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금융투자가 2020년 1분기 전산장애 민원 최다 증권사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에 고원종 사장이 강조한 고객 편의성 제고를 위한 디지털 인프라 개선 노력도 빛이 바래는 모습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DB금투의 1분기 전산장애 민원 건수는 93건으로 증권사들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9개 증권사의 전산장애 총 민원 건수가 187건인 것을 고려하면 전체 민원 건수의 약 49.7%에 달하는 비중이다.
세부적으로 DB금투의 전체 민원 건수는 99건으로 전산장애 민원 지분은 약 93.9% 수준이다. DB금투의 지난해 전산장애 민원 건수가 2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전년대비 4550.0% 증가한 셈이다.
DB금투의 전체 민원 건수를 활동계좌 10만좌당으로 환산해보면 올해 1분기 9.31건으로 전분기 0.48건에 비해 19배 증가했다. 이 중 전산장애 민원은 8.75건으로 전분기 0.19건에 비해 46배 가량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전산장애 증가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른 국내외 증시 하락세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급격한 유입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주식시장에 등장할만큼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관심도가 높아진 가운데, 쏟아지는 트래픽을 DB금투의 HTS와 MTS가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
DB금투는 지난 3월 25일 오후 2시부터 약 20분가량 HTS와 MTS 현물·파생 거래에서 매수·매도주문을 하지 못해 거래가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증시가 폭락했던 날로, 개인투자자들의 접속이 폭주해 타 증권사에서도 접속 지연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DB금투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전산장애 민원 93건 중 90건 정도가 지난 3월 25일 단 하루동안 발생했다"며 "이용자 급증으로 인한 일시적인 오류로, 민원 중 95% 정도가 해결됐고 처리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DB금투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DB금투의 증권거래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비단 이번 접속 폭주에만 그치지 않는다.
18일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돼있는 DB금투 MTS의 평점은 2.2점이다. 타 증권사의 MTS와 비교해 볼 때 하위권의 성적이다. DB금투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어플리케이션 리뷰도 이용자들의 악평으로 가득하다.
실제 DB금투 MTS를 이용하는 한 사용자는 앱 리뷰에 "실행도 잘 안되고 도중에 너무 끊겨서 도저히 사용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인증을 위해 신분증 촬영을 100번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에 고원종 사장이 연임사에서 강조했던 '디지털 인프라 개선' 노력이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고객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디지털 인프라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디지털 질서를 선도하는 증권사로 도약하겠다는 고 사장의 의지는 잦은 전산오류의 발생으로 퇴색되는 분위기다. DB금투는 MTS 사용자들의 지속적인 불만제기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개선책을 밝히고 있지 않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일시적인 시스템 오류도 큰 문제지만, MTS가 주식 투자 수단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현재 흐름에서 고객에게 불편을 야기하는 앱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며 "명확한 보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