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쏘아 올린 작은 드론, 농촌을 웃게 한다
스마트 방제 시스템 ‘인터내셔널 드론 컴퍼니(IDCo)’
청년들이 쏘아 올린 작은 드론, 농촌을 웃게 한다
2020.04.10 14:20 by 이창희

한국임업진흥원은 중기부 예비창업패키지 특화분야 주관기관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스마트포레스트’ 분야 예비창업자 인큐베이팅 지원에 나섰다. 이를 통해 스마트팜부터 자동 방제 드론, 목재 유통플랫폼, 인공지능 로봇파종기까지 다양한 ‘스마트포레스트’ 창업기업이 탄생했다. 본 시리즈는 산림과 4차 산업혁명을 결합해 창업에 성공한 혁신가들의 이야기다. 

「새벽 4시, 잠에서 깬 초보 방제사 이씨는 서둘러 출근을 준비한다. 오늘은 김씨네 과수원 방제 작업이 예정돼 있다. 그의 손에는 잡다한 도구 대신 드론 하나와 약품 통이 들려 있다. 과수원에 도착했지만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사방이 어둡다. 그는 스마트폰을 열어 ‘스마트 방제 시스템’ 앱을 켜고 과수원 내 방제가 필요한 영역을 먼저 확인한다. 약을 얼마나 뿌려야 할까 고민하던 그는 다시 앱을 통해 작년 이맘때의 약제 사용기록을 확인한다. GPS를 이용해 영역의 좌표를 설정하니, 드론이 자동으로 날아가 약제를 흩뿌린다. 드론이 약을 모두 소모하고 돌아오자 이씨는 다시 앱을 열어 작업 완료를 누른다. 앱 내 지도에서 작업이 마무리된 곳은 붉게 표시된다.」 

위 내용은 올해 6월부터 농가와 산림 지역에서 실제 구현될 드론 방제 시스템이다. 사람의 손  대신, 자동 드론이 방제 작업(농작물을 병충해로부터 예방하거나 구제하는 것)을 실시하고, 사람의 눈대중과 수기 대신 어플리케이션이 모든 것을 기록한다. 이 모든 기술이 설립 1년도 채 되지 않은 스타트업으로부터 나왔다. 한국임업진흥원의 예비창업패키지 특화분야(스마트포레스트)가 배출한 ‘인터내셔널 드론 컴퍼니(이하 IDCo)’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논을 가로 지르며 날으는 방제 드론의 위용.
논을 가로 지르며 날으는 방제 드론의 위용.

┃음악으로 함께했던 이들, 이젠 ‘드론’으로 대동단결
박상현(30) 대표, 이주호(31) CTO, 정민균(29) 방제운영팀장, 박성민(30) 소프트웨어개발 사원 등으로 구성된 IDCo는 유달리 돈독한 ‘케미’를 자랑한다. 대학 시절 록 밴드 ‘무단외박’의 선후배 사이였던 이들은, 모였다 하면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고 함께라면 무엇이든 즐거웠던 때를 보냈다. 

어느덧 악기를 내려놓고 소위 ‘앞가림’을 해야 할 나이가 되자, 그 앞가림도 함께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 출발점은 2018년 12월 중소기업청에서 진행한 해커톤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이었다. 이들에게 부여된 미션은 ‘국내 드론 시장조사 및 파악’.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자료를 모으고, 시간·장소를 막론하고 실무자와 전문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쉽게도 입상은 좌절됐지만, 얻은 것은 적지 않았다. 드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수많은 데이터도 축적했다. 드론을 활용한 사업을 구상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된 셈이다.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 바로 농촌과 산림 지역의 ‘드론 방제’였다. 작물 재배에 있어 필수적인 방제 작업, 사람 손으로는 이틀이나 걸리는 이 과정을, 단 15분 만에 해내는 드론에 주목했다.

 

고려대 산학협력관 준공식을 기념해 드론을 선보이고 있는 IDCO멤버들.
고려대 산학협력관 준공식을 기념해 드론을 선보이고 있는 IDCO멤버들.

때마침 창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예비창업패키지에서 미래의 주역을 모집하고 있었다. 주관기관들을 살펴보니 한국임업진흥원이 단연 눈에 띄었다. 자신들의 분신인 ‘드론’에 대해 조예가 깊은 기관, 자신들의 주 무대인 산림과 농촌에 특화되어 있는 기관,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지난해 5월부터 창업의 기틀이 마련됐다. 누구보다도 뜨거운 열정을 장착했고, 드론이라는 ‘전가의 보도’도 있었지만, 창업 과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모든 것이 처음인 창업 초보들이었으니까요. 마케팅부터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까지 전부 생소하더라고요. 다행히 임진원에서 받은 교육을 통해 사업의 기본을 배울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도 저희가 하려는 드론 방제와 관련해 산림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어서 큰 도움이 됐죠.”(박상현 대표)

 

┃땡볕에서의 값진 고생, 스마트 방제 시스템을 낳다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어느 정도 채비를 갖췄다고 생각한 네 사람은 이내 농촌과 산림 지역을 돌며 직접 드론을 이용한 방제 작업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때는 이미 농번기 막바지였지만 드론협회와 드론교육원의 문을 두드려 남은 방제 물량을 배당받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6월 말부터 약 2개월 간 충남 태안과 전남 신안 비금도, 경남 고성, 울산, 세종까지 100만 평 가량의 방제를 소화해냈다. 한 여름 휴일도 없이 전 직원이 뙤약볕을 견뎌가며 드론을 날리고 약제를 뿌렸다. 

 

방제 드론을 지켜보고 있는 박상현 대표.
방제 드론을 지켜보고 있는 박상현 대표.

작업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일단 새벽이슬을 맞으며 현장에 나가는 것부터 곤욕이었다. 방제는 통상 이른 새벽부터 해가 중천에 다다르기 전까지, 그리고 해가 넘어가는 늦은 오후부터 초저녁까지 이뤄진다. 태양이 강한 한낮에는 약제의 수분 방울이 돋보기 역할을 하여 작물에 피해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믿었던 드론도 툭하면 말썽을 부렸다. 갑자기 추락해 망가지거나 제멋대로 날다가 전깃줄에 걸려버리기도 했다. 농촌은 도시와 달리 GPS 신호가 약했던 탓이었다. 수리비만 수십만 원씩 깨지곤 했다.

“정말 고생스럽더라고요. 수면도 휴식도 모두 부족했어요. 사무실에서 ‘쿨’하게 컴퓨터 작업하고, 투자자 만나서 어필하는 게 스타트업인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늘 하나 없는 논밭이었죠.”(박상현 대표)

하지만 소득 없는 고생은 없다. 현장에 살다시피하니,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파악됐다. 가장 먼저 접한 문제는 드론 방제가 같은 지역에 이중 삼중으로 과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도시와 달리 GPS가 정확하지 않고 논·밭 간의 경계가 모호했기 때문이었다. 논·밭에 적정량 이상의 약제가 뿌려지면 식물의 조직 파괴와 호흡 방해 등 약해(藥害)가 발생한다.

허위 방제 사례도 많았다. 1개 농가가 많게는 수백만 평에 이르는 경작지를 갖고 있다 보니 일부 양심불량 방제사들이 약제를 대충 뿌리거나 아예 뿌리지 않고 작업비를 받아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기술적으로 감시하거나 막을 방법은 없었다.

“어떤 작물에 무슨 약제를 얼마나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정리해 놓은 매뉴얼 같은 것이 없더라고요. 드론 방제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고요.”(박상현 대표)

 

이중 방제를 막기 위해 방제 지역 확인은 필수.
이중 방제를 막기 위해 방제 지역 확인은 필수.

IDCo는 이런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통합적인 방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드러난 문제를 목록으로 만든 뒤 하나씩 솔루션을 찾았고, 그 과정에서 수없는 개선과 보완을 거듭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스마트 방제 시스템’ 어플리케이션이다. 그 이름처럼 심플하면서도 꼭 필요한 기능만을 담고 있다. 

이 앱을 이용하면 특정 지역의 드론 방제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지역에 드론을 띄우면 3D 스캐닝으로 만든 지도가 나타나고, 그 위에 실시간으로 방제 여부를 입력할 수 있다. 현장에 나가 작업을 마친 방제사는 앱을 켜고 당일 작업한 지역과 사용한 약제 등을 기입해 기록으로 남긴다. 이 기록들은 향후 방제에 참고할 수 있고, 방제사 개인의 포트폴리오로도 활용될 수 있다. 

각 지자체나 지역 단위농협의 방제 담당 부서에서도 해당 앱을 통해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일일이 논밭에 나가 점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 오히려 데이터 수집과 분석 측면에서도 훨씬 수월해 기관들의 호응이 높다. 결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박상현 대표는 “올해 세종시 3곳, 청주시 3곳, 경주시 2곳, 경기 화성시 1곳 등의 단위농협들과 계약을 맺고 방제 물량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고 귀띔했다. 

 

드론 방제의 모든 것, IDCo의 스마트 방제 시스템.
드론 방제의 모든 것, IDCo의 스마트 방제 시스템.

┃드론으로 만리장성을 넘어 설 그날까지
IDCo의 최우선 목표는 드론 방제 시스템을 더욱 보완·개선해 전국에 보급하는 것이다. 드론 방제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전체 농가 중 30% 정도가 도입했을 정도로 미비하다. 아직은 재래식 방식에 익숙한 농민들의 심리적 저항, 그리고 신기술에 소극적인 지자체들 때문이다. 

하지만 더 편리하다면, 더 많은 생산성을 낼 수 있는 것이 확인된다면, 언젠간 모두가 이 시스템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ICDo의 멤버들은 “드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입을 모은다. 드론 방제 외에도 드론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드론 소프트웨어 개발을 병행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IDCo가 소재한 세종시 인근에는 대전 원자력 시설과 청주공항, 육군 항공청 등이 있어 드론 운용의 제약이 적지 않다. 고도·시간 제한으로 야간 방제는 물론이고 드론에 필수적인 테스트 운용도 쉽지 않다. 드론 비즈니스의 앞길을 막고 있는 각종 규제를 해소하여, 새로운 드론 문화를 만들어 가는 작업도 이들이 가진 미션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목표는 ‘드론 최강국’ 중국을 극복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날아다니는 드론 10개 중 9개가 중국산이다. 드론의 핵심은 ‘플라이트 컨트롤러(FC)’, 컴퓨터로 치면 CPU 같은 존재인데 중국은 이를 생산하는 기술적 능력과 가격 경쟁력 면에서 압도적이다. 

“처음부터 목표는 분명히 정해놓고 시작했어요. 드론 강국인 중국을 넘어 설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죠. 이제 고작 1년도 되지 않은 초짜지만, 언젠가는 우리만의 기술로 당당히 대륙과 맞서보고 싶습니다!”(박상현 대표)

 

/사진: 인터내셔널 드론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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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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