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거나 피 흘리거나, 코로나 시대의 온도
원격과 재택, 디지털화되어가는 삶의 이면
살아남거나 피 흘리거나, 코로나 시대의 온도
2020.04.07 13:31 by 곽팀장

코로나 이슈로 지난 몇 달간 세상이 변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비롯된 비대면 상태의 일상이 오래 지속되면서 학생들은 온라인 개학을 맞이했고, 기업들은 온라인 면접이 한창입니다. 화상회의 어플은 때 아닌 관심으로 앱 스토어 상위권까지 진입했습니다.

 

어렸을 적 디지털 기술의 미래를 예측한 서적이나 어린이 과학관에서는 원격 근무와 홈스쿨링에 대한 예상이 늘 가까운 미래로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음에도 늘 ‘언젠가’로 그려졌던 이유는 막상 눈앞에 없으면 불편하다는 선입견 때문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돌아보면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수용되기 까지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으로 AI와 딥 러닝의 대중적 관심이 생긴 뒤 음성인식 스피커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은 일상 속에 다가왔으며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사회는 더 많은 삶을 디지털로 바꾸고 있습니다. 디지털 환경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개인의 일상과 사회를 보면서 냉혹할 만큼 빠른 변화들이 일시적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예상보다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영역에서의 변화를 요구하는 현재 상황이 디지털화 되어 가는 삶으로의 본격적인 진입을 알리는 신호는 아닐까요?

 

늘 가까이 만나왔던 이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은 힘들고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원격’의 이점도 분명 있습니다.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서 선생님은 비록 현장의 분위기는 못 느끼지만 학생 개개인의 웹캠을 통해 한 명 한 명의 수업태도와 표정을 살핍니다. 화상 면접에서는 다 대 일 면접과 다 대 다 면접으로 긴장했던 지원자들이 조금 더 편안한 환경에서 떨지 않고 자신감 있게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자유로운 회의가 어려워 답답함과 불편함도 있지만 그동안 일을 비효율적으로 해오지는 않았는지도 돌아보게 됩니다.

디지털 환경과 성격이 가까운 산업은 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지만 디지털과 거리가 멀거나 연관이 없는 산업에서는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가장 피해가 큰 여행 산업과 공연, 스포츠 등 문화산업 종사자의 경우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무관중 공연과 경기를 송출하고 있습니다. 개인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고민할 만큼 큰 위기와 변화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오프라인 영업점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교육업은 매출은 물론이고, 임대료와 인건비조차 대응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지나면서 모든 교육 커리큘럼과 수강 시스템의 디지털화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과거 다른 칼럼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어 접촉은 줄어들었지만 개개인은 디지털이라는 광장에서 모이고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우리가 경험하는 변화란 눈이 녹아 물이 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랜 가뭄이 지속되며 삶이 구조조정 될 위기에 있습니다. 오랜 가뭄이 들면 도시의 사람들은 농업인의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지만, 그 가뭄에 직면한 대상이 600만 명의 자영업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언제쯤 예전 삶의 풍경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란 자연스레 흐르고 찾아오는 계절 같은 것이었는데, 지금은 누군가에게 대응할 수 없는 총알처럼 강요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누군가는 적응하고 또 누군가는 피 흘리는, 디지털 시대의 시선이었습니다.

 

※본 콘텐츠는 곽태영(http://brunch.co.kr/@kty0613) 마케팅 칼럼니스트와 더퍼스트미디어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필자소개
곽팀장

10년차 디지털 마케터 & 마케팅 칼럼니스트 brunch.co.kr/@kty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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