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가장 보통의 엑셀러레이터, ‘비더시드’의 고민
우리 시대 가장 보통의 엑셀러레이터, ‘비더시드’의 고민
2020.08.10 16:52 by 이지섭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스타트업이지만, 그 무대 너머엔 더 다양한 스토리가 숨어있다. 엑셀러레이터를 위시한 민관지원기관, 폭발적 성장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을 좇는 미디어까지. Beyond The Stage는 조명이 꺼지는 순간 시작되는 스타트업 필드의 ‘찐’ 스토리다. 

국내에 엑셀러레이터의 개념이 도입되던 초기, 흐름을 주도한 건 1세대 벤처 기업가들이었다. 대규모 엑시트(Exit, 투자회수) 경험을 통해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한 이들은 창업 노하우와 막대한 자금을 후배 창업가들에게 투자했고, 기관의 이름을 내건 데모데이를 운영하며 인지도를 쌓아왔다. 이로 인해 많은 스타트업이 성공적으로 성장했고 혁신을 일궈냈다. 이후 스타트업의 경제적 가치와 기술적 혁신을 인정한 대기업은 자본과 인프라를 활용해 기업차원의 엑셀러레이터를 설립했고, 정부는 벤처기업을 저성장 시대의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하며 창업지원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명실상부 스타트업 붐이 일자, 엑셀러레이터의 숫자도 대폭 늘어났다.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된 엑셀러레이터는 55개였지만 3년 만에 249개로 불어났다. 그중에는 개개인의 인맥과 자본으로 뭉쳐진 ‘중소형’ 엑셀러레이터도 있다. 대기업이나 정부의 지원기관에 비하면 작은 편에 속하지만, 각자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업계 네트워크를 토대로 스타트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늘 소개할 강소 엑셀러레이터 ‘비더시드’도 그 중 하나다. 

 

엑셀러레이터 비더시드 (사진:비더시드)
엑셀러레이터 비더시드 (사진:비더시드)

┃지속가능성 고민은 스타트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비더시드는 2018년에 설립된 후 3년간 쉼 없이 달려왔다. 서울대학교와 현대차가 공동주관한 기술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 <이노베이션 탱크>, 한국무역협회 주관으로 국내 스타트업을 해외로 진출시켰던 <글로벌 스타트업 스쿨>,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관하며 국내에 진출하려는 해외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K스타트업 그랜드챌린지> 등 굵직한 프로그램의 운영기관으로 참여하며 경력을 쌓아왔다. 하지만 비더시드 이유환 대표는 “다른 강호들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어느 정도 겸손이 작용했겠지만, 직접 만나 본 그는 실제로 많은 고민을 품고 있는 듯했다. 그는 엑셀러레이터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성’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일반적인 엑셀러레이터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에요. 첫 번째가 투자수익인데,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한 후, 구주를 매각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형태죠. 하지만 스타트업 투자로 수익을 내려면 최소한 20-30개에는 투자를 해야 하고, 지속가능성까지 생각하면 수백 개까지 확대해야하죠. 하지만 그만한 재원을 확보한 엑셀러레이터가 얼마나 되겠어요?”

 

엑셀러레이터의 가장 일반적인 수익구조는 ‘지분투자’다. (사진:엑셀러레이터 국내외 운영현황)
엑셀러레이터의 가장 일반적인 수익구조는 ‘지분투자’다. (사진:엑셀러레이터 국내외 운영현황)

생각해 보니 그렇다. 중기부에 등록된 249개의 엑셀러레이터 중 수백 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성장하기까지 너끈히 견딜 수 있는 인내자본을 보유한 기관이 과연 몇 개나 될까? 아마 자신의 이름을 내 건 데모데이를 진행하는 기관들 정도일 것이다. 

이 대표가 말하는 두 번째 수익모델은 정부나 기관 사업의 운영 대행이다. 정부예산으로 진행되는 창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운영까지 도맡고, 용역비를 받는 형태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명확하다고 한다. 

“스타트업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육을 제공하려면 필드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실무자들을 섭외해야 해요. 각 분야에 맞는 전문가들을 많이 섭외할수록 교육의 질은 높아지겠지만 수익을 남기기는 어려워지죠. 수익을 남기기 위해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것은 더 말이 안되고요.”

 

비더시드는 그간 다양한 종류의 교육프로그램을 쉼 없이 진행해왔다. (사진: 비더시드)
비더시드는 그간 다양한 종류의 교육프로그램을 쉼 없이 진행해왔다. (사진: 비더시드)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스타트업에게는 급한 불을 꺼줄 수 있는, 실무에 관한 멘토링이 필요하다. 교육을 진행하는 비더시드는 그게 내부에 상주하는 인력이든 외부에서 섭외하는 인력이든, 실무 전문가들을 섭외하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이게 된다. 이에 비해 용역비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그리 크지 않다. 회사의 운영비를 충당할 수는 있으나, 엑셀러레이터로서 규모를 확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은 비단 비더시드만의 고민이 아니다. 중소형 엑셀러레이터들은 이처럼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에 대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엑셀러레이터가 어떤 집단인가. 매 순간 문제를 직면하는 스타트업이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문가 집단 아닌가. 그렇다면 이들이 어떻게 현재의 상황을 타개해나가고 있는지가 궁금해진다. 

 

┃눈높이는 같지만 시야는 보다 넓은, '컴퍼니 빌더' 
“비더시드는 점점 ‘컴퍼니빌더’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어요. 팀 내부에서 Ideation을 거친 뒤에 이를 함께 할 수 있는 인재나 팀을 외부에서 발굴하는 거에요. 사업 초기에 같이 일하며 핵심 리소스를 제공하고, 사내벤처에서 스핀오프 시키는 형태죠.” 

컴퍼니 빌더는 일종의 스타트업 지주회사다. 좋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팀을 찾아서 초기에 같이 일을 하며 회사가 성장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돕는 식이다. 비더시드는 현재의 엑셀러레이터가 겪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으로 ‘컴퍼니빌더’를 내세웠다. 실제로 현재 비더시드는 컴버니빌더로 산삼구독서비스 ‘삼이오’, 연예인 홍석천과 함께 하는 라이프스타일 커머스 ‘홍마담샵’을 운영 중에 있다.

 

컴퍼니빌더는 Ideation부터 사업개발, 성장과정을 스타트업과 함께한다. (사진:laptrinjx.com)
컴퍼니빌더는 Ideation부터 사업개발, 성장과정을 스타트업과 함께한다. (사진:laptrinjx.com)

이유환 대표는 엑셀러레이터를 설립하기 전부터 스타트업 필드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과거 직장에 다니며 사이드 창업을 했었고, 스스로 스타트업 플레이어가 되어 많은 엑셀러레이터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가 당시에 느꼈던 건 엑셀러레이터들이 ‘육성보다는 투자에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본질은 육성에 있다고 생각했다. 비더시드를 출범시킬 때부터 ‘밀착 보육’을 내세운 그는 컴퍼니빌더로의 변모가 이러한 ‘밀착욕구’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많은 엑셀러레이터들이 있는데, 그 중에 막상 창업을 해본 사람이 별로 없어요. 테니스를 쳐보지 않은 사람이 코칭을 할 수 없듯이, 창업을 겪어보지 않으면 이야기하기 힘든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는 거죠”

엑셀러레이터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수십 수백 개의 스타트업을 만나게 된다. 자연스럽게 시야가 넓어지고, 전체적인 틀을 볼 수 있게 된다. 동시에 컴퍼니빌더는 스타트업을 직접 운영하며 디테일을 포착한다. 업무사항에 세부적인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노하우가 쌓인다. 시야를 넓히는 동시에 좁힐 줄도 알게 된다. 

컴퍼니빌더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비더시드의 행보에는 일종의 ‘울림’이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도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코치가 실제로 경기에 참여해 부진한 실력을 보이면, 갖고 있는 명예마저 잃을 수 있다. 엑셀러레이터가 직접 현장에 들어가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비더시드는 이에 개의치 않는다.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건 정말로 어렵죠. 그건 스티브잡스도 어려워하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 현역에서 플레이를 해야 해요. 그래야 보육하는 스타트업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볼 수 있을 테고, 동료로서 같은 곳에 있다는 정신적 지지도 줄 수 있죠. 같은 눈높이에 있지만, 더 멀리 볼 수 있을 때 정말로 좋은 멘토링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비더시드에게 보육 스타트업은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료와 같다. (사진:Unsplash)
비더시드에게 보육 스타트업은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료와 같다. (사진:Unsplash)

 

필자소개
이지섭

배우며 쓰고 쓰면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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