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산업 전체가 코로나19로 인해 휘청이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지난 2월 경마장 임시휴장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휴장을 계속해서 연장해왔다. 경마가 언제 다시 재개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마사회 설립 이래 최장기간 휴장이다.
마사회도 전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9일 마사회는 사업장 운영 임시 중단으로 인한 실적 우려로 비용 절감 대책을 시행,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임원 급여 30%반납에 이어 실시한 유례없는 2단계 특별조치다. 이같은 마사회의 비상경영은 경마 중단으로 인한 매출 하락에서 기인한다. 마사회는 약 3달에 이은 휴장으로 인한 손실이 약 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사회의 위기는 지방자치단체의 수입에도 직격탄이다. 마사회가 지난해 지자체에 낸 세금은 약 1조3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레저세 7357억 원과 지방교육세 2943억 원을 합한 비용이다. 경마 매출의 14%를 지자체에 세금으로 내는 마사회의 상황을 고려하면 1조6000억원의 매출이 줄어들 경우 지자체 세수는 약 2240억원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마사회가 한국전쟁 이후 최초로 적자전환이 예상되는 가운데 순이익의 70%를 출연하는 축산발전기금의 경우 올해는 아예 불투명하다. 지난해 마사회가 출연한 축산발전기금은 1264억 원이다.
말산업 업계에서는 이같은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온라인 마권발매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마사회 사업장 내부에서만 가능한 온라인 마권발매를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것. 온라인 마권발매는 무관중 경마를 통해 관중 운집을 피하면서도 경마를 재개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해외 경마시행국들 상황은?
그렇다면 해외 경마시행국들은 어떨까.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만큼 대부분의 경마시행국들도 잇따라 경마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다만 대다수의 경마선진국들은 온라인 마권 발매가 수반되는 무관중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경마시장에도 '언택트(Untact)'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경마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들은 경마의 종주국인 영국을 필두로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홍콩 ▲호주 등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 조짐에 따라 온라인 발매를 통한 생존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무관중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경마전용 채널을 통해 경주를 생중계하며, 온라인과 전화 등을 통해 마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일본의 지난 2018년 경마 매출 중 약 68.8%(약 22조원)는 온라인을 통해 발생했다.
홍콩 역시 비대면 발매로 코로나 위기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마사회에 따르면 홍콩은 무관중 경마 시행 초기 매출이 25% 감소했으나 최근 20% 수준으로 감소폭이 줄었다. 이는 오프라인 발매 감소분을 온라인을 통해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위기상황 속에서 말산업 전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구비해 놓은 것이다.
◆온라인 마권발매, 한국은 왜 못하나?
우리나라는 온라인을 통한 마권발매를 금지하고 있다. 온라인 마권발매로 인한 사행성 심화의 우려가 가장 큰 이유다. 일각에서는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사행성 도박을 권장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막연한 우려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말산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온라인 마권발매가 음지에 공공연하게 존재하는 불법 경마산업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발표한 지난 2019년 '제4차 불법도박 실태조사' 연구결과에 따르면 불법 경마시장의 지난해 규모는 약 6조9000억 원에 달한다. 조사로 드러난 것 외에 음지에 숨어있는 불법도박 시장이 상당수 존재함을 고려할때 이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합법경마시장의 매출이 연간 7조 원 수준이라는 것과 비교해보면 충격적인 수준이다. 불법경마로 인한 조세 손실 추정액은 조 단위에 달한다.
이렇듯 음지에 성행하고 있는 불법경마 시장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온라인 마권발매 도입의 필요성은 절실해 보인다. 실제로 온라인 발매를 통해 불법도박의 확산을 막은 타 국가의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과거부터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했던 미국이나 일본 등의 국가들은 불법도박의 규모가 낮은 편이다. 이는 불법도박에 비해 합법사행산업의 경우 환급시스템의 신뢰도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높기 때문이다.
황주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온라인 마권발매 도입 정책토론회에서 "온라인 마권발매 도입은 불법경마의 확산을 억제하고 불법경마 이용자를 합법의 세계로 유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하는 한국마사회법 일부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있다. 20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상황을 고려할때 자동 폐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해당 개정안은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9명이 지난해 11월 발의했다. 개정안은 온라인 마권 발권을 통해 13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온라인 불법 경마를 제도화시켜 양성화하자는 취지가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