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울 것 없는 대기업, 왜 스타트업 주목할까
아쉬울 것 없는 대기업, 왜 스타트업 주목할까
2020.05.27 15:27 by 이창희

스타트업들에 러브콜을 보내는 대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술력을 보유한 일부 IT 분야에 한정된 이야기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적극적인 지원·육성까지 직접 나서는 모습이다. 이미 자본과 인력이 충분한 대기업들이 어떤 이유에서 상대적으로 영세한 스타트업에 주목하게 됐을까.

 

스타트업과 거리를 좁히려는 대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타트업과 거리를 좁히려는 대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망 스타트업 모집해 사업화 지원부터 생태계 구축까지
CJ그룹은 최근 스타트업 상생 오픈 이노베이션 ‘오벤터스’ 2기 모집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협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오벤터스는 우수한 기술력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중소기업스타트업연구소를 발굴해 CJ그룹 계열사와 공동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지원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이번 2기 공모에는 AI·빅데이터, 푸드테크, 물류, 미디어·콘텐츠 등 4개 분야 총 200여 건이 접수됐으며 이중 지원 분야와의 부합성·잠재력·사업역량을 중점적으로 평가해 최종 10개 기업을 선발했다.

CJ는 선발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약 8주간 스케일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기술 사업화에 필요한 지원금 1000만원을 제공하고, CJ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이 보유한 역량을 더해 공동 기술·사업모델 개발 및 그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데이터 기반 트렌드 파악 및 마케팅 솔루션 개발을, CJ프레시웨이는 빅데이터 응용 솔루션 및 외식사업자용 부가서비스 개발을,  CJ대한통운은 데이터 기반 물류 처리 안정화를, CJ ENM은 4차 산업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산업 고도화를 각각 돕는다.

 

CJ의 스타트업 상생 오픈 이노베이션 ‘오벤터스’.(사진: CJ)
CJ의 스타트업 상생 오픈 이노베이션 ‘오벤터스’.(사진: CJ)

최근 롯데케미칼은 유망 기술을 가진 국내 스타트업 및 벤처 기업의 ‘스몰 석세스(Small Success)’를 위한 산업 생태계 구축 활동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롯데그룹의 스타트업 투자 전문회사 롯데액셀러레이터와 ‘롯데케미칼이노베이션펀드 1호’를 50억원 규모로 조성해 화학·소재·바이오 분야 스타트업 기업 등을 발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첫번째 펀드 지원 대상기업으로는 고배율 폴리프로필렌(PP) 발포 시트와 수처리용 기능성 미생물 대량 생산 기술을 가진 ‘케미코’와 ‘블루뱅크’가 선정됐다.

이번 선정된 2개 업체 외에도 약 10여개가 넘는 지원 대상 기업을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펀드 금액을 약 200~300억원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원대상 기업도 국내를 넘어 미국·유럽까지 넓혀 유망 기업을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투자·지원을 넘어 사내벤처까지…신선한 피를 수혈하라
가장 큰 경제 주체인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중반부터다. 당시 금융과 헬스케어 분야를 중심으로 기존 산업계가 스타트업과 적극 협력하거나 투자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었다.

글로벌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은 세계 스타트업들과 기술 자문부터 제품·서비스 공유, 인큐베이터 운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바이오헬스 분야 대기업은 특히 스타트업에 관심이 높다.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500스타트업에 따르면 스타트업과 연계성이 가장 높은 분야는 의약품이다. 전체 기업 중 94.1%가 스타트업에 기술을 자문하거나 사업 지원 등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구·개발(R&D)분야의 막대한 비용을 줄이고 신약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신기술 개발이 필요하거나 기존과 다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산업분야의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과 협업해 혁신적 아이디어와 인재를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스타트업 및 IT기업 자문을 전문으로 하는 정호석 변호사는 “대기업은 시장을 새로 개척하는 것보다 이미 활동하고 있으면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기존 회사를 인수하는 것을 고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 직접 거래처를 발굴하고 데이터를 축적하기보다 관련 사업을 잘 운영하고 있는 회사를 인수해 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을 통해 혁신을 꿈꾼다.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을 통해 혁신을 꿈꾼다.

대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스타트업 지원을 사회공헌 사업의 일부로 생각하지 않고 기업 내부에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를 수혈하는 루트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규모가 큰 대기업은 산업 변화 대응이나 의사결정 측면에서 스타트업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 이는 과감한 결정이나 조직의 혁신을 도모하는 것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곤 한다. 스타트업과의 결합은 대기업의 이 같은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 관계자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아 높은 목표에 대해 더욱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도전하는 문화를 장려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새로운 시도”라며 “C랩을 경험한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도전하는 스타트업 스타일의 연구문화를 경험해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 현업에서도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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