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모래는 고양이도 춤추게 한다
커피 찌꺼기에 새 생명 불어넣는 업사이클링 기업, ‘알프래드’
친환경 모래는 고양이도 춤추게 한다
2020.04.28 10:54 by 이창희

‘무용지용(無用之用)’. 장자(莊子) 인간세편(人間世篇)에 나오는 구절로, 아무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실상보다 쓸모 있는 것이 되는 이치를 뜻한다. 버려지는 제품에 숨을 불어넣어 새로운 디자인과 활용도를 갖춘 제품을 만들어내는 오늘날의 ‘업사이클링’과 궤를 같이한다. 이 구절을 가슴에, 아니 명함에 새긴 스타트업이 있다.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제품의 가치를 놓치지 않으려는 ‘알프래드’다.

 

알프래드 권순우 대표의 명함.(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알프래드 권순우 대표의 명함.(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착한 플라스틱에서 얻은 영감
알프래드를 이끄는 권순우(27) 대표는 업사이클링을 통한 창업을 수년 간 고민하며 준비해왔다. 그런 그의 눈길을 끌었던 건 2018년, 캔맥주에 장착하는 플라스틱 캐리어를 만드는 해외의 한 스타트업이었다. 일반 플라스틱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맥주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 바다에 버려져도 생(生) 분해가 이뤄져 해양 생물들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 ‘착한 플라스틱’이었다.

“때마침 그 스타트업에 관한 기사를 읽을 때,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중이었어요. 카페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커피 찌꺼기를 보며 ‘이걸 활용해서 무언가를 만들 순 없을까’라는 의구심이 문득 떠올랐죠.”(권순우 대표)

그는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고 사업화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알아냈다. 커피를 내리고 남은 찌꺼기는 보통 일반쓰레기로 분류돼 버려지고 소각 혹은 매립된다. 그런데 소각은 이산화탄소가 대량 발생하고 매립은 잔존 카페인으로 인한 토양 오염을 야기한다. 하루에만 엄청난 양의 커피 찌꺼기가 발생하는데, 어떻게 처리하든 환경에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IR피칭 중인 권순우 대표.(사진: 알프래드)
IR피칭 중인 권순우 대표.(사진: 알프래드)

반면 커피 찌꺼기만이 가진 독특한 장점도 있었다. 바로 탈취와 제습. 이러한 특징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면서도 대량 소비가 가능한 모델을 찾아야 했다. 그런 고민 끝에 다다른 결론이 고양이 배변 모래였다. 1000만 반려동물 시대를 맞아 소비량과 시장성은 충분했다.

권 대표는 먼저 기존에 쓰이고 있던 모래의 장단점을 파악했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소재는 크게 2가지로, 벤토나이트라는 모래와 두부 모래였다. 벤토나이트는 시멘트 원료 중 하나인 광물로서 수분과 만났을 때 응고가 잘 이뤄지고 고양이들이 대체로 선호한다는 장점을 가졌다. 두부 모래의 경우 두부 찌꺼기로 만들기 때문에 고양이가 실수로 먹어도 될 정도로 안전성이 높고 변기에 버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벤토나이트는 입자가 너무 곱기 때문에 고양이가 화장실을 드나들면 온 집안에 모래가 흩날릴 수밖에 없다. 애묘인들은 이를 ‘사막화’라 부른다. 또한 고양이 배변이 너무 강하게 응고되기 때문에 변기에 함부로 버리기도 어려워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이용해야 했다. 두부 모래는 천연소재라 벌레가 꼬이는 문제가 있고, 탈취가 전혀 되지 않는다는 점이 한계였다. 결정적으로 고양이들이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벤토나이트와 두부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은 없애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응고력을 높이고 입자를 적당하게 하는 동시에 냄새를 잡아야 했죠. 변기에 버릴 수도 있어야 했고요.”(권순우 대표)

 

커피 찌꺼기로 만든 고양이 배변 모래는 이렇게 생겼다.(사진: 알프래드)
커피 찌꺼기로 만든 고양이 배변 모래는 이렇게 생겼다.(사진: 알프래드)

┃산 넘어 산…‘문제 해결’의 고단한 길
방향성을 잡은 권 대표는 30가지가 넘는 천연고분자를 일일이 테스트하고 식품영양학 서적과 논문을 뒤적였다. 바이오 분야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자문을 얻기도 했다. 그 결과 커피 찌꺼기에 옥수수 전분과 해초 추출물을 배합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렇게 지난해 10월 첫 결과물이 나왔다. 자신만만하게 30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테스트를 실시했지만 결과는 대참사.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먼지가 날린다는 피드백을 호소했고, 카페인 성분이 고양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도 강했다.

다시 방법을 찾아야 했다. 모래가 날리지 않도록 입자를 조금 키우고, 커피 찌꺼기에 카페인을 제거하는 미생물을 넣어 카페인 검출을 0%로 낮췄다. 그런데 미생물 발효 과정을 거치니 없던 악취가 올라왔다. 결국 다시금 연구와 테스트를 거친 끝에 베이킹 소다를 섞어 냄새를 잡는 데 성공했다.

 

와디즈 펀딩 1649%를 달성한 블랙 샌드.(사진: 알프래드)
와디즈 펀딩 1649%를 달성한 블랙 샌드.(사진: 알프래드)

그렇게 변기에 버릴 수 있고 냄새가 나지 않는 고양이 모래 ‘블랙 샌드’가 올해 1월 탄생했다. 개발한 탈취 기술로 특허도 출원했다. 괄목할 만한 성과지만 권 대표는 들뜨지 않았다. 양산에 들어가기 앞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보다 확실한 소비자 반응과 니즈 파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를 통해 블랙 샌드를 선보였고, 지난 3월 14일부터 한 달 동안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목표 금액은 100만원이었는데 무려 1649%를 달성했다. 376명으로부터 1649만6000원의 금액을 유치한 것이다.

“더 강력한 향을 이용해 덮어씌우는 대신 냄새의 원천을 제거했다는 점이 가장 호평을 받았습니다. 후각이 예민한 고양이들의 선호도는 곧 묘주의 만족도로 이어졌고요.”(권순우 대표)

 

┃반려인과 반려묘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그날까지
알프래드는 현재 서울 금천 사무실에서 밤낮으로 생산에 매진하고 있다.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1400박스 4.3톤 분량의 블랙 샌드를 펀딩 리워드로 배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오는 6월 정식 론칭을 목표로 별도 공간을 마련해 양산 체제를 구축하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왼쪽부터) 신한글 매니저, 권순우 대표, 권순석 팀장, 박희원 사원.(사진: 알프래드)
(왼쪽부터) 신한결 매니저, 권순우 대표, 권순섭 팀장, 박희원 사원.(사진: 알프래드)

블랙 샌드는 자체 온라인 상점을 비롯해, 알프래드와 제휴를 맺고 있는 다수의 플랫폼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제품 구성은 3kg들이 박스와 12kg짜리 대용량으로 마련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중장기적으로는 단순 판매와 별도로 구독 모델 도입도 고려중이다. 고양이 배변 모래는 정기적으로 갈아줘야 하는데, 묘주들이 주기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1인 가구인 묘주가 많은데, 이들은 좁은 집안에 모래를 많이 쌓아두기가 어렵다. 교체 주기에 맞춰 모래를 공급해주는 구독 모델은 이 같은 이들에게 소구력이 충분하다.

올해 안에 양산 체제를 완전히 구축하고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간다는 계획. 향후에는 해외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개보다 고양이 선호도가 높고, 미국의 경우 고양이 모래 시장 규모만 연간 3조원에 달한다.

“욕심은 많지만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 나가보려고요. 마치 배트맨을 곁에서 살뜰히 챙기는 최고의 멘토이자 집사 ‘알프래드’처럼 말이죠.”(권순우 대표)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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