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건물주의 이로운 조력자, ‘집꾼’
건물주 임대관리 프롭테크 솔루션 ‘집꾼’ 론칭
외로운 건물주의 이로운 조력자, ‘집꾼’
2020.06.30 13:05 by 최태욱

“말이 임대업이지 사실 건물주 혼자 하는 거잖아요. 인테리어부터 세무 관리까지 신경 써야 할 게 산더미처럼 많지만, 전문성도 없고 정보교류도 부족했죠. 누군가 다리를 놔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정석(36) 더나은건물주㈜대표는 지난 8년 간 원룸 임대업을 경험하며 이 분야의 ‘비효율’을 몸소 체감했다. 운영시스템이나 경영마인드는 하숙촌 전성기였던 70년대 수준이었고 정보의 불균형도 심각했다. 이런 폐해가 고스란히 임차인들의 불만으로 이어지다보니, 임대인과 세입자 간의 관계도 좋을 리 없었다. 

신촌·홍대 지역에서 약 200실 규모의 대학가 원룸임대업을 펼치며, 이 지역 건물주들 사이에서 ‘건물주 계의 유재석’으로 통하던 이정석 대표는 이런 문제를 좌시하지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지난 5월 선보인 것이 바로 건물주 전용 플랫폼 ‘집꾼’이다. 원룸 부동산의 임대관리 데이터와 IT를 적극 활용해 계단청소, 인터넷, 리모델링부터 중개, 화재보험, 세무관리 등 건물주 니즈에 최적화된 임대관리 서비스를 한 곳에 모았다. 지난 8년 간 이 대표가 차곡차곡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네트워크가 한 그릇에 담긴 셈이다. 

 

이정석(사진) 더나은건물주 주식회사 대표
이정석(사진) 더나은건물주 주식회사 대표

| 메뚜기의 다짐 ‘내가 건물주가 된다면…’
경제학을 전공한 이정석 대표는 졸업 후 바로 증권회사에 취직했다. 그 이름처럼 정석에 가까운 커리어였던 셈. 하지만 주식 브로커로서의 삶은 생각보다 유쾌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고객들의 잦은 거래를 유도해 수익을 꾀하는 업무 방식에 점점 회의를 느끼게 되더라”고 회상했다.

좋아하는 금융으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발견한 곳이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었다. 보험회사들의 출자를 통해 사각지대를 보살피는 활동을 펼치는 단체. 그곳에서 무려 10년을 장기 근속했다. 이 대표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전보다 동기부여도 잘되고 보람도 컸다”면서 “재단 특성상 사업, 홍보, 경영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그게 큰 자산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재단 일을 하면서도, 경제학도 특유의 재테크DNA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특히 부동산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여기에는 개인적인 사연도 녹아있다. 대학을 위해 홀로 서울살이를 할 때나, 교환학생으로 프랑스에서 머물렀을 때 집 때문에 한바탕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었던 것. 

“(프랑스) 파리에 있을 때는 1년에 6번 이사한 적도 있어요. 임대인이 너무 괴팍해서, 동거인과 너무 안 맞아서, 시설이 너무 열악해서… 이유는 다양했죠. 그런데 이사 횟수가 늘어날수록  상황은 계속 안 좋아만 지더라고요.”

이 대표는 그 때 다짐 했다. ‘나중에 내가 건물주가 되면,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만 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을 만들어 줘야지…”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다짐이 현실이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정석 대표는 경제학도 출신답게 금융과 부동산에 늘 관심이 많았다.
이정석 대표는 경제학도 출신답게 금융과 부동산에 늘 관심이 많았다.

그의 첫 번째 임대 모델은 문자 그대로 ‘같이 사는’ 형태였다. 처음 서울에 상경했을 때 낡고 허름하지만 꽤 널찍한 단독주택을 전세로 구했는데 혼자 살기엔 다소 아까운 면이 있었다. 이 대표는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열심히 발품 팔아가며 찾은 집이었는데 막상 살아보니 방이 쓸데없이 너무 많더라”고 회상했다. 

화장실과 주방은 공용공간으로 두고, 각각의 방을 전대차(임차인이 임차물을 제3자에게 임대하는 계약) 형식으로 빌려주는 방식. 국내에 ‘셰어하우스’란 개념이 자리 잡기 전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꽤 파격적인 시도다. 

“사실 프랑스에서도 내 방을 쪼개 국내 배낭여행객들에게 민박을 주곤 했었어요. 사람 좋아하고, 공간을 공유하는 것에 큰 부담이 없는 스타일이었기에 가능했던 거죠.”

혹시나 하고 올린 공고였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공고를 올리지 마자 “살겠다”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초기 경쟁력은 단연 ‘가격’이었다. 워낙 오래된 집이라 시세보다 훨씬 싼 값으로 내놓았고, 지갑이 얇은 대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주거 공유에 대한 청년들의 수요를 확인한 이 대표는 같은 방식의 주거모델을 점차 확산시켜나갔다. 

일이 재미있고 본업과 병행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수요가 높다는 게 큰 메리트였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늘어난 주택은 4년 만에 6개가 됐다. 그 사이 ‘사이공감(42SHARE)’이라는 브랜드도 생기고, 40대 이하 청년 전용주택이라는 가이드도 세워졌다. 외국까지 입소문이 나며 외국인 유학생의 비중도 점차 늘기 시작했다. 

 

‘사이공감’에서는 우리나라 청년들이 외국인 청년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이공감’에서는 우리나라 청년들이 외국인 청년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정석 대표의 알토란같던 ‘부업’은 2016년 커다란 변곡점을 맞았다. 그 시발점은 초심의 재발견이었다. 

“문득 ‘내가 생각했던 청년 주거 모델이 이게 맞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유란 게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화장실이나 주방까지 공유하는 건 불편함도 꽤 크거든요. 저도 그 안에 같이 살았으니 누구보다 잘 알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공간 확보도 문제였다. 전세를 쪼개 학생들에게 공간을 내주는 식의 운영은 건물주의 변덕 같은 돌발 상황에 취약했다. 이 대표는 “가격 때문에 낙후된 곳의 건물을  고르다보니 늘 재개발 이슈가 있었다”면서 “실제로 빌라 개발 때문에 방을 빼줘야 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고 했다. 

이 대표의 초심과 앞으로의 안정성을 위한 선택지는 하나. 아예 건물을 매입해 청년들에게 임대를 주자는 것이었다. 어렵사리 결정을 내리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들을 모두 정리하고 은행 대출을 받았다. 뜻이 맞는 동료들의 재원까지 싹싹 긁어모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서강대학교 인근에 3층짜리 건물을 하나 구입했다. 아무도 내쫒지 못하며,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발상이 자유로워진 그곳에서 본격적인 신촌 시대의 막이 열린 것이다. 

 

| 더 나은 건물주가 되는 길, 집꾼이 동행합니다 
과감한 선택과 공격적인 투자의 열매는 달았다. 화장실과 주방이 따로 있는 원룸형으로 주거 콘셉트가 바뀌고, 옥상을 ‘루프탑’으로 꾸미는 등 창조적 손길이 더해지자 자연스레 뜨거운 반응이 따랐다. 이 대표는 “전세형의 콘셉트가 저렴한 방이었다면, 매입형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급스러운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테리어나 시공 전문가 그룹을 엄선해 손발을 맞췄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보통 대학가 원룸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들이 있어요. 누런 장판이나 싱크대, 고루한 벽지와 촌스러운 타일 같은 것들이죠. 우린 모든 요소에 비즈니스 호텔의 느낌을 내려고 노력 했어요. 사실 발상과 시도의 문제죠. 고급스럽게 꾸민다고 돈이 더 많이 들어가는 건 결코 아니거든요.”

전략은 탁월했다. 집을 보러 오면 그 즉시 계약하는 수준으로 공간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외국인 유학생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것도 이 시점부터였다. 그리고 또 5년, 이번에도 건물은 6개로 늘어나 있었다. 6개 모두 전세가 아닌 매입한 건물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정석 대표가 제공하고 있는 원룸의 인테리어

남들은 하나 장만하기도 힘든 건물을 6개나 관리하다보니 리모델링, 청소, 보험, 화재, 가스, 세무 등 어떤 분야를 해도 최소 6배의 경험치를 축적한다. 다양한 IT기술을 접목해 비효율을 줄여나가려는 시도 역시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특히 기간에 따라 반복되는 업무들이 많은 건물 관리의 특성상, 매번 새로운 것을 시도해가며 자기만의 노하우를 습득한 것은 큰 재산이다. 이 대표는 “나태하거나 발전하지 않는 외주 업체들은 떨어져나가고, 믿을만한 업체들과는 계속 간다”면서 “자연히 양질의 네트워크가 생기고, 그게 점점 두터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부터 자가까지 차근차근 학습하며 얻은 이 대표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양질의 네트워크는 신촌 지역 부동산과 건물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인근 건물주들의 상담과 컨설팅 요청이 쇄도해 퇴근 시간이 따로 없을 정도. “하수도 공사를 해야 하는데 어디가 좋냐?” “인터넷은 어떻게 해야 가장 싸냐?” “공실이 없는 비결이 뭐냐?” 등 상담 거리도 각양각색이다. 

“이 지역 건물주 분들이 대체로 나이가 많아요. 혼자 일하시다보니까 인터넷도 익숙지 않고, 딱히 정보를 교류할 곳도 없죠. 저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다양한 고민과 경험을 했기 때문에 해드릴 수 있는 얘기가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모든 요구와 문의를 일일이 응대할 수는 없는 노릇. 이런 소통의 창구가 되며, 솔루션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는 서비스가 바로 이번에 론칭한 ‘집꾼’이다. 

 

건물주를 위한 프롭테크 솔루션 집꾼의 홈페이지
건물주를 위한 프롭테크 솔루션 집꾼의 홈페이지

클릭 한 번 혹은 전화 한 통이면, 공실 관리부터 외부 업체 선정까지 건물 관리의 전 영역을 스마트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 청소나 세무 등 큐레이팅한 외주 서비스를 이용하면, 집꾼에서 약간의 수수료를 취하는 구조다. 기본적인 서비스 외에도 계단청소와 에어콘 청소를 결합해 가격을 낮춘다거나, 방역 관리를 추가하는 식의 번들 상품도 현재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굳이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집꾼의 가치는 쏠쏠하다. ‘공실’이 가장 큰 이슈인 건물주에게 신촌 지역 100군데 이상의 부동산에 공실 정보를 쏴주는 ‘공실정보 공유지원’ 서비스는 꽤 매력이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건물주의 휴가 기간 동안 대신 긴급임대관리를 책임지는 ‘안심 휴가지원’ 서비스(연 최대 7일 이용 가능)도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더나은건물주’라는 온라인 매거진을 발행, 건물주들과 시대가 요구하는 상생 임대관리법을 공유하려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현재 집꾼이 서비스하고 있는 신촌 지역의 건물들
현재 집꾼이 서비스하고 있는 신촌 지역의 건물들

이제 겨우 론칭 한 달 째, 아직은 지역 건물주들과의 소통을 늘려가며 신뢰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차근차근 준비한 만큼, 앞으로의 행보 역시 서두를 마음이 없다. 하지만 이미 소문을 듣고 각종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물주가 200명이 넘는다. 무료 서비스를 경험한 후 유료 상품으로 이어지는 케이스도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전수 조사 결과, 신촌‧홍대 지역에만 2100여 분의 건물주가 원룸 임대업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올해 안의 그분들의 80%와 소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집꾼의 확장성에 대한 복안도 이미 마련해 놓은 상태다. 신촌 지역에서 시장성을 확인하면, 더 많은 건물과 재학생을 보유한 회기 지역으로 진출할 계획. 최종 목표는 ‘집꾼’을 통해 모인 건물주들에게 건물 관리뿐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컨설팅까지 제안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무슨 서비스든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만족이잖아요. 임대 관리 부분이 선진화되면, 그 수혜는 임대주와 임차인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플랫폼이 안정화된 다음에는 여행, 건강, 재테크 등 건물주의 일상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고품격 서비스도 개발해 볼 예정입니다.”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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