이다.

정부지원금에 대한 필자에 생각은 ‘가능한대로 많이 받는 것이 좋다’이다. 단, 이에는 조건이 붙는다. 정부부처에서 기업에게 지원금을 줄때는 지원기간 동안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부과하고, 목표 달성여부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선정되는 데에 급급하여 지원사업의 목적과는 부합하지만 현재 사업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사업 목표를 설정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사업 결과물을 개발하는 동안 본 사업 아이템 개발에는 소홀하게 될 수 있다. 정부지원금으로 회사는 생존하겠지만 본 제품/서비스의 개발이 늦춰지고, 이후 또 다시 기업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다른 지원사업을 찾아 해매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정부지원금은 어디까지나 본사업의 발전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지 기업의 눈앞의 생존을 위해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실제로 정부지원사업 심사를 다니다보면 수년간 아이템의 발전 없이 다른 지원기관을 전전하며 간신히 생존만을 이어가는 기업들을 보곤 한다. 정부지원금으로 연명하는 소위 ‘좀비 기업’이라 불리는 이들은 다른 가능성 있는 기업들이 받을 자금을 빼앗아 간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다른 방향으로 활로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정부지원금에만 매몰되면 본 사업의 방향성을 잃을 수 있다.
정부지원금에만 매몰되면 본 사업의 방향성을 잃을 수 있다.

융자, 정부지원금에 비해 대규모의 자본을 한 번에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투자이다. 스타트업 대표의 역할 중 가장 큰 것이 IR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투자유치는 기업의 성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투자유치 전략에 대한 내용은 그 자체로 상당히 심도있는 이야기이기에 본 칼럼에서 다루지는 않겠다. 대신 투자유치에 임하는 기업의 태도에 대해서 첨언하고자 한다. 

투자유치는 짧게는 수주에서 길게는 연 단위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여정이다. 사업의 실적이 좋고, 좋은 사업계획서를 만들더라도 알맞은 투자자와 매칭되는 것은 다양한 요소들이 고려된다. 투자유치 과정에서 불확실성과 의외성은 생각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투자 딜이 거의 마무리되고, 계약서 최종검토만 남은 상황에서 담당하던 투자회사 임원이 퇴사하게 되어 투자가 무산되는 경우도 봤으며, 구두로 합의한 투자금액과 기업가치가 마지막에 가서 재조정되는 경우는 흔한 일에 속한다.

낮은 가치에 투자하려는 투자사와 높은 가치로 투자받고 싶은 스타트업의 협상력 차이, 같은 라운드에 참여하는 투자사들 간의 ‘눈치게임’, 기업 대표와 투자자 간의 인간관계에 생길 수 있는 이슈 등 비즈니스 자체와는 무관한 수많은 요소들이 투자 성사에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많은 경우 설정해놓은 투자 유치 목표시기와 목표금액은 계획대로 실현되는 경우가 흔치 않으며, 따라서 투자유치가 필수조건이 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팀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업성이 있어도, 실제로 높은 수익이 발생하고 있더라도 원하는 투자를 받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투자유치를 목표로 하는 기업의 대표는 IR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언제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유치에 나서야 한다. 투자유치 기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팀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대표의 의지가 흔들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리스크다. 비가 올 때까지 정성을 다해 기도하는 인디언 기우제처럼 노력을 다하되 조급해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필자소개
이유환

시드 스타트업 컨설팅 액셀러레이터 '비더시드' 대표. 롯데 케미칼 기획부문, 4번의 창업 경험을 거쳐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열정있는 스타트업을 찾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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