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출근 좀 시켜주세요…” 재택근무 초보들의 하소연
코로나 사태, 원격 시대를 부추기다
“제발 출근 좀 시켜주세요…” 재택근무 초보들의 하소연
2020.05.07 16:22 by 이지섭

# 8년차 홍보담당자로 일하던 김석환(가명‧34) 과장은 요즘 붕 떠있는 느낌이다. 오랜 세월 구축된 ‘루틴’이 깨진 것부터 문제다. 아침에 찬물로 샤워를 하고, 출근 길 지하철에서 관련 보도자료를 검색하고, 책상 앞에 앉아 모닝커피를 마시는 사소한 루틴이지만, 그에게는 일종의 사전 의식이었다. 더 치명적인 건 소통 문제다. 업무 특성상 방향성이나 중간점검 같은 의사결정들이 수시로 이뤄져야 하는데, 텍스트 기반의 소통은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 일쑤다. 시간이 지날수록 말투, 표정, 몸짓과 같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위대함만 확인할 뿐이다. 사사건건 전화를 걸 수도 없고… 

# 미디어 기업에서 일하는 이익훈(가명‧44) 부장은 요즘 메뚜기 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 전사적으로 재택근무가 시작됐지만 집은 도저히 일할 환경이 아니다. 유아기의 아이가 두 명이나 있기 때문이다. 시도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번번이 아이들의 성화를 이겨내지 못했다. 시치미 떼고 일만 하려니 괜스레 미안하고 찝찝한 마음도 든다. 그렇다고 마땅히 갈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만연한 때라, 카페에 둥지를 틀고 업무에 집중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환경이 불안정하니 업무효율성도 바닥이다. ‘회사 밖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을까’ 했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평생 출퇴근만 경험했던 직장인들에게 ‘재택근무’는 너무 어려운 미션이다.
평생 출퇴근만 경험했던 직장인들에게 ‘재택근무’는 너무 어려운 미션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들불처럼 번지던 지난 2월 말은 온 나라가 숨조차 조심스레 내뱉어야 했던 시기였다. 이는 사회 각 분야에 파장을 미쳤다. 확진자가 거쳐 갔다고 의심되는 동선은 모두 ‘격리’ 수순을 밟았고, 이는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재택근무에 돌입하는 기업들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급기야 3월 10일에는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직접 나서 “기업이나 기관들도 온라인 근무를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대응이다. 한 층 근무자 216명 중 94명이 감염된 서울 구로 콜 센터의 경우에서 보듯, 사내 발병은 집단감염 사태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사업장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지난 2월 6일, 직원 내 확진자가 발생해 3일간 본사를 폐쇄했던 GS홈쇼핑의 경우, 그 기간 동안 기존 녹화 분을 재방송하는 식으로 운영하며 큰 매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사내 방역을 아무리 철저히 해도, 혼잡도 높은 출퇴근길 감염까지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는 이 재택근무가 전적으로 타의에 의해 이뤄졌다는 부분이다. 그것도 너무나 급작스럽게 말이다. 위에 소개한 김 과장과 이 부장 같은 사람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택근무는 단순히 ‘집에서 일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술적인 준비는 물론, 참여자에 대한 사전 교육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도입기와 적응기를 충분히 가지고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는 끈기도 필요하다. 1993년 재택근무제도를 본격 도입하며 이 분야의 선구자로 불렸던 IBM조차 지난 2017년 효율성 문제로 재택근무 제도를 폐지했을 정도다. 

 

코로나19로 급작스레 재택근무로 떠밀리다보니…
코로나19로 급작스레 재택근무로 떠밀리다보니…

불가피한 결정이었지만, 직장인들 사이에선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외부 상황이 워낙 어수선했고, 오랫동안 시달린 출퇴근 길에서도 잠시나마 탈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각종 설문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3월,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전국 직장인 13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67.7%가 ‘재택근무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마음 같지가 않았다. 회사일과 집안일이 뒤죽박죽 섞이며 업무 몰입도는 저하되고,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이 저하되니 성과 또한 미진하다. 3월부터 약 2개월 동안 재택근무를 했다는 직장인 한수민(30‧마케터)씨는 “비효율성이 늘어나는데다 자연스레 나태해지기까지 하니 업무 성과가 좋을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주목할 점은 재택근무가 점차 일반화되어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코로나19사태와는 별개로, 전 세계적으로는 이미 재택근무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와 노동생산성의 하락으로 보다 유연한 근무방식에 대한 요구와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고, IT기반 정보‧지식 산업규모가 커지면서, 인재 유인 및 동기부여 방안으로 효율성과 성과위주로 근무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2005년부터 2015년 사이 재택근무 비율이 115% 증가했으며, 2018년을 기준으로 미국 기업의 78%가 재택근무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통계청) 

코로나19가 방아쇠를 당겼지만, 언젠가는 결국 맞닥뜨려야 하는 것이 바로 재택근무 환경이란 얘기다. 이는 시대적 흐름이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을 수 있는 건 최소한 배에 타고 있을 때 성립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주변에는 ‘협업툴’이라는 튼튼한 선박들이 있다. 트렐로(Trello), 테스크월드(Taskworld) 같이 작지만 안정적인 선박부터 슬랙(Slack), 잔디(Jandi)처럼 날쎈 크루즈나 지수트(G-suite) 같은 거대한 항공모함까지 골라 탈 수 있다. 혹시 항해가 걱정된다면 앞선 모험가들의 여정을 따라가면 된다. 일찍이 원격근무를 도입한 기업들, 그들은 어떻게 나아갔을까? 

 

…「#2 원격근무 체계 갖춘 기업들 살펴보니」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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