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반갑다!” 여름 특수 노리는 스타트업 열전
“무더위가 반갑다!” 여름 특수 노리는 스타트업 열전
2021.07.06 21:10 by 최태욱

삼계탕과 펜션의 공통점은? 바로 여름철 호황을 톡톡히 누린다는 점이다. 통상 7~8월 두 달 동안 한해 매출의 30%정도를 올린다. 불쾌지수가 높아질수록 유쾌해지는 업종은 그 외에도 많다. 빙과류나 냉방기기를 취급하는 제조‧유통업체나 생맥주나 냉면을 파는 동네상권의 시선도 한 여름을 정조준 한다. 

디지털 경제의 핵심 주역으로 떠오른 스타트업들도 여름은 특히 분주한 계절이다. 휴가철이란 시의성에 또렷한 기후적 특성을 지닌 이 계절은 다양한 분야의 다채로운 스타트업들이 각자의 야심을 뽐내기 좋은 시기다. 이미 무신사나 브랜디 같은 패션‧라이프스타일 분야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여름 기획전’이 쏟아지고 있으며, 야놀자나 마이리얼트립 등의 여행‧숙박‧레저 분야 기업들도 참신한 상품과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속속 선뵈며 ‘장기집콕’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사려한다. 

지각 장마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든 이 때, [더퍼스트미디어]에서 무더위가 반가운 스타트업들을 선별해 그들의 땀내 나는 활약과 뜨거운 포부를 직접 들어봤다. 

 

여름 특수를 노리는 스타트업들을 만나보자
여름 특수를 노리는 스타트업들을 만나보자

| 에어컨 열일하는 계절…설치부터 절약 노하우까지 

“켜두면 춥고 끄면 또 덥고… 여름철 실내 에어컨 조절 때문에 애먹은 경험은 누구나 있을 거예요. 그런데 하루 종일 에어컨만 바라보며 챙겨주는 알바생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우리 비즈니스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했습니다.”(최현웅 씨드앤 대표)

인공지능 기술 스타트업 ‘씨드앤’은 실내외 온도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온도를 제어해주는 냉난방 운영 엔진을 서비스하는 기업이다. 대형 건물에는 대부분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만 중소형 건물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현실에서 발견한 문제의식이 비즈니스의 초석이 됐다. 최현웅 대표는 “2013년부터 건물에너지 분야를 연구해왔고, 프로토 타입이 만들어진 2015년에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했다”면서 “건물의 특수한 상황이나 계절별로 다른 특성을 다 검증해야 했기 때문에 테스트하는 과정이 꽤 힘들었고 또 오래 걸렸다”고 덧붙였다. 

씨드앤 서비스의 핵심은 쾌적성, 편의성, 에너지 절감성이다. 이미 지난 한 해 동안 서울‧경기 지역 프랜차이즈 카페 8곳의 테스트를 통해 전년 동기대비 약 17% 이상의 에너지를 절감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별도의 설치비용과 관리자가 필요치 않다는 장점 덕분에 무인 매장의 수요도 늘고 있다고. 최 대표는 “얼마 전에는 서울 모 구청 백신접종센터에 우리 시스템이 적용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씨드앤의 에너지 절감 AI 센서 및 컨트롤러

업종이 업종인 만큼 여름은 결실의 계절이다. 날이 더워지는 5월을 전후해 설치 문의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미 자체적으로 목표했던 1차 생산 분량은 모두 판매된 상태. 이에 힘입어 최근 카카오벤처스로부터 투자 유치까지 결정됐다. 최현웅 대표는 “1차 목표를 세웠으니 이제 현장을 지켜보며 데이터와 피드백을 수집하고 개선점을 찾아야 하는 단계”라며 “금번 투자를 통해 연구개발(R&D)에 더욱 매진하여, 서비스의 효율성과 공익성을 지속적으로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씨드앤이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슬로그업’은 ‘설치’에 주목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201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에어컨 설치 온라인 견적 서비스 ‘쓱싹’을 통해 정직하고 실력 있는 기사들이 더 많은 고객을 만나게 하겠다는 미션을 수행한다. 클릭만으로 주변 기사들로부터 에어컨 설치 견적을 받아볼 수 있고, 보증과 AS 이슈 등의 안전장치까지 담보되는 것이 최대 장점. 이화랑 슬로그업 대표는 “여름 시즌을 맞아 에어컨 설치 및 이전 설치의 수요가 몰리고 있고, 장마가 시작되며 누수 수요도 있는 편”이라면서 “설립초기부터 서비스에 IT를 적용시켜보자는 취지로 설치 및 시공 시장을 공략해 온 만큼,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향후 더 많은 분야의 서비스를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슬로그업이 운영하는 ‘쓱싹’은 고객과 에어컨 설치기사를 연결하는 서비스다.
슬로그업이 운영하는 ‘쓱싹’은 고객과 에어컨 설치기사를 연결하는 서비스다.

| 서핑으로 캠핑으로…이 여름, 집콕에 지친 당신을 위해 
아직도 바다하면 ‘해수욕장’만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문화 콘텐츠에 무딘 성향일 수 있다. 바다는 이미 서퍼들의 놀이터가 된지 오래다. 국내 서퍼 인구는 최근 5년 간 400%나 늘었는데, 이는 세계 평균의 두 배가 넘는 신장률이다. 자연스레 관련 시장도 활황이다. 서핑숍, 서핑스쿨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서핑 명소인 동‧남해는 땅값마저 올랐을 정도다. 

워터스포츠 활동 시 착용하는 웻슈트(wet suit)를 만드는 ‘서플로’는 그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전국의 서핑스쿨 200곳 중 143개소에 자사의 웻슈트를 공급할 정도. 지난해부턴 서핑 본고장인 하와이는 물론, 홍콩과 대만에도 진출했다. 가장 큰 강점은 ‘경험자’의 안목이 십분 활용됐다는 점이다. 서플로의 박용희 대표는 윈드서핑, 카이트서핑(서핑과 패러글라이딩을 접목한 레저스포츠) 등의 수상스포츠 분야에서 10년 가까이 활동한 선수 출신. 박 대표는 “오랜 기간 웻슈트를 사용하면서 기성 제품에서 불편함을 느꼈던 사항들을 개선하는 동시에 한국인에 잘 맞는 웻슈트를 개발하고 싶었던 게 창업의 직접적인 계기”라며 “한국인 체형과 관련된 자료를 모으고, 다년간의 테스트까지 거치며 한국인에 최적화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서플로의 웻슈트 제품
서플로의 웻슈트 제품

서플로 제품의 선전은 끊임없는 연구개발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첫 제품을 출시한 이후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 투자에 사용했다. 국내 특허 2건, 실용신안 1건, 해외특허 1건 등은 가장 가시적인 성과다. 냉수대에 해당하는 한국 바다의 특성을 감안, 체온을 유지해주는 ‘네오프렌’ 원단을 사용하는 등 해외 브랜드와 차별화된 한국형 웻슈트를 만든다는 비전에도 충실하다. 

최근 서플로가 가장 주목하는 가치는 ‘친환경’이다. 창업 초기부터 수선 서비스를 강화해 버려지는 웻슈트를 최소화하고, 친환경적인 석회암 네오프렌을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이어온 것에 더해 최근에는 아예 업사이클링 브랜드로 진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올해부터 출시되는 모든 웻슈트는 비용 증가를 감수하고 폐각(버린 조개껍질)과 재활용 카본을 활용해 만드는데,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존 대비 72%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박용희 대표는 “수명이 다한 웻슈트를 정기적으로 수거 및 재사용해 가방이나 보호대 같은 아이템으로 업사이클링하고 있으며, 재사용이 힘든 자투리 원단은 요가매트나 놀이용 안전 블럭으로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플로는 폐 웻슈트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상을 수상했다.
서플로는 폐웻슈트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상을 수상했다.

바다에 서핑이 있다면, 산과 계곡엔 캠핑이 있다. 서핑과 함께 여행‧레저의 총아로 급부상하며 4조원대의 규모를 형성하는 대세 시장이 됐다. 현재 국내의 캠핑인구는 약 700만명으로 추정된다. 캠핑족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역시 장비다. 반복되는 충동구매로 ‘장비의 블랙홀’에 빠지는 것도 문제지만, 보관과 이동도 꽤나 골치다. 대체로 덩치가 크고 무겁기 때문이다. 캠핑용품의 보관‧배송‧렌탈을 담당하는 ‘캠킵’은 그런 고민을 깔끔하게 해결해주는 스타트업이다. 

캠킵은 크고 무거운 장비를 캠핑장 현장에 설치돼 있는 무인 보관함을 활용해 보관해주거나, 자사가 보유한 장비들을 렌트해주는 서비스를 펼친다. 남토일 캠킵 대표는 “현재 국내 캠핑장 7곳에서 보관 및 렌탈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보관 서비스는 전용 앱, 렌탈 서비스는 웹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캠킵의 보관함은 IoT 기반의 키오스크를 담당자가 직접 제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캠킵의 보관함은 IoT 기반의 키오스크를 담당자가 직접 제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오는 9월에는 제주도를 무대로 본격적인 캠핑장비 배송서비스도 론칭할 예정. 캠퍼들이 장비를 배로 옮겨야 하는 불편함에, 캠핑장 사이의 동선이 상대적으로 짧고 코스가 정해져있다는 제주의 특성을 살려 배송 서비스의 가능성을 시험한다는 계획이다. 남토일 대표는 “이번 제주에서의 시도와 성과를 향후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예정”이라며 “IoT 등 혁신기술과 오프라인 기반의 업 특성을 잘 버무려진다면, 향후 다른 레저 분야로의 확장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각 사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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