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 코로나 시대…세상에 없던 마스크가 온다
이해곤 솔루디 대표 인터뷰
네버엔딩 코로나 시대…세상에 없던 마스크가 온다
2020.08.25 19:18 by 이창희

“이 마스크의 원리는 이렇습니다. 자, 보시면 들숨이 들어오면서 필터에 불순물이 걸러지고, 날숨이 나가는 동안 외부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완벽히 차단하죠. 아, 디자인은 곧 더 좋아질 겁니다.(웃음)”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만난 이해곤(41) 솔루디 대표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그가 선보인 마스크에서는 그간 수없이 흘린 땀과 오랜 노력의 향기가 묻어났다. 전 국민 마스크 착용 시대를 맞아 고성능 마스크를 만드는 건 그가 자처한 숙제였고, 이제 그 결과물이 드디어 세상의 빛을 보려 한다.

 

이해곤 솔루디 대표.(사진: 솔루디)
이해곤 솔루디 대표.(사진: 솔루디)

|40대를 앞두고 나선 첫 창업 도전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졸업 후 한 중견기업의 환경소재 부서로 들어갔다. 해당 부서에서는 반도체 현장의 실내 공기오염을 막기 위한 제품군을 생산했는데, 기술 영업이 그의 주 업무였다.

오랜 기간 일을 해오는 동안 그는 환경오염에 맞서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데 에너지를 쏟았다. 그렇게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을 살릴 기회를 찾고 싶었고, 이는 자연스레 창업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2018년 가을, 이 대표는 충북에 처음 문을 연 청년창업사관학교의 모집 공고를 접했다. 자신이 구상했던 모델을 실전에 적용해보고 전문가들의 코칭을 받으며 비즈니스를 다듬을 수 있는 기회였다. 주변의 만류와 내적 갈등이 없진 않았지만, 그 고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저를 아는 사람들의 반대가 적지 않았어요. 비교적 안정적인 회사에서 고생 끝에 이제 자리를 잡았는데 왜 앞날이 불투명한 도전에 나서느냐는 거였죠.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 할 것 같았어요. 만 39세라는 나이제한도 있고… 아, 물론 기술창업은 만 49세까지였지만 그땐 몰랐죠.(웃음)”

 

‘세상에 없던 마스크를 만든다’ 솔루디 멤버들.(사진: 솔루디)
‘세상에 없던 마스크를 만든다’ 솔루디 멤버들.(사진: 솔루디)

청년창업사관학교 1기에 당당히 선발된 이 대표는 전문가들 앞에서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BM)을 야심차게 공개했다. 초기 구상했던 BM은 태양광 유지 보수와 관련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그가 설계한 제품의 실제 구현을 위해선 보완해야 할 것들, 다시 말해 빈틈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개발과 생산도 문제였다. 단순할 거라 예상했던 일들이, 코칭과 멘토링을 받고 나자 굉장히 요원한 일로 느껴졌다. 창업을 통한 성공이라는 청사진만 쫓았나 싶고, 역시 창업은 현실이라는 생각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렇게 2019년을 맞이한 이 대표는 BM을 미세먼지 마스크 개발로 전격 변경하고 그해 5월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스타트업 스쿨’ 5기에 도전했다. 때마침 미세먼지가 한창 기승을 부렸기에 시장성은 충분했다.

“스타트업 스쿨에서 ‘린 스타트업’ 개념을 처음 배우면서 눈을 떴죠. 빠르게 시제품을 생산해 시장에 내놓아보고, 피드백을 받아 신속한 보완을 거듭하면서 제품을 고도화할 수 있었습니다.”

 

|일상의 불편은 창업의 어머니
그가 미세먼지 마스크 개발로 진로를 변경한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이전 회사에서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었는데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마스크 역시 상태는 대체로 비슷했다. 무엇보다 호흡이 불편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특히 반도체 라인 등 노동 현장에서의 마스크 사용은 불편함이 배가됐다.

여기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건 바로 가족의 안전 문제였다. 이 대표 동생의 아내가 임산부였는데 마스크 사용을 몹시 힘들어했던 것. 실제로 마스크를 사용하면 호흡 흡수율이 낮아지는데, 특히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가 ‘숨 쉬기 편하면서 기능적으로 훌륭한 마스크’를 목표로 삼은 궁극적 이유다.

그렇게 지난 3월 첫 MVP(최소기능제품)가 나왔고 이후 총 수십 차례의 구조 변경과 디테일 개량, 수천 회의 성능 테스트를 거쳐 현재의 모델이 완성됐다. 바로 서큘레이션 마스크 ‘퓨레스’의 탄생이다.

“퓨레스의 장점은 단순합니다. 여과 성능이 훌륭하면서도 호흡하기 편하다는 거죠. 습기와 냄새가 남는 기존 마스크와 달리 순환을 통해 쾌적한 공기를 계속해서 마실 수 있습니다.”

 

솔루디의 마스크 ‘퓨레스’.(사진: 솔루디)
솔루디의 마스크 ‘퓨레스’.(사진: 솔루디)

실제로 퓨레스는 필터 앞에 팬이 장착돼 있어 호흡이 원활하고, 마스크 외부의 유해한 공기가 역류하는 것을 차단한다. 공기 배출 시 모터가 돌아가면서 ‘에어커튼’을 형성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호흡에 최적화된 공기량 유입을 위해 모터의 회전량을 성인의 상황별 호흡량에 맞춰 설계한 것도 특징이다. 1단(4000RPM), 2단(6000RPM), 3단(8000RPM)으로 구분해 조용한 실내에서는 1단, 가벼운 산책에는 2단, 활발한 야외활동에는 3단으로 조절할 수 있다.

 

|세상에 없던 마스크, 뜨거운 시장의 반응
노력의 열매는 실하고도 달았다. 올해 2월 태국 국제발명전시회에서 금상과 대상을 연달아 수상했다. 솔루디가 마스크 관련 특허를 다수 출원한 것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술력과 안전성을 모두 인정받아 코엑스에서 개최한 넥스트라이즈 2020 전시회에도 진출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국내외 업계 관계자들이 에어커튼 기술의 혁신성에 큰 호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솔루디는 지난 5일 와디즈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1000만원을 목표로 20일 가량이 지난 현재 225명의 서포터로부터 1684만원 이상을 확보, 달성률 168%를 기록 중이다. 잠잠했던 코로나19가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남은 기간 동안 펀딩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스크 치고는 다소 높은 금액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사용자들은 코와 입을 부드럽게 감싸는 착용감, 뜨거운 날숨이 피부에 닿지 않는 느낌, 순환으로 인해 마스크 안에 남지 않는 구취, 얼굴에 부담을 주지 않는 가벼운 무게(68g) 등에서 큰 만족을 나타냈다.

퓨레스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장시간 근무해야 하는 직군의 노동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반도체 생산 라인부터 물류센터, 건설 현장, 의료 기관 등이 해당된다.

 

태국 국제발명전시회에서 수상하고 있는 이해곤 대표.(사진: 솔루디)
태국 국제발명전시회에서 수상하고 있는 이해곤 대표.(사진: 솔루디)

솔루디는 올 하반기 해외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UAE 두바이에서 복수의 업체로부터 샘플 요청을 받았고 현지의 기대감 역시 높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세부적인 과정은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를 통해 소통하며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제작 과정을 거쳤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어요. 기능성과 착용감을 더욱 높여야 하고, 디자인 역시 개선할 부분이 많습니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돼야 하겠지만, 그때까지는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저희가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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