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예술가에 의한, 예술가를 위한 플랫폼
홍종철 로그아트 대표 인터뷰
예술가의, 예술가에 의한, 예술가를 위한 플랫폼
2020.08.12 13:14 by 이창희

예술은 고귀하다. 하지만 배고프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예술인들 10명 중 7명의 월수입이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지 않은 예술인들이 자신의 재능과 상관없이 ‘호구지책’에 나서는 이유다. 홍종철(37) ‘로그아트’ 대표 역시 그랬다. 그에겐 넘치는 열정과 그에 걸맞는 실력이 있었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발목을 잡았다. 그 경험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리고 이내 평생 풀어내야 할 숙제가 됐다. 생계 고민으로 인해 꿈을 포기할 위기에 빠진 예술가들. 그들의 꿈을 포기하지 않게끔 돕고 싶었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예술작가를 위한 콘텐츠 스타트업 ‘로그아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홍종철 로그아트 대표.(사진: 로그아트)
홍종철 로그아트 대표.(사진: 로그아트)

|미술과 떨어질 수 없었던 삶
충북 출신의 홍 대표는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어려서부터 눈에 보이는 것이면 무엇이든 그리고 봐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그림에 푹 빠졌다. 단순히 어릴 적 스쳐가는 취미가 아니었다. 그림에 대한 그의 재능은 학창시절의 꿈과 열정을 자양분 삼아 쑥쑥 자라났다.

미대에 진학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 사정 때문이었다. 4년 동안 들어갈 학비를 생각하면 망설임은 당연한 것이었다. 결국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었던 홍 대표는 현실과 타협했다. 실습 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드는 동양화를 선택한 것이 절충안이었다.

“그림 말고는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 종류는 상관없다고 생각했죠. 성공에 대한 확신이나 자신감이라기 보단 좋아하는 것을 해야 행복할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좋아하는 그림과 함께한 시간은 행복했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앞서지 못한다는 옛말을 증명하듯 그에게는 눈부신 성과가 뒤따랐다. 재학 시절 전국대회 대상에 이어 미술 분야의 신춘문예 격인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도 입상했다. 그의 앞엔 작가로서의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영상 촬영 작업 중인 홍종철 대표.(사진: 로그아트)
영상 촬영 작업 중인 홍종철 대표.(사진: 로그아트)

하지만 현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미술을 전공한 이들은 많았고, 실력이 뛰어난 작가들 역시 넘쳐났다. 전업 작가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좁은 문’이었다. 그가 2008년 졸업과 함께 대학원 진학을 선택한 이유도 그래서다. 작가로서 돈을 벌기 어렵다면 강의로라도 수입을 만들어야겠다는 일종의 ‘보험’이었던 셈. 2011년 대학원 졸업과 함께 그는 대학 강사와 예술고등학교 실기 강사 등을 병행하며 개인적인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문화예술연구원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림과 동떨어진 삶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그림에 몰입했다고 볼 수도 없는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고정 수입 없이 패기로만 버티는 게 용기가 아니란 걸 이미 깨달은 후였으니까요.”

 

|쉽지 않았던 첫 삽 뜨기
이 기간 동안 홍 대표는 총 5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5번째 전시가 2015년이었는데, 당시 작가로서 마지막 창작이란 생각에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생업과의 병행이 불가피했던 만큼, 마지막까지 자신의 모든 열정을 온전히 불태우지 못했다.

진한 아쉬움 속에 그의 표현대로 ‘붓을 꺾은’ 홍 대표는 그 여운을 다른 방식으로 해소하려했다. 바로 창업이었다. 2017년 1월, 본격적인 창업 준비에 돌입했다. 사실 대단한 아이디어나 비즈니스 모델 같은 건 없었다. 그저 본인과 같은 처지의 작가들을 돕고 싶다는 일념이 밑천의 전부였다.

이후 집에서 가까운 충북대를 찾아 일반창업 강좌를 수료하면서,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구체적인 사업화 과정까지 공부했다. 이어 그해 하반기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보육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스쿨’ 2기에 선발돼 다양한 코칭과 멘토링도 소화했다. 그 과정을 통해 그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편집해 콘텐츠로 만드는 서비스를 개발해냈다.

“사업에 대한 확신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했어요. 그냥 무작정 열심히 했죠. 감사하게도 (스타트업 스쿨) 2기 최우수상을 수상하게 됐는데, 그때부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서서히 빛이 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한 자리에 모인 ‘팀 로그아트’. 뒤에서 주먹을 불끈 쥔 이가 홍종철 대표다.(사진: 로그아트)
한 자리에 모인 ‘팀 로그아트’. 뒤에서 주먹을 불끈 쥔 이가 홍종철 대표다.(사진: 로그아트)

홍 대표는 이듬해인 2018년 1월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신의 작품을 제대로 알릴 줄 모르거나 애를 먹는 작가들을 고객으로 설정했다.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전문 큐레이터를 섭외해 작품을 촬영한 뒤 이를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방식. 이를 통해 자연스레 작가의 브랜딩을 꾀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세련된 방식으로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작가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어필은 작가들에게 그다지 소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홍 대표가 제시한 30만원이라는 제작비용이 부담스럽다는 반응만 되돌아왔다. 설상가상 연초부터 밤을 새워가며 준비했던 정부의 창업 지원사업에 줄줄이 낙방하면서 점차 동력을 잃어갔다.

“1년을 넘게 준비하고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그 정도로 반응이 냉담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불안감이 극에 달했죠. 나이는 계속 먹어가는데 수입은 턱없이 적고… 기간제 교사라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암울한 상황이었죠.”

 

|세상 모든 작가들을 위한 플랫폼
좌절에 빠져 있던 그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그해 하반기 충북 지역에 청년창업사관학교가 처음 생긴 것.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도전한 결과 선발이 될 수 있었고, 뒤이어 새로이 문을 연 충북 콘텐츠코리아랩에도 입주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심리적인 안정감 속에 사업의 발판을 다질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이다.

종전의 실패를 거울삼아 사업 방식을 전환했다. ‘B2C’가 어렵다면 답은 ‘B2B’ 혹은 ‘B2G’였다. 국공립과 사립을 가리지 않고 전국 미술관에 메일을 돌리고 직접 찾아다니며 자신의 사업과 목적을 설명했다.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업로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작품들의 판매도 수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바로 지금의 ‘로그아트’다. 작가 및 작품에 대한 상세한 소개는 물론이고, 작품의 구매 및 배송까지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작가들을 돕겠다는 마음만 강했을 뿐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이익에 대해 다소 둔감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을 해결하니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죠.”

 

로그아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들.(사진: 로그아트)
로그아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들.(사진: 로그아트)

수많은 시행착오와 부침을 겪었지만, 그 결실은 차근차근 맺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우민 아트센터, 쉐마 미술관, 대청호 미술관, 청주 시립미술관과 차례로 계약이 성사됐다. 미술관 소속의 작가들이 만든 작품을 영상으로 제작해 제공했다. 개별 채널이 없는 미술관의 경우 로그아트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는 등 홍보대행사 역할까지 수행했다.

수익이 발생하고 입소문이 나면서 개별 작가들의 영상제작 의뢰도 쇄도했다. 그해 3월에는 처음으로 로그아트를 통한 작품 매매가 이뤄지기도 했다.

올해 초 코로나19로 인해 경기 전반이 침체기에 접어들었지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로그아트의 특성상 큰 피해를 비껴갈 수 있었다. 오히려 영상 콘텐츠의 약진 속에 이들의 영역은 더 넓어지고 있다.

로그아트는 오는 10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아트페어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시·네트워킹·판매·경매까지 모두 이뤄지는 예술인들의 장이다. 홍 대표는 공간을 마련하고 작가를 섭외하는 등 페어 준비에 눈코 뜰 새가 없다. 이와 함께 하반기에는 로그아트 이름을 단 어플리케이션 출시도 예정돼 있다.

“훌륭한 실력과 개성을 갖고 있지만 빛을 보지 못하는 젊은 작가들이 많아요. 그들의 마음과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과 대중을 잇는 견실한 징검다리가 되고 싶어요.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더 많이 알리고, 대중은 미술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요. 그러다보면 미술계 전반에도 활력이 넘칠 것이라고 믿습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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