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짜 사나이’에 열광하는가?
왜 ‘가짜 사나이’에 열광하는가?
2020.07.29 18:15 by 곽팀장

이름부터 ‘가짜 사나이’입니다. 최근 유튜브에서 인기 영상 탭을 휩쓸고 있는 예능 콘텐츠가 화제입니다. 22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에서 론칭된 이 컨텐츠는 7월 한 달간 누적 조회 수 1000만 회 이상을 확보하면서 강력한 디지털 시대의 예능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과거 MBC에서 방송된 ‘진짜 사나이’를 모티브로 기획된 군대 체험 예능이란 점은 꽤 익숙합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 대중들에게 소비된 포맷이 다시금 큰 인기와 반향을 얻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진짜가 되고 싶은 가짜들의 만남’이라는 모토로 시작된 가짜 사나이는 사전 지원자 모집 과정부터 총 1200명의 신청자와 1:200의 높은 경쟁률을 거쳐 각자 개성이 뚜렷한 6명을 선발해냈습니다. 최종 선발된 지원자들이 해맑은 표정으로 훈련장에 입소하는 것까지는 낯익은 풍경이지만, 일반병 훈련이 아닌 실제 UDT 특수부대 요원의 강도 높은 실전 훈련을 받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최정예 특수부대 훈련과정을 일반인이 체험한다는 것도 흥미 요소이지만, 단순히 힘들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재미로 느끼지는 않습니다. 극한 직업과 가짜 사나이가 구별되는 매력은 콘텐츠를 이끌어가는 지원자들 그리고 교관들이 가진 각각의 매력이 버무려지는 ‘캐릭터 쇼’라는 점입니다.

 

| 우리가 악마 교관을 응원하는 이유
과거 군대 체험 예능에서는 지원자들이 주인공 역할을, 호랑이 교관은 조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가짜 사나이에 교관으로 출연한 이근 대위와 에이전트 H는 단순히 특수부대 출신이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동시에 세계적인 수준의 밀리터리 전문가이자 보안 컨설턴트로 활동 중입니다. 또한 이들은 모두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유튜버로서 지원자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뿜어냅니다. 시청자들은 이리저리 구르는 지원자들을 격려하기도 하지만 교관들의 고충을 응원하기도 합니다. 지원자의 시각에서만 따라갔던 플롯이 아닌 시작부터 악역을 응원하는 입체적 예능이 된 것이죠.

 

6명의 지원자들도 수십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이지만 이들의 팬들도 교관을 응원합니다. 일부 지원자의 돌발행동과 불성실한 태도는 군대 예능의 관전 포인트인 긴장감을 선사하는데, 이들을 윽박지르는 교관을 보면서 답답했던 감정선을 해소해주는 통쾌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결국 말썽을 일삼던 지원자가 보이는 나약한 모습과 교관의 인간적인 빈틈이 조화를 이루면서 다양한 캐릭터와 입체적인 성격을 버무린 캐릭터 쇼라는 점이 가짜 사나이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 “너 인성 문제 있어?”
교관들은 지원자의 감정을 자극해 퇴교를 유도하고자 수위 높은 비방용 언어와 욕설을 던집니다. 공중파 예능이라면 흔적 없이 사라질 장면이지만, 가짜 사나이는 리얼리티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과거 진짜 사나이도 연출과 대본이 없는 리얼리티 예능을 표방했지만, 시즌이 거듭되고 화제성이 떨어지자 지원자가 군대에 드라이기와 인형을 들고 가는 등 작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가짜 사나이는 예능보다는 인간극장이나 르포 같은 다큐멘터리의 성격에 더 가깝습니다. 방송용으로 훈련 강도를 낮추지 않고 웃음을 위한 연출은 최소화하지만, 고된 훈련에 악을 쓰는 지원자에게 입 냄새 나니까 입을 다물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교관의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강도 높은 생생한 훈련 장면과 사실적이고 담백한 연출은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 채널 장벽 사라진 유튜브 유니버스
가짜 사나이를 보고 있으면 명절 특집으로 방송되는 아이돌 올림픽이 생각납니다. 교관들은 교관들대로, 6명의 지원자들 또한 모두 유튜버로서 각각의 팬층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캐릭터들이 한곳에 모여 이뤄내는 하모니가 콘텐츠의 기대감과 시너지를 높여주는, 가짜 사나이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캐릭터 쇼이자 동시에 유튜브 시대의 유니버스 예능입니다.

그동안 유튜브의 콘텐츠들은 각각의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을 기준으로 론칭되어 왔습니다. TV 방송국이 서로 다르듯 각각의 유튜브 채널은 저마다의 콘텐츠로 경쟁하는 관계였던 것이죠. 하지만 점차 유튜브가 영향력 높은 미디어이자 콘텐츠 플랫폼으로 단단하게 성장하면서 그들만의 이해관계가 생태계 융합을 만들었고, TV 예능에 뒤지지 않는 인기 콘텐츠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유튜브가 시청자 취향에 맞는 채널을 구독하는 개인화 플랫폼의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그 개인의 취향들을 대중의 취향으로 조합하는 연합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득 작년 예능 시상식에서 방송인 김구라 씨가 3사 예능 시상을 통합하자고 한 말이 생각납니다. 낡은 채널 권력은 허물고 철저하게 신선한 콘텐츠로서 시청자를 사로잡아야 한다는 일침이었겠죠? 각자의 취향으로 흩어진 시선이 재미와 감동으로 한 데 모이는, 디지털 시대의 시선이었습니다.

 

※본 콘텐츠는 곽태영(http://brunch.co.kr/@kty0613) 마케팅 칼럼니스트와 더퍼스트미디어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필자소개
곽팀장

10년차 디지털 마케터 & 마케팅 칼럼니스트 brunch.co.kr/@kty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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