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유니콘 둥지로!’ 그 야심찬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한국을 유니콘 둥지로!’ 그 야심찬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2020.07.14 14:16 by 이창희

오늘날 모든 스타트업의 꿈은 유니콘이다. 비상장으로 10억달러라는 엄청난 기업 가치를 이룩해야만 주어지는 영예로운 칭호. 상상 속의 동물처럼 희소성이 있다는 이유로 차용된 용어다. 스타트업 최전성기를 맞은 요즘엔 유니콘을 얼마나 보유했는가가 선진국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이에 우리 정부 역시 창업지원 역량을 총동원해 유니콘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벤처 4대 강국 진입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정부 주도의 비효율 속 우려 사이에서 거대한 프로젝트가 닻을 올렸다.

 

일명 ‘FAANG(페이스북ㆍ아마존ㆍ애플ㆍ넷플릭스ㆍ구글)’의 뒤를 이은 테크 유니콘 기업 ‘PULPS(핀터레스트ㆍ우버ㆍ리프트ㆍ팰런티어ㆍ슬랙)’는 지난해 나스닥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사진:DELBO ANDREA/Shutterstock.com)
일명 ‘FAANG(페이스북ㆍ아마존ㆍ애플ㆍ넷플릭스ㆍ구글)’의 뒤를 이은 테크 유니콘 기업 ‘PULPS(핀터레스트ㆍ우버ㆍ리프트ㆍ팰런티어ㆍ슬랙)’는 지난해 나스닥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사진:DELBO ANDREA/Shutterstock.com)

┃뿔 달린 말, 유니콘을 아십니까
기업 가치는 여러 기준으로 평가한다. 매출부터 잠재성, 독자 기술, 대표 및 구성원의 역량 등이 그것이며 보통은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이 보유한 가치를 측정하게 된다. 그렇기에 인력과 자본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스타트업이 조 단위 기업 가치를 갖추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전설 속 동물의 이름까지 가져다 붙인 이유도 그래서다.

유니콘이란 명칭은 2013년 벤처 투자자인 에일린 리가 처음 사용했다. 전 세계 투자자 및 기업가들에게 각종 통계를 제공하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는 유니콘을 매년 집계해 발표한다.

현재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으로는 미국의 우버·에어비앤비·핀터레스트·깃허브·몽고DB·슬랙·에버노트, 중국의 샤오미·디디추싱·DJI, 등이 대표적이다.

CB인사이트에 등록된 유니콘은 지난해 말 기준 426개로, 미국(210개)과 중국(102개)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22개), 인도(18개), 독일(11개), 한국(11개) 등이 그 뒤를 쫓고 있다.

 

2019년 전 세계 유니콘 조사 결과.(자료: 후룬 연구소)
2019년 전 세계 유니콘 조사 결과.(자료: 후룬 연구소)

한국의 유니콘은 쿠팡(90억달러)을 비롯해 크래프톤(50억달러), 옐로모바일(40억달러), 위메프(26.5억달러), 우아한형제들(26억달러), 비바퍼블리카(22억달러), 무신사(18.9억달러), L&P코스메틱(17.8억달러), 지피클럽(13.2억달러), 야놀자(10억달러), 에이프로젠(10억달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유니콘에서 파생된 명칭도 여러 가지다. 유니콘의 10배, 그러니까 100억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가진 이들은 ‘데카콘’이라 부른다. 1000억달러의 경우 ‘헥토콘’, 유니콘이었다가 사라진 이들은 ‘유니콥스’, 그리고 상장한 유니콘은 ‘엑싯콘’이라 일컫는다.

 

┃‘2022년까지 유니콘 20개’…엑셀 밟는 정부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야심찬 선포가 세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벤처 4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오는 2022년까지 20개의 유니콘을 정부 차원에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이른바 ‘K-유니콘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정부는 현재 11개인 국내 유니콘 대부분이 IT와 플랫폼 사업 부문에 국한돼 있는 것을 넘어, 바이오헬스·미래차·시스템·반도체 등 ‘빅3’와 디지털·네트워크·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 분야 위주의 유니콘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세부 계획도 수립됐다. 해당 분야 스타트업 250개와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개를 2022년까지 발굴해 지원한다는 것. 아울러 전문평가단과 국민평가단을 구성하고 선발된 기업들에게 최대 159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윤곽도 드러났다. 자금 지원을 위해 ‘점프업’ 펀드를 1조원 규모로 조성하고 유니콘 등재 단계에서 모태펀드가 최대 200억원까지 매칭투자하는 K-유니콘 매칭펀드도 마련한다.

제도적 지원책도 잊지 않았다. 규제 해소와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동시에 비상장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에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도록 벤처기업특별법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K-유니콘 프로젝트.(자료: 중소벤처기업부)
K-유니콘 프로젝트.(자료: 중소벤처기업부)

이를 바탕으로 K-유니콘 프로젝트는 크게 두 갈래로 이뤄져 진행된다. 기업 가치 1000억원 이하 업력 7년 이내의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아기유니콘 200 육성사업’이 그 하나, 1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예비유니콘 특별보증’이 나머지 하나다.

정부는 이미 지난달 아기유니콘 200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혁신적 사업모델과 성장성을 보여준 스타트업 40개사를 아기유니콘으로 선정했다. 업력이 7년 이내이면서, 누적투자액이 2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의 잠재력 충만한 기업들로, 최종 경쟁률은 6.3대 1이었다. 이들에겐 2022년까지 유니콘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예비유니콘 특별보증은 66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두 달여간 1차 서류평가와 2차 기술평가 및 3차 심의위원회를 했고, 최종 평가에 참여할 30개 기업을 선정했다. 중기부는 이중 15곳을 이달 중순경 최종 낙점할 계획이다. 선발된 이들에게는 기술보증기금에서 최대 100억원까지 특별보증을 제공한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한국형 유니콘의 새로운 기준 마련에도 돌입했다. 그동안 외국계 평가기관의 자의적 기준에 따른 유니콘 선정으로 기업 가치가 왜곡되는 등 각종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CB인사이트 외에도 월스트리트저널, 테크크런치, 중국의 후룬 리포트 등이 저마다 조금씩 다른 기준으로 집계하고 있어 우리만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정부는 2022년까지 유니콘 20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유니콘 20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부 주도 ‘양식 유니콘’의 한계
이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에도 업계 일각에서는 걱정스런 눈초리가 없지 않다. 정부 주도의 유니콘 육성이 실현 가능성을 떠나 실효성 측면에서 짚어볼 지점이 있고, 거창한 계획에 비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 눈에 띈다는 지적이다.

가장 첫 번째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들고 키워낸 스타트업은 아무리 유니콘이라 해도 시장 평가가 낮을 것이란 우려다. 중국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보호 아래 육성된 거대 스타트업들은 자국 대기업의 ‘묻지마’ 투자로 인해 기업 가치가 과대평가돼 있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이는 해외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의 기업 가치가 실리콘밸리 기업들보다 2~3배 높게 책정돼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지난해 중국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액은 전년 대비 ‘반의 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한국 정부가 만들어낸 유니콘 역시 그 같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정부의 K-유니콘 프로젝트는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정부의 K-유니콘 프로젝트는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렇게 만들어진 ‘양식 유니콘’이 글로벌 무대로 나아갔을 때의 생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까지 세계적으로 많은 유니콘이 등장했지만 계속해서 승승장구하는 이들보다 그렇지 못한 이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국내의 한 엑셀러레이터 관계자는 “그 유명한 우버나 리프트도 나스닥 상장 이후 주가수익률이 크게 떨어지는가 하면 기대되던 기업들의 IPO 철회도 잇따르고 있다”며 “글로벌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준은 생각보다 훨씬 높다”고 꼬집었다.

아기유니콘 등 유니콘 이전 단계의 세분화가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유니콘 숫자가 많아지는 것보다 내실 있는 스타트업이 많이 생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스타트업을 세세하게 단계별로 나누고 그에 따른 지원 방식을 찾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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