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핸 이 동네가 창업 맛집? 문화‧환경을 주목하라
2021년 정부 창업지원사업 톺아보기
올핸 이 동네가 창업 맛집? 문화‧환경을 주목하라
2021.02.01 16:05 by 최태욱


생활스포츠 매칭 앱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 A사. 지난 2019년 창업한 이후 스포츠 동호인들의 호응에 힘입어 거칠 것 없이 달리던 이 회사는 지난해 급제동이 걸렸다. A사의 창업자는 “밖에서 운동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앱 다운로드나 사용량이 급격히 저하됐다”고 끌탕했다. 8년 째 호스트 기반의 액티비티 플랫폼을 운영해오던 B사 역시 고민의 지점은 비슷하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나아지겠지…하는 바람으로 이겨내고 있다”면서 “다행히 국내를 무대로,  개인 여가 쪽에 집중하는 업 특성 덕분에 상대적으론 타격이 덜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면 활동이 죄스럽던 나날들.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스타트업은 소위 바닥을 경험했다. 역설적으론 바닥 찍고 올라올 채비를 마쳤다는 얘기다.


나노버블 등을 통한 수질개선과 폐수정화 기술을 개발한 친환경 스타트업 C사. 해외에서 더 환영받을 기술을 보유하고도 발이 꽁꽁 묶인 상태지만 절망 보단 희망을 품는다. 지난해부터 속속 들려오는 정부의 ‘그린뉴딜’ 기조 덕분이다. C사의 대표는 “외부에서 만나는 이들을 통해 친환경 분야에 큰 기류가 일고 있다는 걸 체감한다”면서 “환경 기술기업들 사이에선 이미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비슷한 정수처리 기술을 보유한 D사 역시 내심 기대가 크다. D사의 대표는 “우리나라의 환경벤처 시장이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제 때 연구‧개발을 촉진시킬 수 있는 지원은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필요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임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자양분이 심어질 땅을 주목하라, 그곳에서 기회가 열릴 것이니.
자양분이 심어질 땅을 주목하라, 그곳에서 기회가 열릴 것이니.

| 지금은 창업 시대… 창업지원에 나랏돈 1조 5천억원 쓴다 
올해 초 중소벤처기업부 공고를 통해 정부의 2021년 창업지원 규모가 발표됐다. 중앙부처와 광역지자체를 합쳐 32개 기관, 194개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총 1조 5179억원. 이는 질과 양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16개 기관 90개 사업이었던 것에 비해 참여 기관과 대상 사업이 크게 늘어났으며, 전체 예산규모 역시 지난해보다 662억원이나 증가했다. 이중 주관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예산이 1조2330억원(81.23%)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김지현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정책총괄과장은 “창업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커지고 있는 것에 대응한 결과”라며 “특히 일자리 창출과 기술창업 활성화에 대한 정책적 중요성이 높아지며 ‘창업사업화’ 부문과 ‘연구‧개발’ 영역의 예산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前청와대 일자리수석)은 “현대 사회에 창업은 일자리를 만드는 매우 중요한 전략”이라며 “올해 역대 최고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새로운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체계적인 전략 수립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2021년 창업지원 통합공고 예산(단위: 억원, %)
2021년 창업지원 통합공고 예산(단위: 억원, %)

창업지원 분야에 마중물을 붓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2016년 5764억원이었던 관련 예산은 2019년에 이미 1조원을 돌파했다. SNS가 소통의 형태를 바꾸고, 새벽배송이 유통의 판도를 바꾸는 등 스타트업이 일상의 풍경을 송두리째 뒤바꾸는 시대를 사는 만큼, 정부의 이 같은 의지는 다분히 시의적절하다. 

특히 올해의 지원 양상은 더욱 적극적인 면모를 보인다. 비대면, 친환경 등 시대의 수요를 포용하면서도, 다양한 부처와 지자체들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등 풀뿌리 창업 지원의 시동을 건 것도 환영할 만한 일.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창업지원 예산은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며 지원이 이뤄지는 분야도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면서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된다고 봤을 때 비대면을 비롯한 다양한 부분에서 체계적이고 세밀한 지원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창업컨설팅 그룹 패스파인더넷의 강재상 공동대표는 “광역지자체까지 지원을 확대하는 건 또 다른 형태의 양극화 현상을 지양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는 행보”라고 진단했다. 

 

| 올해 창업자가 새겨야 할 두 단어…‘Culture’와 ‘Green’
이번에 발표된 창업지원의 부처별 예산 규모를 살펴보면, 눈에 쏙 들어오는 곳이 두 군데 있다. 바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환경부다. 먼저 지난해 107억원이 배정됐던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491억원으로 예산이 대폭 늘었다. 올해 정부부처‧광역지자체 전체 예산 증가분이 662억원이란 걸 감안하면, 정부가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싣고 있는 힘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예술기업, 관광사업체, 콘텐츠기업, 스포츠산업, 전통문화청년창업, 문화예술 사회적경제기업 등 11개의 개별 사업이 다루고 있는 영역도 넓고 세밀하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사기 진작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위축될 대로 위축된 분야이니 만큼, 예산의 안배를 통해 부양효과를 노리겠다는 의도다. 관광 분야 스타트업의 한 대표는 “장기간 여행을 못가고 있는 만큼 그 수요가 꾹꾹 억눌려 있을 것”이라며 “이 분야의 적극적인 지원이 여행 수요가 폭발하는 시기와 맞물린다면 좋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4억이 투입됐던 문체부의 ‘관광사업 발굴 및 지원사업’ 예산 역시 올해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94억이 투입됐던 문체부의 ‘관광사업 발굴 및 지원사업’ 예산 역시 올해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비율적인 면에서는 환경부의 증가폭이 놀랍다. 2019년 8000만원, 2020년 6억원에 그쳤던 환경부의 창업지원 예산은 올해 120억원으로 무려 20배나 올랐다. 녹색산업 육성을 위한 아이디어나 기술에 투자하는 <에코스타트업 지원사업>, 환경 분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환경창업대전>, 물 관련 기업이 참가하는 혁신 아이디어 경진대회 <대한민국 물산업 혁신창업 대전> 등이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사업화 자금과 교육‧멘토링, 투자유치 등을 지원하는 환경부의 올해 사업들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그린뉴딜 이슈에 발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지난해 6월 중소벤처기업부와 환경부가 기업가치 1조원의 ‘그린유니콘’ 탄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이어져왔다. 환경의 공공재적인 성격을 생각하면, 관련 산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결국 사회 전체를 위한 기여라는 목소리도 많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예측은 조심스럽다. 이미 5년 이상 꾸준히 전개해왔던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업들과는 달리, 환경부의 지원 사업은 이제 첫발을 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 분야는 정부 기조에 발맞추려 의욕만 가지고 달려 들기에는 꽤나 난해한 분야다. 기본적으로 고도의 기술을 요할 뿐만 아니라, 성장 속도 또한 빠르다. 우리나라가 환경 분야에선 다소 뒤쳐져 있다는 것도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환경 벤처 분야의 한 관계자는 “환경 산업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을 요하는 분야”라며 “이를 면밀히 파악하고 계량할 수 있어야 필요한 부분에 필요한 방식으로 마중물을 부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mini interview] “정부 지원사업의 다양성 돋보이는 한 해 될 것”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와이앤아처’ 신진오 대표 

-올해 정부의 창업지원 사업에 대해 평가한다면.
“중기부 중심이었던 지원사업들이 점점 여러 부처와 지자체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이는 전체 사업 군을 골고루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면에서 바람직하다. 최근 지역기반 기업이나 산업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지는 산업 군에서도 창업에 대한 의지가 움트고 있다. 이런 타이밍을 생각하면 사업 개수가 많아지고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문체부와 환경부의 예산 증가가 특히 눈에 띄더라. 
“우리 기관 역시 스포츠 산업 분야의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5년째 운영해 왔다. 운영 초기 만해도 ‘이게 효과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오랜 노력 끝에 확실한 효과성이 입증되고 있다. 해당 분야의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축적돼 왔다는 것도 성과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기존 사업의 확장을 도울 수 있다. 반면 환경 쪽은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모든 부처가 자신들의 색깔에 맞는 기업들을 잘 선별해서 지원하고 싶어하는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할 것 같다.”

-문화예술이나 환경 분야는 사회적 가치에 집중한 나머지, 비즈니스 가치가 부족해지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는 액셀러레이터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환경 기업이라고 해서 ‘좋은 기업’, ‘착한 기업’의 프레임에만 갇히면, 비즈니스 적으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엑셀러레이터가 나서서 창업자들의 생각을 바꿔주고, 새로운 접근법과 방식을 알려줘야 한다.” 

-올해 정부의 창업 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할 예비창업자들에게 조언 해준다면.
“예비창업자나 초기창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자신이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나 비즈니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보 얻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정보에 접근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엑셀러레이터든 대학이든 정부기관이든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걸 활용해야 한다. 많은 정보들을 접하다보면 정확히 뭘 준비해야하는 지를 알게 되고, 자연스레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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