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에 대한 걱정…배터리 교체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전기차 충전에 대한 걱정…배터리 교체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2021.06.28 23:47 by 정태균

최근 내연기관차에서 배터리 전기차(BEV)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저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부분의 이유는 배터리 충전에 대한 걱정이다. 예전에 비해서는 1회 충전 후 주행거리가 늘어나서 충전 빈도는 줄어들고 있지만, 운전자가 계획한대로 충전할 수 없는 상황이 여전히 자주 생긴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이동 중에 휴게소에 들러 충전하려 계획하였으나 모든 충전기가 사용 중이거나 일부 충전기가 고장 나 있으면 계획이 틀어지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내연기관 차량으로 빠르게 주유를 하는 것이 익숙한 운전자들에게는 불편함일 수밖에 없다.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배터리 충전 문제에 대해 걱정한다.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배터리 충전 문제에 대해 걱정한다.

우리는 전기차 배터리가 차량 내에 탑재돼 있고 충전기에 연결해서 충전해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한다. 전기차를 자동차로만 생각하니 주유구와 같은 충전단자에 충전기를 꽂아서 충전해야 하는 것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를 자동차가 아닌 전자 디바이스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인 접근일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고정형 전자제품이 아닌 이상 대부분 배터리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사용해왔다. 스마트폰도 배터리 용량이 충분하지 않아 하루에도 배터리가 방전되는 경우들이 생기다보니 완충된 여분 배터리를 휴대해 교체를 했었다. 그러다가 스마트폰에 충분한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되기 시작하고 아주 큰 용량의 외장배터리까지 일반화되는 등 배터리 교체의 필요성이 낮아지면서 일체형이 자리 잡게 됐다. 물론 교체형 배터리 하우징과 스마트폰 구조를 만드는 비용 절감도 일체형으로 바뀌게 된 이유일 수 있다.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자동차 업체 ‘니오(NIO)’는 전체 직원 중 60%가 자동차 산업 경력이 없는 엔지니어다. 자동차 제조 공장도 없어 위탁생산으로 차를 만든다. 이들은 기존 자동차 회사의 관점이 아니라 전자제품 회사의 관점에서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니오의 사업 방식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배터리 없는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점이다. 주유소에서 주유하듯이 배터리가 방전되면 교환소에 가서 교체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배터리 교환형 전기차는 전기차 원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제외한 가격으로 차량을 구매하고, 배터리 교환 서비스 기업으로부터 배터리를 구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소비자는 배터리 가격이 줄어드는 만큼 저렴한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고, 배터리 수명 및 성능 저하에 따른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니오는 ‘배터리 없는 전기차’를 판매한다.(사진: obert Way/Shutterstock.com)
니오는 ‘배터리 없는 전기차’를 판매한다.(사진: obert Way/Shutterstock.com)

최근 니오는 더 편리하게 배터리 교체를 할 수 있는 ‘2세대 배터리 스와프 스테이션’을 중국 최대 석유 회사 시노펙의 주유소에 설치해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전 배터리 교체 방식 대비 가장 큰 차이점은, 차량 리프팅 장치를 없애고 운전자가 차량을 몰고 교체소 안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바로 배터리 교체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배터리 교체가 필요한 전기차가 정확한 위치에 정차하면 차량이 진입한 공간 아래의 슬라이딩 덮개가 열리면서 배터리 교체가 진행되며 차주가 하차할 필요가 없다.

또한 니오는 중국 배터리기업 CATL와 배터리 서비스 합작사인 우한웨이넝전지를 설립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대형 완성차 업체인 상하이자동차도 지난 3월에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를 출시했다. 중국 업체들이 배터리 교체형 방식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5위 회사인 SK이노베이션도 올해 1월에 중국의 배터리 대여·교체 기업인 ‘블루파크스마트에너지(BPSE)’의 지분 13%를 사들여 중국 내 교체식 배터리 사업에 도전하는 것으로 발표하였다.

이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전기차에 배터리팩을 탑재해 판매해야 하는 규제를 풀면서 배터리를 빼고 차체만 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현행법상 전기차와 배터리를 분리 판매할 수 없어 상용화가 불가능한 상태다.

중국은 충전 인프라가 미비한 국가에 전기차와 배터리 교환형 사업모델을 패키지로 수출하고 록 인 효과를 얻어 미국·한국 등의 전기차 진입장벽을 확보하고자 배터리 교체형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개발도상국의 사용자들은 배터리를 제외한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시장 확장 및 선점을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개도국은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 차량 충전이 제한되거나 오래 걸릴 수 있어서, 사용자는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를 선호할 수도 있다.

배터리 교체형에 대한 시도는 10여 년 전부터 있었다. 배터리 교체 시스템을 처음으로 상용화시키고자 했던 이스라엘 기업 ‘BetterPlace’가 2008년부터 배터리 교체 시스템에 대한 특허 출원을 진행해 등록 12건(디자인 2건 포함)을 확보했다.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을 구축하는 비용 자체가 너무 비싸고 교체형 배터리가 나오지 않은 시기였다보니 비즈니스를 성공하지 못하고 파산했지만, 등록 특허는 타사로 이전돼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다.

 

Better Place 보유특허: Battery exchange station
1. US 8013571 B2
A method of servicing a vehicle, wherein access to the underside of the vehicle is provided by a sliding door system comprising a door and a conveyor system at least partially built into the door, the method comprising:
차량 서비스 방법에 있어서, 차량 하부에 대한 접근은 도어 및 도어에 적어도 부분적으로 내장된 컨베이어 시스템을 포함하는 슬라이딩 도어 시스템에 의해 제공되며, 상기 방법은:

receiving a vehicle over the sliding door system such that at least one wheel of the vehicle rests on the a surface of the conveyor system; and
차량의 적어도 하나의 휠이 컨베이어 시스템의 표면에 위치하도록 슬라이딩 도어 시스템을 통해 차량을 수용하는 단계와:

sliding the door in a first direction while allowing the surface of the conveyor system to slide relative to the door in a second direction opposite to the first direction while supporting the at least one wheel.
컨베이어 시스템의 표면이 적어도 하나의 휠을 지지하면서 제 1 방향과 반대되는 제 2 방향으로 도어에 대해 미끄러지도록 허용하면서 도어를 제 1 방향으로 슬라이딩시키는 단계.

2. US 8164300 B2
A sliding door system for providing access to an underside of a vehicle, comprising:
차량 밑면으로의 접근을 제공하기위한 슬라이딩 도어 시스템으로서,

a door configured to slide in a first direction; and
제 1 방향으로 슬라이딩하도록 구성된 도어와

a conveyor system at least partially built into the door and configured to allow a surface of the conveyor system to slide relative to the door in a second direction opposite to the first direction while supporting at least one wheel of a vehicle on the surface of the conveyor system.

도어에 적어도 부분적으로 내장되고 컨베이어의 표면에서 차량의 적어도 하나의 휠을 지지하면서 컨베이어 시스템의 표면이 제 1 방향과 반대되는 제 2 방향으로 도어에 대해 미끄러지도록 구성되는 컨베이어 시스템 체계.

이 특허는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유럽·중국 등에서도 유효하게 등록돼 있다. 니오의 ‘2세대 배터리 스와프 스테이션’과 관련도가 높으며 배터리 스테이션 방식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특허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시장이 자리 잡기 전부터 등록된 특허에 대한 침해 문제를 해소하면서 배터리 교체 방식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차량 제조사와 연계된 배터리 스와프 스테이션을 찾는 불편이 없어야 할 것이다. 즉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의 보편화를 위해 어디서든 편하게 배터리 교체가 가능하도록 배터리팩의 형상 및 인터페이스가 표준화될 필요가 있다.

또한 전기차는 자율주행 기능 및 자율주행 중에 이용 가능한 다양한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디바이스라는 점을 고려해 추후 자율주행차가 로보택시(Robo-Taxi)까지 확장돼 이용될 때 차량 직접 충전 방식에 비해 배터리 교체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가까운 시일 내에는 전기차 보편화를 위해 충전소와 배터리 교환 시스템을 혼용하는 방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직접 충전기에 연결해서 충전하기도 하고, 따로 충전된 배터리를 교체해 사용했던 것처럼.

 

필자소개
정태균

훌륭한 기술과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창의적 IP 전략을 고민합니다. 최신 기술과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IP 전문성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진화하는 IP-Business 전문가그룹 ‘특허법인 BLT’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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