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스마트팩토리의 롤 모델을 꿈꿉니다.”
지상현 ㈜원컨덕터 대표 인터뷰
“중소기업 스마트팩토리의 롤 모델을 꿈꿉니다.”
2021.03.15 17:04 by 최태욱

“스마트팩토리나 AI 공정 같은 건 우리와 먼 얘기인줄 알았는데… 전문 코디네이터와의 상담을 하다 보니 우리도 꽤 많은 걸 바꿀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상현 원컨덕터 대표의 말에는 현재 중소 제조기업의 현실과 미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난관 극복을 위해 인력을 줄이고 효율을 높여야 하는 게 당면과제지만, 이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는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원컨덕터는 초고압 케이블 접속 분야의 소재‧부품을 다루는 중소기업이다. 2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제품 및 기술 차별화를 꾀하며 ‘초고압 전기 분야의 미래를 만드는 회사’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강소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원컨덕터에게도 제조업 침체와 코로나19쇼크 등의 악재는 매서웠다. 이 회사가 일찌감치 미래를 준비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지상현 대표는 한양대 ERICA산학협력단이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혁신데이터 코디네이터 양성 및 컨설턴트 운영사업’과 매칭되어 제조 공정의 디지털 전환을 꾀하고 있다. 과연 위기를 맞은 국내 뿌리산업이 보다 스마트해지며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지상현 대표를 직접 만나 그 가능성을 들어봤다.

 

지상현(사진) 원컨덕터 대표
지상현(사진) 원컨덕터 대표

-먼저 원컨덕터라는 회사에 대해 소개를 해달라.
“전기나 열을 전도하는 물체를 ‘도체(Conductor)’라고 한다. 사명(社名) 그대로 우리는 도체 분야 제품들을 가공하는 회사다. 현대, 효성, LS산전, 일진전기 같은 곳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차별화’다. 먼저 기술의 차별화다. 이쪽 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하며 체득하고 공부한 기술적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차별화된 기술을 선보이려고 노력한다. 두 번째는 기업문화의 차별화다. 이번 혁신데이터 구축사업에 선뜻 참여하게 된 것도 보다 미래지향적인 기업으로 가고자하는 의지다.”

-언급한대로 이번 사업은 아날로그식 공정을 디지털로 전환시키는 것이 주목적이다.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예전부터 스마트팩토리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실제로 일본에 가서 관련 산업단지를 견학하고 온 경험도 있다. 하지만 무언가 시도하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았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지원 사업은 공정 전체를 자동화시키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우리같이 다품종소량생산을 하는 분야와는 결이 맞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경영인 모임의 지인을 통해 ‘혁신데이터 구축’ 사업을 접하게 됐고, 그 일환으로 혁신데이터 코디네이터와 컨설턴트를 양성‧운영하는 사업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좋은 기회가 되겠다싶어서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됐다.”

-현장에서 느끼는 스마트팩토리의 필요성은 무엇인가.
“우리 회사의 경우, 다품종 소량생산 형태이기 때문에 마치 자동차를 만들 듯 모든 공정 라인을 자동화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부분적으로는 가능하다. 예를 들어 제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최대 5번 정도의 공정을 거친다고 치자. 그 단계 단계마다 시간과 비용이 들고, 사람의 손길도 필요하다. 하나의 단계가 끝나면 그 과정이 잘 진행됐는지, 수치나 품질이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일일이 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5번의 공정을 어떤 명령을 받은 기계 한 두 대에서 자동으로 소화할 수 있다고 해보자. 시간도, 비용도, 사람의 손길도 크게 절약된다. 이는 곧 생산성의 향상과 경쟁력의 증가를 의미한다. 처음부터 5단계를 모두 자동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그 단계를 세 번으로, 또 두 번으로 줄이는 정도의 스마트팩토리를 생각하고 있다.”

-이미 회사에 혁신 코디네이터가 투입되어 몇 차례 컨설팅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평가한다면?
“사실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꿈을 꾸고는 있었지만, 명확히 손에 잡히는 것은 없었다. 우리하고 먼 얘기일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업계 경력이 풍부한 코디네이터와 얘기를 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훨씬 입체적이며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안하더라. 전체 공정이 아닌 공정의 각 부분이나 단계에 스마트 요소를 첨가할 수 있다는 것도 그 과정에서 확인한 내용이다. 우리가 잘 모르던 분야의 예시를 다양하게 소개해주고, 이를 우리와 접목시킬 수 있도록 도와줬다. 상담을 받으면 받을수록 기대감이 더 커지는 느낌이다. ‘LS산전’ 같은 곳이 자동화라인을 잘 갖춘 곳이라고 평가받는 기업인데, 우리는 다품종소량생산을 하는 중소기업 스마트팩토리의 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하는 정도의 스마트화가 진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기대되는 변화는 무엇인가.
“수치적으로만 보면 생산성과 매출 증대를 기대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기대되는 부분도 크다. 사실 지금 가장 힘든 건 인력 문제다. 현재 우리 공장에 기계가 45대 정도가 있는데, 실제 운영되고 있는 기계는 60%도 채 안 된다.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방이 8개 있는 기숙사까지 지어놨지만 사람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사람이 하는 일을 자동화된 기계가 분담해줄 수 있다면 여러 가지 면에서 대응력이 높아질 것이다. 52시간 근무제에 국한되지도 않고, 근태나 업무능력 부족, 혹은 잦은 퇴사 등에 대한 부담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진다. 그렇게 아낀 에너지가 연구‧개발에 오롯이 투입될 수 있다면, 사업 운영의 바람직한 선순환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본다.”

-이번 사업은 산업부와 경기도 등 정부‧지자체의 지원으로 이뤄지며, 한양대ERICA산학협력단이 주관하고 있다. 현장의 기업으로서 사업단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정부 사업에 참여하다보면, 초기 단계에서 유야무야 마무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애써 지원을 받아 구축한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접한다. 이는 모두 정책과 현실의 괴리에서 비롯된 것이라 본다. 공급자의 입장보다는 사용자의 입장을 고려한 지원사업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모든 공장의 눈높이를 맞출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현장이 정말 필요로 하는 걸 지원해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 회사가 다품종소량생산의 자동화 부분에서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반월‧시화의 엄청나게 많은 공장들도 동참하려 할 것이다.”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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