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화는 경계에 서있다.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함과 동시에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를 놓치면 안 된다. 공익적 가치를 이야기 하고 개인의 흥미를 유발해야 한다. 환경영화의 틀안에 공존하고 있는 복잡한 가치는 서울환경영화제가 풀어야 할 숙제다. 전문적인 환경운동가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진정성 없고 지나치게 가벼운 영화제가 되기 십상이고 일반 관객들은 여전히 환경영화를 어렵고 재미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제11회 서울환경영화제는 그 사람들을 다 품고 싶었다. 대중성이라는 키워드가 과제로 주어졌다. 하나의 주제로 묶인 영화제가 가질 수 있는 대중성은 무엇일까. 김영우 프로그래머와 서울환경영화제의 고민은 이 지점에서 시작했다. 더 많은 사람고 소통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나왔고 다양한계층이 만족할 수 있는 영화를 선별했다.
“양 극단을 모두 끌어오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서울환경영화제가 10년을 이어오면서 자연스럽게 교집합을 만들어왔다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중성이란 존재하지 않아요. 때문에 타켓층을 세분화했어요. 각각의 작품이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선의 폭넓은 영화를 소개하려고 노력했어요.”
김영우 프로그래머가 설명하는 대중성은 곧 다양성과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다양성은 환경영화가 가져야 할 당연한 미덕이다. 환경은 기후 변화나 환경 파괴 등 자연의 범주를 넘어 일상으로 들어왔다. 환경에 대한 관심을 시대적 요구사항이다. 환경의 범주를 벗어날 수 있는 주제는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문제가 환경에서 촉발된다. 환경영화는 삶을 이야기 한다. 다양한 삶, 다양한 가치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종하고 있듯 폭넓은 스펙트럼의 영화가 서울환경영화제의 틀안에 담길 수 있어야 한다.
“7-8년 전만 해도 기후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하면 대다수는 상당히 불편해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날씨가 더워지면 누구라도 지구 온난화를 이야기 할 정도로 환경은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있어요. 환경이 당연한 이야기가 되면서 일상적이고 사적인 차원에서 환경을 바라보는 다양한 가치들이 생겼어요. 기후변화, 세계 경제, 에너지, 환경 정책 등 거대 담론에 대해 이야기 하던 영화들이 미시적인 차원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 하고 있어요.”
환경이 삶과 직결되는 문제라면 트렌드를 보다 민감하게 담아내야 한다. 세계와 국내의 환경 이슈가 가지는 시차도 해결해야 한다. 서울환경영화제는 트렌드를 반영하려고 하지만 절대적인 선택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이제 세계문제가 곧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환경 이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 정서에 딱 맞는 이슈나 특정한 이야기는 분명히 존재해요.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한국 관객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서울환경영화제의 속도가 반 박자 정도 빠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가끔은 국내 정서에 맞지 않다고 해도 해외에서 이런 문제가 논의되고 있으니 함께 고민해보자는 의미로 영화를 소개하기도 해요.”
◇여전히 변방의 영화제…여전히 정치적이고 진보적인 이슈 ‘환경’ 환경영화제는 외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환경영화제도 관심의 중심에 서게 됐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풍족하고 화려하게 영화제를 준비하기는 어렵다. 서울환경영화제는 환경재단, 서울환경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환경부, 서울특별시,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 서울특별시교육청, 주한미국대사관, 주한캐나다대사관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대부분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대기업의 후원은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는 편이다. 환경은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지만 기업에게는 여전히 진보적이고 때로 공격적인 이슈로 읽히기 때문이다.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면 윤리적인 소비, 합리적인 소비에 대해 이야기 할 수밖에 없어요.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진보적인 주제들이죠.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현물 후원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에요. 반대로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서도 기업에서 받는 후원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요. 그 안에서 어려운 지점은 분명히 존재하죠.”
때문에 환경영화제는 적절한 규모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예산을 책정하고 합리적인 운영을 추구한다. 고정적으로 투입되는 인력은 2-30여명 수준이며 그래도 부족한 인력은 자원 활동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
◇다양한 가치를 포용할 수 있는 영화제를 꿈꾸며…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서울환경영화제는 10년간 꾸준히 성장을 거듭했다. 올해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기 위해 볼거리를 자제하고 영화 본연에 집중했음에도 많은 관객들이 서울환경영화제를 찾아왔다. 특히 단체 관람객이나 환경, 시민 단체가 아닌 일반 관객들이 증가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씨네맘비엔떼’나 ‘파리국제환경영화제’가 세계적인 규모의 환경영화제에요. 영화제 기간 동안 100편 넘는 영화를 상영하고 1만 여명 넘는 관객이 찾는 서울환경영화제도 작은 규모는 아닙니다.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약 23개의 환경영화제가 ‘그린필름네트워크’라는 연대를 맺고 있는데 아시아에서는 서울환경영화제가 유일하게 이 네트워크에 속해있어요. 규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규모를 유지하고 역사가 쌓여야 세계의 좋은 환경영화를 소개할 수 있어요. 적어도 서울환경영화제가 세계의 다양한 환경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10년간 서울환경영화제는 부침을 겪었다. 내부적인 요인도 있었고 정치와 사회적 인식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해온 서울환경영화제는 다시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환경이라는 문제를 이해하는 방식은 개개인마다 다릅니다. 그만큼 많은 가치와 생각이 있을텐데 그 모든 가치와 생각을 서울환경영화제가 포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떤 개인이나 어떤 모임, 어떤 시민단체라도 영화제의 틀 안에 들여와서 함께 이야기하고 소통하고 싶어요. 누군가에게는 진보적인 이슈일 수 있지만 결국 우리 생존에 관한 가장 중요하고 보편적인 문제에요. 다양한 고리를 연결할 수 있는 그런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어요.”
서울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 미국 러트거스대학교(Rutgers University)에서 영상예술과 방송을 전공했다. 졸업 후 뉴욕 소재 방송국에서 근무하다 2007년 한국으로 귀국,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를 거쳐 2010년부터는 서울환경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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