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가 처음이라 미안해”…육아가 어려운 모든 이들을 위해
육아 분석·상담 플랫폼 ‘그로잉맘’ 이다랑 대표
“엄마·아빠가 처음이라 미안해”…육아가 어려운 모든 이들을 위해
2021.03.08 16:28 by 이창희

<클하에서 만난사람>은 오디오 기반 소셜 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진행하는 더퍼스트미디어의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불특정 다수의 청취자와 함께하는 라이브 인터뷰 방식으로,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전달해보려 합니다.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건 함부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출산과 육아가 선택의 영역이 된 요즘에는 그 난이도가 더 상승한 느낌이다. 오죽했으면 ‘전투 육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까. 그럼에도 육아에 대해 시원스레 답을 주는 곳은 찾기 어렵다. 수많은 ‘초보 부모’들이 오늘도 경험으로 노하우를 체득하는 이유다.

이 같은 노고를 줄여보고자 야심차게 등장한 스타트업이 여기 있다. 너무나 세세하고 복잡해서 마치 함수와도 같은 육아를 간단한 1차 방정식으로 바꿔보겠다는 포부다. 많은 아동 전문가들과의 연계를 통해 육아의 ABC를 제공하고, 나아가 진정으로 부모와 아이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그날을 꿈꾸는 스타트업 ‘그로잉맘’의 이다랑 대표를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이벤트 공지를 업로드하자마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다.(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이벤트 공지를 업로드하자마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다.(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요즘 부모들의 육아가 더 어려운 이유는, 과거에 비해 정보량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웹에서 젖병하나 검색해도 수십 개가 나오고, 갖가지 훈육법도 너무나 많죠.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웹상의 정보는 각기 다른 사용자의 상황을 모두 고려해줄 수 없습니다. 물론 웹상의 정보가 다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순도가 높다고 보긴 어렵죠. 그런 정보들은 결국 특정 상품 판매를 위해 만들어진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이 대표의 명쾌한 설명이 시작되자 클럽하우스에 들어와 있던 많은 리스너들이 저마다 ‘뮤트(mute)’ 버튼을 요란하게 깜빡이기 시작한다. 그만큼 이 대표의 말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출처와 효과가 불분명한 정보의 홍수는 부모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그런 혼란은 스스로를 못난 부모로 느끼게 만든다. 지금 막 부모가 된 세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장한 이들이다. ‘여자이기 때문에 혹은 혼자이기 때문에 무엇을 못 한다’는 이야기 따위는 듣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개척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양육자가 되는 순간 좋은 부모가 돼야 한다는 똑같은 메시지를 강요받고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 역시 똑같은 어려움에서 출발했다. 그는 아동학·아동심리학을 전공하고 상담사·치료사로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사례를 연구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동과 관련한 일을 하면서도 육아의 어려움을 뼛속까지 공감하진 못했는데, 직접 아이를 낳고 길러보니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나름 전문가인 본인도 이렇게 힘든데 보통의 부모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그를 창업의 길로 인도했다. 그로잉맘이라는 스타트업은 그렇게 망망대해에서 돛을 올렸다. 그가 가장 먼저 주목한 이들은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나’하는 의구심을 가진 부모들이었다. 육아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들은 사각지대가 넓고, 아주 뚜렷한 문제가 아니라면 곧바로 의료 서비스나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그로잉맘은 그 사각지대에 초점을 맞췄다. 사소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육아 문제들이 많은 부모들을 괴롭히고 있었고, 이에 도움이 될 서비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날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간편한 세상이지만, 육아 분야만큼은 그 고도화 과정에서 열외였다.

 

이슈가 이슈인지라 여론의 관심은 뜨거웠다.(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이슈가 이슈인지라 여론의 관심은 뜨거웠다.(사진: 더퍼스트미디어)

하지만 창업 또한 육아 못지않게 쉽지 않은 길이었다. 나름대로 준비해 도전했던 각종 지원사업에서 잇따라 ‘물’을 먹었고, 투자자들도 그를 외면하기 일쑤였다.

“말 그대로 ‘존버’의 나날들이었어요. 그 당시 귀갓길에 샀던 술이 얼마 만큼이었는지 헤아릴 수도 없네요. 저희의 비즈니스를 받아들일 만큼 이 분야가 아직 넓지 못한 곳이구나 하고 생각했죠. 하지만 핑계를 외부로만 돌리면 안 되겠기에 더 열심히 노력하고 고객을 만나가면서 우리 할 일을 계획대로 밀어붙여보자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그로잉맘은 서비스 출시도 전에 고객들을 가장 많이 만난 스타트업 중 하나가 됐다. 이 대표는 “다니지 않은 곳이 없고 만나지 않은 이들이 없을 정도”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프로덕트’보다 ‘브랜딩’이 먼저 갖춰진 매우 특이한 빌드업 과정이었지만 이는 독이 아닌 득이 됐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제품·서비스가 만들어지고 나서 테스트 및 피드백 고객을 모으는 게 숙제인데, 그로잉맘은 기존에 구축된 고객들이 있었기에 이 부분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소소한 문제나 개선점을 계속 제안해주고 있는 든든한 우군이다.

그로잉맘의 스무 명 남짓한 구성원 중 70% 이상이 육아에 한창인 부모다. 그래서 코로나19 이후 부랴부랴 업무 형태를 전환한 일반 기업들과는 달리 과거부터 재택 및 유연 근무를 시행해왔다. 저녁시간 회식은 물론이고 근무 시간 및 의무조항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회사로 출근했다 퇴근할 수 있는 것도 그로잉맘 구성원이 가진 특권이다.

이 대표는 이 시스템의 안착이 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직원을 충원할 때 ‘아빠 직원’이나 미혼 직원이 들어오면, 또 그 때마다 크고 작은 시스템을 손질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의 만족은 또 다른 누군가의 불만으로 이어질 소지도 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대표는 최소 분기에 한 차례씩 전 직원과 일 대 일 미팅의 시간을 마련했다. 개개인이 갖고 있는 문제와 불만을 청취하는 동시에 회사 전반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거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팀원들과 미팅을 하면서 제가 몰랐던 많은 부분을 깨닫게 됩니다. 육아를 하는 팀원들이 많다보니 아이 문제가 발생하면 본인 일에도 영향을 받는 경우가 가끔 있죠. 일하는 동기가 떨어지는 것을 관리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보니 이 방에 저희 직원 몇 분이 리스너로 들어와 계시네요. 거짓말은 절대 못하겠어요.(웃음)”

 

유튜브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그로잉맘.(사진: 그로잉맘)
유튜브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그로잉맘.(사진: 그로잉맘)

이 대표의 발언이 마무리되면서 그간 조용히 듣고 있던 리스너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최근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아동 학대 사건이 유독 많은 것 같다는, 안타까움이 짙게 배인 질문들이었다.

이에 그는 세상 그 어떤 누구든 아이를 학대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라도 육아 과정에서 힘이 들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잘못된 행동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비즈니스도 이 같은 사회적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물론 저희들의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사회 모든 분야가 관심을 기울이고 시스템도 개선돼야 하겠지만요.”

앞서 언급했듯 그로잉맘의 철학은 가능한 한 많은 고객을 만나서 모든 사례를 스터디하자는 것이었다. 때마침 폭발적으로 떠오른 클럽하우스는 이를 구현하기에 무척이나 적합한 도구였다. 그래서 이 대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직접 방을 열고 많은 부모들을 만난다. 그들에게서 듣는 생생한 사례들은 그에게도 매번 새로운 영감을 선사한다.

“클럽하우스에서는 반말로 소통하는 방식으로 부모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부모들이 생각보다 어디 가서 반말 쓸 일이 잘 없거든요. 많은 분들이 육아를 최대한 마음 편히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기도 하고요. 제겐 이곳에서 만나는 모든 분들이 고객이자 스승입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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