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산업단지 부활의 첨병이 되렵니다.”
최귀선 혁신 코디네이터 인터뷰
“녹슨 산업단지 부활의 첨병이 되렵니다.”
2021.03.16 11:12 by 최태욱

미국 동부의 펜실베니아와 인디애나를 잇는 공업단지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은 ‘러스트벨트(rust belt)’다. 과거 미국 고용의 43%를 차지할 만큼 활발하게 돌아가던 공업단지였지만, 지역의 쇠락으로 녹(rust)이 슬어버렸다는 뜻이다. 국내 최대의 기초 제조업 직접단지라는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역시 비슷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부‧지자체가 직접 나서 반월‧시화단지의 디지털 전환을 꾀하는 ‘혁신데이터 구축사업’을 펼치는 이유도 그래서다. 제조업 위기 속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중소기업들에게 ‘스마트팩토리’는 언감생심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좌시하기에는 혁신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현장 기업들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알리고,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혁신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절실한 이유다. 한양대학교 ERICA 산학협력단이 주관하는 ‘2020 혁신데이터 코디네이터 양성 및 컨설턴트 운영사업’의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활동에 돌입한 최귀선 코디네이터를 직접 만나, 그가 꿈꾸는 반월‧시화산단의 미래를 들어봤다. 

 

최귀선(사진) 혁신 코디네이터
최귀선(사진) 혁신 코디네이터

-초대 혁신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게 됐다. 먼저 자기소개를 해달라. 
“대학 졸업 후부터 제조업 분야에 투신해 30년 이상 일했다. 전자제품, 컴퓨터, 소형가전, 전기부품 등 수많은 분야를 경험했고, 말단부터 임원까지 회사 내의 직책과 직급도 두루 거쳤다. 개인 창업의 경험도 몇 번 가지고 있다. 이런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청년 창업가 멘토링 활동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처음 창업자 코칭을 시작했고, 민간운영사의 창업 교육과 창업 팀 평가에도 참여했다. 창업자들이 거치는 과정을 미리 경험했고, 그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길로 들어선 것 같다.”

-이번 혁신데이터 코디네이터 양성 사업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사실 평생 해온 게 제조업이고, 그 분야에 대한 애착도 깊어서 언제든 기회가 되면 현장에 다시 서고 싶었다. 그러다 지인을 통해 ‘2020 혁신데이터 코디네이터 양성 및 컨설턴트 운영사업’의 소개를 받고 용기를 냈다. 코디네이터의 주된 목표는 직접 기업 현장에 찾아가 기업가들에게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고, 인식을 전환시켜주는 것이다. 30년 동안 만들어 놓은 이 분야의 네트워크가 있고, 최근 제조업 분야에서 창업하는 청년들도 많이 지켜봤기 때문에 그들에게 좋은 방향성을 만들어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처음 ‘코디네이터’ 설명을 들었을 때, 해당 업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느껴졌던 역할은 무엇이었나.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라지만, 제조업 분야는 특히 더 험난하다. 제조업의 맥이 끊어질 수 있을 정도의 위기라고 본다. 제조업 경쟁력은 곧 국가 경쟁력이기 때문에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문제다. 정부‧지자체에서 나서 반월‧시화산단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정부‧지자체의 이런 의지가 현장 곳곳에 온전히 전해지기 위해서는 정책과 현장을 모두 이해하는 중재자가 필요할 것이다. 바로 그 부분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활동을 위해 총 12회 차 48시간에 이르는 코디네이터 양성 교육을 수료했다. 교육을 받은 소감을 말해달라. 
“4차산업혁명이나 비즈니스모델 같이 개념적인 것부터, 프로그래밍이나 머신러닝 같이 기술적인 부분까지 다 소화하는 교육이었다. 전반적으로 한 번 씩 짚어내는 형식이기 때문에 교육 과정을 모두 거치면 전체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시야가 생긴다. 개인적으로도 산재되어 있던 정보와 지식이 짜임새 있게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전체를 볼 수 있게 되면 기업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이를 응용해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긴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의도에 맞는 유익한 교육이었다고 생각한다.”

-교육 수료 후 실제 기업 현장을 방문했을 텐데, 현장의 반응은 어떤가.
“현장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좋지 않더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런지 방문 자체가 여의치 않은 곳도 많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너무 기능적인 자세보다는 가볍게 일과 사업에 대한 수다를 떤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기업을 방문하면 대표와 같이 공장을 견학하면서 기업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다. 이때 분위기를 만들고 신뢰감을 쌓는다. 현실적인 문제와 고충을 들어보기도 하고, 내 경험상의 솔루션을 조언해주기도 하면서 접점을 찾아간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어려움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게 문제다. 단 번에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본다. 상호간에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

-코디네이터로서 자신의 강점 혹은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조업에 대한 애착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제조업은 농사와 비슷한 면이 많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도 비슷하고, 농로나 수로를 관리하는 것처럼 공장을 정비하고, 잡초를 제거하는 것처럼 공정의 낭비요소 파악해 줄이는 것도 닮았다. 제조업이 가지고 있는 그런 순수함에 대해 애착감이 크다. 그렇기에 제조업의 위기기 가슴이 아프고, 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마음도 강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코디네이터 활동에 나설 텐데, 각오와 목표를 말해달라. 
“사실 이번에 오랜만에 단지의 공장들을 견학하면서 크게 놀란 점이 있다. 몇몇 공장을 제외하면, 의외로 과거 내가 일할 때의 그 수준 그대로인 곳이 많더라. 그 때는 산업단지 전체가 활력 넘치게 돌아갔지만, 지금은 쪼개지고 비어서 초라하기까지 했다. 우린 이미 디트로이트나 피츠버그처럼 제조업으로 흥했던 곳이 어떻게 쇠퇴하는 지 지켜봤다. 지금의 반월‧시화단지도 그 길을 가지 말란 법이 없다. 국가에서 위기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관심과 지원이 현장 곳곳의 기업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도록 발로 뛰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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