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5.8%’ 내놨다 뭇매 맞은 배민…고개 드는 공공 배달앱
‘수수료 5.8%’ 내놨다 뭇매 맞은 배민…고개 드는 공공 배달앱
2020.04.06 18:23 by 이창희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프리’ 정책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배달 업계와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치권까지 성토에 합세했다. 때맞춰 지자체들은 저마다 지역 배달앱 개발 혹은 도입을 선언하고 나섰다. 수수료와 광고료 부담을 낮춰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의 편익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독과점 체제를 무너뜨릴 대안이라는 긍정적 반응과 함께 민간 영역의 플랫폼 서비스를 공공에서 대체하는 것은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함께 나오고 있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사진: 우아한형제들)

┃ 배민은 무엇을 어떻게 바꿨나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일 주문 건당 5.8%의 수수료를 일괄 책정한 새 요금체계 ‘오픈서비스’를 발표했다. 이는 기존의 ‘울트라콜’에서 불거진 이른바 ‘깃발꽂기’ 논란을 불식시키고 수수료율의 일원화를 꾀한 것이다.

울트라콜은 업체가 월 8만8000원을 부담하면 어플리케이션 상단에 배치해 노출을 높여주는 시스템으로, 자금력을 앞세운 일부 업체가 많게는 수백 개 이상의 깃발을 꽂는 식으로 노출을 독식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개편을 통해 수수료 기반의 오픈서비스 영역이 확대 노출되고 울트라콜은 3개 이내로 제한되는 동시에 하단에 배치돼 깃발꽂기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돈을 많이 내는 업체가 아니라 주문자와 가까운 곳에 있는 업체가 우선 노출되고, 업체의 주문취소율이 낮고 고객 선호도가 높은 경우는 가중치가 부여돼 상단 노출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 입점 업주의 52.8%가 배민에 내야하는 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개업 1년이 채 되지 않았거나 연매출 3억원 이하인 영세 업주의 경우 약 58%가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무엇보다도 5.8%의 수수료율은 전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장 건당 수수료를 부담하게 된 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울트라콜은 선택의 영역이지만 수수료는 예외 없이 적용되는지라 부담이 적지 않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변별력이 사라지면서 업체들 간 ‘제 살 깎기’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수수료 제도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뀐 것”이라며 “금액에 제한이 있는 정액제와 비교해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로 증가하는 정률제는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 “독과점 폐해 좌시 않겠다”…정치권의 엄포

우리나라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55.7%로 1위, 요기요 33.5%, 배달통 10.8% 등이다. 그런데 지난해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면서 사실상 독과점 체제가 됐다.

이를 주시해온 정치권은 이번 배민의 개편안이 발표되자마자 포문을 열었다.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장인 김진표 의원은 6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음식점 방문은 어려워 배달 앱 이용이 늘어나고 있는데 배달앱 수수료가 너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민의 독과점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저희 당에서는 배달앱으로 하지 말고 업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 배달시키는 착한 소비자 운동에 동참하길 권하고 있다”고 말해 정면 대응을 예고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사진: 페이스북)
이재명 경기지사.(사진: 페이스북)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도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극심한 이때 배달앱 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 이용료 인상으로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며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득권자의 횡포를 억제하고 다수 약자를 보호해서 실질적으로 공정한 경쟁 질서를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라며 관련 부서 및 산하기관들과 긴급회의를 통해 현황을 점검하고 공공앱 개발 등 대응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 눈길 모으는 공공 배달앱…민간 영역서 성공엔 의문

지자체 주도의 공공 배달앱은 이미 시작됐다. 이 지사가 롤모델로 소개한 전북 군산의 ‘배달의명수’가 대표적이다. 배민 등의 기존 배달앱과 달리 이용 수수료와 광고료가 아예 없고, 지역 화폐인 군산사랑상품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배달의명수는 지난달 13일 출시 이래 지난 5일까지 6937건의 주문 건수와 약 1억6600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가입자 수도 5000여명에서 2만300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국의 다른 지자체들도 배달의명수를 도입하거나 자체 앱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에 착수했다. 강임준 군산시장은 “전국 어느 지자체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해 협조를 약속했다. 서울시 광진구는 권역 내 소재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 배달앱 ‘광진 나루미’를 개발한다. 수수료·광고료가 없고 지역 상품권 사용 등 배달의명수와 유사한 방식이다.

 

전북 군산의 공공 배달앱 ‘배달의명수’.(사진: 배달의명수)
전북 군산의 공공 배달앱 ‘배달의명수’.(사진: 배달의명수)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간 영역의 서비스에 공공이 섣부르게 뛰어드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 플랫폼을 운영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오늘날 공공에서 플랫폼 사업을 완전히 대체해 수행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당장은 반가울지 몰라도 일관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제로페이는 왜 성공하지 못했나”라고 반문했다.

높은 수수료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과 공공에서 배달앱을 내놓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민간 배달앱을 이용 중인 한 프랜차이즈 업주는 “(배민의 이번 발표는) 분명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요율을 조정하고 시스템을 손보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업주들이 공공 앱으로 무작정 갈아탈지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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