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수술을 위한 ‘타노스의 건틀렛’이 온다
의료용 전동 핸드피스 제조 스타트업 '다이나메딕' 인터뷰
외과 수술을 위한 ‘타노스의 건틀렛’이 온다
2021.07.21 15:54 by 이창희

마블 유니버스의 ‘끝판왕’ 타노스가 가진 절대무기는 바로 건틀렛이다. 가진 힘과 능력을 최대치로 증폭시키는 기구다. 외과 의사들에게도 비슷한 기구가 필요하다. 사람의 뼈를 자르거나 구멍을 내는 일은 극히 위험하기 때문에 세심한 손기술을 받쳐줄 성능 좋은 도구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것. 여기 바로 그 건틀렛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있다. 의료용 전동 핸드피스로 세계 정복을 꿈꾸는 스타트업 ‘다이나메딕’이다.

 

타노스의 건틀렛.(사진: shutterstock/papin lab)
타노스의 건틀렛.(사진: shutterstock/papin lab)

|글로벌 시장에서 키운 역량으로 창업에 도전하다
다이나메딕을 이끄는 최형섭 대표는 20년 넘게 글로벌 무대를 누빈 인물로 특히 시장 개발에 잔뼈가 굵다. 3곳의 외국계 기업을 거치는 동안 마케팅 부서에서만 청춘을 보냈을 정도.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곳은 의료 기기의 핵심 부품을 만드는 회사였는데, 그는 국내를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담당했다. 당시만 해도 의료 기기 시장은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이 전 세계의 80% 가량을 독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과 인도를 필두로 후발 주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공고했던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점도 감지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도 한번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의 의료 기술이세계 정상급이니만큼 의료 기기 역시 국산화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던 거죠.”

그렇게 최 대표는 자신의 오랜 동지인 엔지니어 한 명과 함께 2018년 10월 다이나메딕을 설립했다. 특히 정형외과·성형외과·재활의학과 의사들이 수술에 사용하는 의료용 전동 핸드피스에 주목했다. 뼈에 구멍을 뚫거나 자르는 데 사용하는 도구로, 초기에는 에어 호스를 이용한 공압 방식이었다. 하지만 과도한 소음이 발생하고 세균 감염에 취약해 배터리 동력 기반의 전동 방식으로 차츰 대체되던 시기였다.

 

사람의 뼈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손길과 정밀한 도구가 필요하다.
사람의 뼈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손길과 정밀한 도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2010년대 중후반까지도 이 같은 전문 의료 기기를 사용하는 의사들이 많지 않았다. 워낙 고가인 탓에 비용을 들여 도입할 병원이 많지 않았기 때문. 수입 제품은 AS 측면에서도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일부 소형 병원에서는 전동 공구를 수술에 사용하는 일도 있을 정도였다.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성능 좋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었죠. 미국·유럽 제품은 품질이 좋지만 비싸면서 AS가 어렵고, 중국·인도 제품은 저렴하지만 성능이 크게 떨어졌어요. 우리가 파고 들어야 할 빈틈이 보였죠.”

 

|‘붉은 블루오션’에서 살아남기
창업과 동시에 제품 개발에 돌입한 최 대표였지만 고민은 적지 않았다. 국내 전동 핸드피스 시장은 확실히 매력적인 블루오션이었지만, 남들이 쉽사리 진입하지 않는 이유도 분명 존재했다.

전동 핸드피스는 전체 의료 기기 시장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작은 영역이었다. 대기업이 뛰어들기엔 ‘먹을 것’이 너무 작고,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도전하기엔 연구·개발(R&D) 과정이 방대했다. 다양한 기능이 요구되는 탓에 기본적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라는 점도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는 상당한 허들이었다.

실제로 전동 핸드피스는 뼈의 크기와 강도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손가락이나 얼굴뼈는 ‘미니본’, 발목·손목·어깨 등은 ‘스몰본’, 무릎·대퇴부·고관절 등은 ‘라지본’으로 나뉘며 조금 더 들어가면 더욱 세부적으로 나뉜다.

제품에 따라 뒤따르는 각각의 인허가 절차도 복잡하다. 의료 기기를 제조 또는 수입하는 업체는 의료기기법 또는 체외진단의료기기법에 따라 반드시 품질관리적합인정(GMP)을 우선적으로 획득해야 한다.

 

1회용 전동 스크루드라이버 ‘다이나드라이버’.(사진: 다이나메딕)
전동 스크루드라이버 ‘다이나드라이버’.(사진: 다이나메딕)

이후에도 출시하는 제품마다 일일이 인증을 거쳐야 한다. 현재 다이나메딕은 1회용 전동 스크루드라이버와 톱을 시작으로 인증을 취득하는 중으로, 연내 자사 제품 10종의 인증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품질관리적합인정과 별도로 ISO13485라는 국제 품질경영시스템 표준도 존재한다. 해외 수출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으로, 지난해 말 획득한 상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수출 대상국이 법적으로 정해놓은 인증 절차도 넘어야 한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인 셈이다.

 

|세계 속의 ‘메이드 인 코리아’를 꿈꾸다
이처럼 많은 허들이 존재함에도 최 대표는 의료용 전동 핸드피스 시장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다. 외견상 불확실성이 크고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세계적으로 심화하는 고령화 시대는 분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외과 의료기기 시장이 큰 시장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계속 연구하고 제조하고 있는 분야죠. 노인인구가 늘면서 외과 의료서비스 수요도 점점 커지고 있고요. 전 세계가 점차 선진국형 사회 구조로 속속 진입하고 있는 지금이 우리에겐 기회입니다.”

현재 다이나메딕은 연내 플래그쉽 모델을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척추 전문병원을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할 계획으로, 이미 다이나메딕의 제품 출시를 기다리는 병원들이 적지 않다. 동시에 관절경 쉐이버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2년짜리 R&D 국가과제를 진행 중으로, 내년까지 이를 마무리한 뒤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할 계획이다.

 

전동드릴처럼 다양한 기능이 가능한 모듈러 핸드피스.(사진: 다이나메딕)
전동드릴처럼 다양한 기능이 가능한 모듈러 핸드피스.(사진: 다이나메딕)

국내 시장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엔 곧바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CE 인증을 통과하면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CE 인증 없이 진출할 수 있는 동남아 국가들도 대상이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태국 같은 경우는 인구가 많고 지속적으로 의료 인프라가 발전하고 있어 우선적인 타깃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미국·유럽들과의 정치적 갈등으로 의료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중동 국가들도 눈여겨보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당연히 세계 시장에서 위상을 떨치는 것이죠.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수입 제품을 쓰고 있지만…언젠가 국산화가 하나 둘 이뤄지고, 나아가 우리 제품이 세계로 뻗어나가 인정받는 날이 올 겁니다. 우리는 자동차도 반도체도 모두 그렇게 만든 저력이 있지 않습니까.”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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