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 100만표에 백기 든 정치권, 끝내 시동 꺼진 ‘타다’
택시업계 100만표에 백기 든 정치권, 끝내 시동 꺼진 ‘타다’
2020.03.05 18:25 by 이창희

유사 택시 논란에 시달려온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가 결국 멈춰 서게 됐다. 숱한 가시밭길을 헤쳐 가며 법원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아냈지만 마지막 관문인 입법부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타다의 서비스를 혁신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 과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정부와 국회의 빈곤한 교섭 및 중재 능력이다. 결정적으로 정치권은 곧 다가올 선거에서의 ‘표’를 위해 상대적 다수 소비자의 여론을 무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가 싹틀 수 있는 가능성을 짓눌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은 국회 본회의 표결만 앞둔 상태로, 재석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이뤄지면 의결된다.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당초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결과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9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부의 판단에 입법부 역시 재고의 여지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회는 보란 듯이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고 의결을 앞두고 있다. 몇몇 의원들이 여러 방식으로 반대 혹은 재논의 의사를 표시했지만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오는 4월 총선을 의식한 여야 정치권이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사실 택시보다 타다의 서비스에 만족을 표시하는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국내 직장인 693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84%가 타다 합법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의 시각에서 이는 결집된 표가 아니다. 전직 국회의원 출신의 한 인사는 “많지만 결속력이 느슨한 표와 적지만 확실하게 뭉친 표가 있다면 정당은 후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택시업계 종사자와 그에 딸린 가구는 모두 100만표에 달하는 거대한 표밭”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은 렌터카 기반의 사업 모델을 허용하는 대신 일정액의 기여금을 내야 택시 총량 내에서 플랫폼운송면허를 부여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타다의 현재 영업 방식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본회의 의결이 이뤄지면 앞으로 1년6개월 동안 운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오는 4월로 계획했던 법인 분할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기대했던 투자 유치가 사실상 어렵게 된다.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1만명이 넘는 타다 드라이버들도 한순간에 직장을 잃는다.

박재욱 대표는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된 것과 관련해 “국회는 우리 사회를 새롭게 도전할 수 없는 사회로 정의했다”며 “타다는 입법기관 판단에 따라 조만간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타다의 퇴출은 기정사실화됐지만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타다 서비스의 혁신 여부를 둘러싼 공방과 별개로, 그간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국토부와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8년 10월 타다의 첫 서비스와 함께 논란이 계속된 1년4개월 동안 이들은 어느 쪽도 설득하지 못했고 아무런 합의안도 내놓지 못한 채 갈등만 키웠다.

교통서비스 업계에서 건전한 경쟁을 통한 서비스 향상과 이로 인한 소비자 만족도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개정안 처리를 ‘승리’로 받아들이는 택시업계가 그동안 지적받았던 승차거부와 불친절 등 서비스 개선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향후 여러 산업군에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시도될 가능성도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이나 규제가 미비한 신산업의 경우 정부의 중재와 시장 이해관계자들 간 합의가 요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번 타다의 사례처럼 정부의 부족함과 정치적 논리가 개입될 여지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창업 생태계에서의 새로운 도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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