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말랑한 감성을 불어넣는 온기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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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말랑한 감성을 불어넣는 온기 한 스푼
일상에 말랑한 감성을 불어넣는 온기 한 스푼
2015.10.07 15:29 by 황유영

치열한 세상이다. 부대끼며 살다 보면 한 번씩 이런 물음을 던지게 된다. ‘이게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일까…’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이 물음에 응답한 사람들의 스토리다. 누군가는 창업을 했고, 어떤 이는 공방을 열었다. 무작정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고 갈 길은 멀다. 제대로 구조를 갖추지 못해 고군분투하기 일쑤다. 그래도 고무적인 건, 이들 모두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는 점이다. ‘언더 스탠드 에비뉴(Under Stand Avenue)’는 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공간이다. 롯데면세점이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성동구청과 함께 꾸려가는 사회공헌 창조공간으로, 우리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혁신기업가‧예술가‧비영리기획자 등이 함께한다. 더퍼스트는 이들의 도전이 활짝 꽃피우는 그날을 기대하며 ‘변화를 만나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말랑루나' 김효은 대표 (사진:말랑루나 제공)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극중 ‘신디’(아이유)는 까칠하고 도도한 톱스타로 등장한다. 치열한 연예계에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그녀가 유일하게 편해지는 공간, 바로 그녀의 침실이었다. 침실 한 편에 놓인 귀엽고 아기자기한 쿠션과 패브릭(fabric) 제품들은 공간의 분위기와 감성을 한층 풍부하게 표현해낸다. 감성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말랑루나’가 꿈꾸는 공간의 변화다.  

잃어버린 꿈을 찾기까지 

‘말랑루나’는 ‘상상력이 넘치는 공간’과 ‘즐거운 일상’을 디자인하기 위해 탄생했다. ‘말랑말랑’이라는 의태어에 김효은 대표의 활동명 ‘루나’를 조합해 만든 사명(社名)에는 ‘감성을 충족시키는 브랜드가 되자’는 마음이 듬뿍 담겨있다. 2013년 8월 론칭한 이후 감성적인 컬러와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선보이며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말랑루나’. 그 시작은 놓지 못한 꿈이었다. “회화를 전공했지만 직업으로 살리진 못했어요. 브랜드 론칭 전에는 IT 회사에서 7~8년 정도 디자이너로 근무했죠. 내 브랜드와 콘텐츠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은 욕심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마침 회사를 나와야 하는 사정이 생기면서 어려움을 기회로 삼자고 다짐한거죠.”  

말랑루나의 주력 제품 중 하나인 패브릭 패널.

조금은 무모하다 싶은 도전. 하지만 김 대표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6개월 정도 블로그를 운영하며 창작 작업과 소통을 병행했고, 당장 시장에 나가기보다는 ‘플리마켓’(Flea market․벼룩시장)을 통해 소비자들을 직접 만났다. 작게 낸 용기에 힘을 얹어준 이들도 그곳에서 만난 소비자들이었다.

“집을 꾸미고 싶은 욕구는 많아지는데 개성 있는 브랜드는 드물죠. 유명한 해외 브랜드는 고가이기도 하고요. 저 역시 집을 꾸미면서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껴왔어요. 그래서 시장에 직접 그린 그림을 가지고 제작한 패널을 가지고 나갔는데 재미있어 하시고 의견도 많이 주셨어요. 거기에서 용기를 얻어 사업자도 내게 됐죠.”

대규모 투자나 전문가의 도움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의 입지는 빠르게 확산됐다. 개성이 듬뿍 담긴 ‘작가 브랜드’라는 차별화 포인트가 통했기 때문이다. 한샘 플래그샵, 국립 현대미술관 아트존 등에 입정했고, ‘한국무역협회(KITA)’와 ‘KBS아트비전’의 기획으로 드라마 <후아유>, <프로듀사>에 제품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이제는 대만 등 해외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트렌드를 잘 탄 부분이 있어요. 작가브랜드라는 지점이 높이 평가받으면서 우리가 먼저 발품을 팔지 않아도 업체 쪽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노력이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어요.”  

아직 많이 가지 않을 길, 함께 가고 싶다

좋은 바람을 탔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다. 최근 겪은 디자인 도용문제도 그 중 하나다. 사연은 이러했다. 제조업체에 ‘말랑루나’ 패브릭 제품 위탁을 맡겼는데, 저작권에 둔감한 제조업체 측에서 제작이 끝난 후에도 말랑루나의 디자인을 도용한 상품을 자체 제작해 판매까지 한 것이다. 잘 해결되긴 했지만 저작권은 국내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해결해야 할 고질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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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같은 소규모 업체로선 대응 방법이 많지 않아요. 디자인이 워낙 다양해 모든 디자인에 저작권 등록을 하기 어렵고, 설사 등록을 한다 해도 약간만 디자인을 바꿔 제작하면 법을 빠져나갈 수 있거든요. 아쉽긴 하지만 우리 브랜드를 더 많이 알리고 충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 같아요.”

대기업 중심의 유통 구조 역시 ‘말랑루나’에겐 큰 벽처럼 느껴진다. 현재의 유통구조 상 디자이너 브랜드는 대기업의 위탁 판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수수료가 워낙 높아 수익이 나도 브랜드에게 돌아오는 몫은 적다. 특히 ‘말랑루나’와 같은 소규모 핸드메이드 브랜드는 중국이나 대형 업체들과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는 형국이다.

“정체성과 생각이 뚜렷한 우리 같은 디자이너 브래드가 마음 놓고 제품을 팔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요. 이런 상황에서 가치관을 지켜가기란 더 어렵죠.”  

작업중인 김효은 대표. 특유의 따뜻한 컬러감으로 사람들의 감성적이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말랑루나 제공)

  ‘말랑루나’는 단순히 자사 브랜드의 제품을 널리 알리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넘어서 디자이너 브랜드가 소비자와 밀접하게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데 관심이 많다. 아직 한국에 많지 않은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말랑루나’의 길은 후배들이 따라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자본은 많지 않지만 자신의 콘텐츠를 가지고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길을 터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목표는 성공보다 성장, 오늘 보다 더 나은 내일

2015년 8월을 기점으로 2주년을 맞은 ‘말랑루나’는 서울 홍대를 떠나 경기도 파주 해이리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올 1월에는 판매와 재무 등의 실질 업무를 담당해줄 직원도 합류했다. 하루하루 발전하고 있는 ‘말랑루나’의 목표는 성공이 아닌 성장이다.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2년 동안 기회도 많이 얻었고 성장도 이뤘어요. ‘어제 보다 더 나은 오늘이었다’고 스스로 세뇌시키고 있죠. 그렇게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성장해나가는 중입니다.”  

김효은 대표가 안고 있는 애니멀 돌 시리즈 '루나캣' 패브릭 쿠션이 <프로듀사>에 등장한 바로 그 제품이다.

 지금은 패브릭에 집중하고 있는 ‘말랑루나’는 의류․패션 용품은 물론, ‘F&B(식음료)’까지 해결할 수 있는 토털 브랜드를 꿈꾼다. 더 나아가 ‘말랑루나’의 콘텐츠를 가지고 누군가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길 바란다.

“천재적인 사람만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역량과 용기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든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제 시작이 그러했듯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