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랄 데 없는 나무 유통 플랫폼을 꿈꾸며
주문에서 결제까지 원스톱, 목재 유통 어플리케이션 ‘나무나무’
나무랄 데 없는 나무 유통 플랫폼을 꿈꾸며
2020.04.13 16:30 by 이창희

한국임업진흥원은 중기부 예비창업패키지 특화분야 주관기관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스마트포레스트’ 분야 예비창업자 인큐베이팅 지원에 나섰다. 이를 통해 스마트팜부터 자동 방제 드론, 목재 유통플랫폼, 인공지능 로봇파종기까지 다양한 ‘스마트포레스트’ 창업기업이 탄생했다. 본 시리즈는 산림과 4차 산업혁명을 결합해 창업에 성공한 혁신가들의 이야기다.

플랫폼 사업은 정말 어렵고 복잡하다. 최근의 ‘배달의민족’ 사태에서 보듯, 논란의 가능성도 항상 존재한다. 플랫폼의 움직임은 크든 작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고, 그 영향력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성공한 플랫폼이 되는 것보다 선한 플랫폼이 되는 것이 더 어려운 이유다.

그런 가운데, 바로 이 플랫폼을 활용해 사양길로 접어든 국내 목재 시장의 ‘구원투수’를 자임하고 나선 한 사내가 있다. 혁신적인 플랫폼으로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고 모든 구성원들을 이롭게 하겠다는 ‘나무나무 주식회사’의 이태규(37) 대표가 그 주인공, 일면 거창하지만 허황되지만은 않은 그의 포부를 들어봤다.

 

“대한민국 모든 나무를 책임지겠다!” 이태규 대표(사진).
“대한민국 모든 나무를 책임지겠다!” 이태규 대표(사진).

┃쉽지 않았던, 그러나 꿈을 이루기 위한 선택
대학에서 신소재를 전공한 이 대표는 2008년부터 한국환경공단에서 7년 반을 근무했다. 공공기관의 조직 생활은 분명 배울 것이 많았지만, 반복되는 업무와 일상으로 마음 속 어딘가의 허전함은 점점 커져갔다.

그는 어려서부터 목재의 내음과 톱밥이 흩날리는 곳에서 자라났다. 그의 조부는 충남 홍성에서 제재소(벌채한 목재를 1차로 가공하는 곳)를 운영했고, 이후엔 부친이 이어받았다. 그가 다시금 이어받을 차례였지만 집안 어른들은 가업의 계승을 무리하게 종용하진 않았다. 제재소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고, 무엇보다 목재 산업 자체가 사양 산업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곳곳에 도사린 문제점을 개선하고 유기적인 시스템만 마련된다면 얼마든지 숨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재소를 물려받는 것도 좋지만 시장 전체를 살려내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인식했던 것도 그래서다.

이 같은 고민은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결국 공단을 퇴사하기 3년 전부터 고민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퇴근 이후와 주말을 이용해 목재 산업과 관련된 각종 논문과 전문 지식을 찾아 학습하는 ‘주경야독’에 몰두했다. 틈틈이 고향인 홍성으로 내려가 현장을 둘러보고 실정을 파악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결단을 내린 시점은 2015년. 청춘을 묻은 공단을 뒤로 하고 홍성에 내려와 제재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안락한 사무실에서의 업무 대신 춥고 더운 곳에서의 고된 노동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즐거웠다. 하루하루가 배움의 연속이었고, 그려왔던 꿈에 다가가고 있다는 확신은 충분한 동력이 돼 줬다.

“안정된 자리를 포기하고 도전하는 스타트업 대표들… 다 남의 얘기인 줄만 알았는데, 한번 결심하니 의외로 물 흘러가듯 되더라고요. 도시에서 평생 자란 아내를 데리고 시골로 내려오는 것까지도요. 믿고 따라준 아내에게 감사할 뿐이죠.(웃음)”(이태규 대표)

 

제재소에서 출하를 앞둔 가공목.
제재소에서 출하를 앞둔 가공목.

┃열정에 불을 당긴 예비창업패키지 도전
3년간의 준비, 그리고 현장에서의 3년을 거치는 동안 이 대표가 느낀 가장 큰 문제는 정보 부족이었다. 목재 거래와 관련해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 시장 곳곳에 암세포처럼 크고 작은 문제들을 키우고 있었다.

국내 목재 시장은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어느 지역에서 어떤 목재가 생산·가공·유통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하기가 어렵다. 생산업자와 제재소에 일일이 전화 문의를 하고 현장에 가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동시에 목재 거래에서 유선상 구두 계약이 일반화돼 있다 보니 대금 지급이 밀리거나 주문 물량을 갑자기 뒤엎는 등의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고정 거래처를 통한 거래가 대부분인 터라, 거리가 멀어도 비싼 운송비를 감수하면서 거래가 이뤄지곤 한다. 전체 거래액에서 운송비용만 20%에 이를 정도.  생산업자와 소비자 모두 손해를 보는 구조다. 같은 목재일 경우 가까운 곳에서 수급하면 ‘윈윈’이 될 수 있음에도 정보 부족이 이를 가로막는 셈이다.

수요와 공급 예측이 어려워 목재 가격이 요동치는 것도 문제다. 축적된 거래 데이터가 없다보니 벌어지는 일. 또한 벌레 먹은 불량 목재나 무단으로 벌채된 불법 목재의 유통을 막는 것도 쉽지 않다. 목재 거래의 투명성이 없기 때문이다.

“정말 이상했어요. 이런 상황이면 중개 플랫폼이 하나 나올 법 한데도 말이죠. 모두가 사양 산업으로 여기고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다들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특유의 경직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죠. ‘어떻게든 내가 만들어야겠다’ 싶었어요.”(이태규 대표)

 

제재소에서 출하 중인 목재.
제재소에서 하차 중인 원목.

그렇게 플랫폼 구축을 준비하던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한국임업진흥원의 예비창업패키지 ‘스마트포레스트’ 모집 공고를 접했다. 그에게 필요한 플랫폼 개발 자금과 창업 교육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며칠 밤을 새워가며 서류를 만들고 발표 자료를 다듬었다. 첫 정부지원사업 도전이라 떨린 마음을 안고 응시했고, 좋은 평가를 받으며 선발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대면평가에 사활을 걸고 준비한 열정적인 발표가 결정적이었다.

호성적보다 더 기뻤던 건, 드디어 전문가들 앞에서 본인의 구상을 여한 없이 펼쳐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발표하는 스스로의 모습에서 열정과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용기를 얻었으니 실무를 갖출 차례였다. 7년 반의 조직 생활과 3년의 현장 경험을 창업이라는 그릇에 녹여내기 위해선 기본기가 필요했다. 이 대표는 진흥원에서 비즈니스 모델 가설의 검증부터 마케팅 방법, 창업자 마인드 등 자신이 필요로 했던 요소들을 채울 수 있었다. 특히 선배 창업자들에게 직접 듣는 성공과 실패의 숱한 사례들은 그에게 훌륭한 영양제와 면역제가 됐다.

 

┃진정한 혁신은 비정상의 정상화
모든 준비를 끝낸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나무나무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전문 개발자인 맹영호(38) 과장을 영입하고 8개월 가까이 ‘나무나무’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매달린 끝에 현재 출시를 앞두고 있다.

 

회의 중인 이태규 대표(가운데)와 맹영호 과장(右)
회의 중인 이태규 대표(가운데)와 맹영호 과장(右)

‘목재 전문 유통 플랫폼’을 표방하는 앱 ‘나무나무’는 목재 주문에서 배송, 그리고 대금 지급까지 원-스톱으로 한눈에 확인이 가능하다. 구매자가 선금 10% 결제와 함께 주문을 넣으면 곧바로 가장 가까운 생산업자 혹은 제재소가 매칭된다. 수량과 사용 목적 등의 조율을 마치면 배송과 잔금 결제가 이뤄지는 식이다.

종전에는 매 단계마다 유선으로 일일이 확인하고 넘어가야 했던 일이 앱 하나로 간소화된다. 생산업자와 제재소는 자잘한 행정 업무에 시달리지 않고 현장에서 목재 생산과 가공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이 모든 거래 내역이 데이터로 축적된다는 점이다. 목재의 생산단계부터 사고파는 과정이 쌓이고 쌓일수록 앱은 업데이트되고 거래의 질은 향상될 수밖에 없다. 특히 대다수의 거래가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앞서 밝혔던 불법·불량 목재가 설 곳이 사라지게 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크나큰 과제도 남아있다. 현재의 시장 참여자들이 이 앱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통 산업이 대체로 그렇듯, 목재 시장에 있는 구성원들도 처음엔 경계심과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이 대표는 특유의 친화성을 무기로 끊임없이 생산업자와 제재소의 문을 두드렸고, 이들의 굳은 마음을 서서히 녹이고 있다.

그가 사람들을 만나 내세운 것은 대단히 혁신적인 기술이나 방식이 아니었다. 복잡한 일을 간편하게 만들고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것, 잘못된 기존의 관행을 바로잡음으로써 모두에게 공정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을 강조했다.

“현재까지 전국 생산업자와 제재소 90여 곳을 만나 뵙고, 30곳 이상과 제휴를 맺을 수 있었어요. 지금도 계속해서 늘려나가는 중이고요. 고무적인 것은 현장 사람들 대다수가 이 비즈니스에 대해 공감해줬다는 점입니다. 현장에서 진짜 필요한 사업이란 걸 검증받은 셈이죠.”(이태규 대표)

 

목재 거래의 흐름을 한눈에! 어플리케이션 ‘나무나무’
목재 거래의 흐름을 한눈에! 어플리케이션 ‘나무나무’

이 대표는 요즘 출시가 임박한 앱의 막바지 작업에 여념이 없다. 앱을 통한 서비스가 완전히 자리를 잡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이후에는 침체된 목재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이를 위해 그가 가장 시급하게 보고 있는 것은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각종 규제 철폐와 제도적 지원이다. 매년 강수량이 줄어들면서 안전사고 위험이 낮아졌음에도 여전히 여름철 벌목을 제한하는 법과 조례가 대표적이다. 지나치게 값싼 수입 목재가 유입돼 국내 목재 시장을 교란하는 데도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농업과 달리 임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한참이나 더디고 부족하다. 이 대표는 나무나무가 국내 목재 시장을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나면 이 같은 부분을 개선하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목재 시장의 활성화를 이끌어 환경에 기여하겠다는 철학도 견고하다.

“목재 거래가 활성화되면 플라스틱 같은 소재들이 목재로 상당부분 대체될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그 목재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선 평소에 산림 지역을 늘리고 철저히 관리할 수밖에 없잖아요. 산림은 언제나 지구를 숨 쉬게 하니까요!”(이태규 대표)

 

/사진: 나무나무 주식회사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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