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이 유력시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 측은 이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28일 총 4인의 회장 최종 후보자군(Short List)을 확정 발표했다. 김병호 전 하나금융 부회장, 윤종규 현 KB금융그룹 회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허인 KB국민은행 행장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회장 최종 후보자는 회추위 재적위원 3분의 2이상의 득표를 받으면 확정된다.
이 중 윤 회장은 가장 강력한 후보다. 업계에서는 이변이 없다면 윤 회장의 3연임이 확실시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 회장의 그간 일궈낸 성과와 리스크 관리 능력 등을 고려할때 KB금융그룹에 있어 그가 가장 적합한 리더라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KB금융은 윤 회장이 취임한 2014년 이후 약 134%의 순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기준 KB금융의 당기순익은 3조3132억원으로 취임 당시였던 2014년 1조4151억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났다.
리스크 매니지먼트도 훌륭하다.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사모펀드 부실 논란에서도 KB금융은 비교적 자유로운 모습이다.
특히 윤 회장은 취임 이후 각종 금융사를 합병해 비은행부문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규모와 내실 모두 챙겼다는 평가도 받고있다.
이처럼 '완벽한' 리더십을 갖춘 윤 회장이지만 조직 내에서 3연임에 쏠리는 시선은 꽤나 따갑다.
KB금융그룹 10개 금융사 노조가 참여하는 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달 12일 조합원 1만7231명을 대상으로 윤 회장의 3연임에 대한 찬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7880명의 응답자 가운데 79.5%가 윤 회장의 3연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반대한 조합원들의 반대 이유는 '단기 성과 위주의 업무강도 심화'가 2019명(32.2%)으로 1위, '직원 존중 및 직원 보상 관련 의식 부족'이 1918명(30.6%)로 2위였다. 이어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리더 필요’와 ‘윤리의식 부족’도 각각 1168명(18.6%), 1159명(18.5%)으로 조사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설문조사의 결과가 대표성이 결여된 '반쪽짜리 설문조사'라는 논란도 나온다. 전체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조 반발 근거 들어보니
노조는 윤 회장의 지난 2017년 연임 당시 논란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당시 윤 회장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소속이었다. 회추위 위원이 대부분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것을 고려했을때 윤 회장은 '셀프 연임'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심지어 당시 숏리스트 3인 중 윤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두 후보가 면접을 고사해 사실상 단독 최종 후보였다는 논란도 존재했다. 금융기관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당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최홍식 전 금융감독원장도 "현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 연임이 너무 쉽다"며 비판했다.
이에 KB금융은 지주 회장이 회추위와 사추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관련 규정을 손질한 바 있다.
그러나 노조는 여전히 회추위의 절차가 '깜깜이' 행정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노조 측은 "누가 회장 후보에 도전했고, 어떤 시각으로 추천됐으며 최종 결정은 어떻게 되는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는 "윤종규 회장의 노조선거 개입 의혹, 고령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 강요 논란, 성과연봉제 강행 논란, 극단적 노사관계로 인한 총파업 등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정치권·금융당국도 "금융지주 회장 임기는 9년이냐" 한목소리 비판
지난 2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금융 CEO와 회장의 임기 연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날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9년이라는 얘기가 시중에 나돌고 있다"며 연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밝혔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관련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3년이나 연임돼서 그렇다"면서 "셀프 연임 부문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제출해 적절한 민간 인사가 되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KB금융지주 측은 "저희만큼 투명하게 회추위를 운영하는 금융지주사가 없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정무위에서 나온 안건은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상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사외이사들을 선임하는 과정에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셀프 연임이 가능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며 "KB금융은 2018년부터 금융지주 회장이 회장을 결정하는 회추위는 물론, 사외이사를 정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도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에서 발표한 설문조사는 약 2만5000여 명의 조합원 가운데 은행, 증권 등을 제외한 카드, 손보 등의 노조 측은 설문조사 참여를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 관계자는 롱리스트 전체 공개 거부와 관련해 "입후보자를 전체 공개할 경우 최종 후보군에 오르지 못한 나머지 후보들의 명예와 자존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혹여 발생할 수 있는 후보자들의 평판에 대해 불이익을 감수하고 공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KB금융 회추위는 오는 16일에 숏리스트 4인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통한 심층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