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즘 듬뿍 의료서비스…낭만창업가의 도전
김민승 솔닥 공동대표 인터뷰
휴머니즘 듬뿍 의료서비스…낭만창업가의 도전
2021.09.07 18:03 by 최태욱

‘콩깍지가 씌었다’란 표현이 있다. 객관적인 정보보단 주관적인 감정으로 상대의 모든 걸 수용하며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 면에서 김민승 솔닥 공동대표(이하 대표)는 스타트업에 콩깍지가 씐 인물일지도 모른다. 남들이 선망하는 초일류 기업에서의 탄탄대로를 스스로 벗어나,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미지의 길을 택했으니 말이다. 

“학교 동기들이 스타트업을 하며 굉장히 고전하는 걸 옆에서 지켜봤어요. 남들은 ‘아, 하면 안 되겠구나’싶은 마음이 절로 들만한 모습이었는데, 전 오히려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지더라고요.”

김민승 대표의 회상에는 막연했지만 확고했던 갈망이 묻어있다. 회사의 모든 고민, 판단, 결정, 성과의 주인공이 오롯이 자신이고 싶었던 것. 심지어 실패에 대한 책임마저도 말이다. 통계 상 아무리 두텁게 씐 콩깍지도 평균 1년 반 정도가 지나면 벗겨진다고 한다. 김 대표가 스타트업 플레이어로 나선 지는 어언 3년째. 그 콩깍지는 건재할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김민승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김민승(사진) 솔닥 공동대표
김민승(사진) 솔닥 대표

| 세계 1위도 의미 없다…오롯이 우리 것이 아니라면 
김민승 대표는 잘나가는 ‘상사맨’이었다. 삼성전자에서 유럽을 대상으로 통신 네트워크 사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13년 당시, 4G LTE 기술을 중심으로 세계의 통신 네트워크 장비 시장을 선도하던 삼성전자의 위용을 생각하면 김 대표의 경쟁력과 쓰임새를 가늠할 수 있다. 회사 일은 만족스러웠다. 팀원들과의 ‘케미’도 좋았고, 동기부여도 썩 잘됐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 기업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이 컸다. 하지만 소임이 커지고, 성과가 늘수록 덩달아 갈증도 거세져만 갔다. 

“불만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처음엔 그저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기분은 어떨까’하는 정도였죠. 대기업의 엄청난 체계 속 일원이 되는 것도 의미 있지만, 훨씬 작고 보잘 것 없더라도 온전히 나의 사상이 반영된 조직을 꿈꾸기 시작했어요.”

소소한 바람은 이내 걷잡을 수 없는 갈망으로 변해갔다. 10만명에 달하는 직원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생활을 5년 정도 경험하면서 시나브로 확고해진 갈망이었다. 아무리 분주히 일해도 안주하는 듯 느껴지고, 회사가 주는 안정감이 클수록 불안함도 커지는 아이러니다. 한번 불붙은 창업의 도화선은 멈출 줄 모르고 타들어 갔다. 김민승 대표는 “어느 순간 나의 노력과 회사의 업적 사이의 괴리감이 부쩍 크게 느껴졌고, 그 때가 바로 ‘몸을 일으켜야 할 때’란 걸 직감했다”고 했다. 그의 직장생활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김민승 대표는 큰 회사가 아닌 작은 나를 위해 일하는 삶을 택했다.
김민승 대표는 큰 회사가 아닌 작은 나를 위해 일하는 삶을 택했다.

| 수요‧공급의 괴리 채우다보니 도달한 미지의 땅
김민승 대표는 해외영업 현장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숱하게 치러왔다. 수많은 해외 바이어들을 상대했고, 성패를 좌우하는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했다. 그럴 때마다 기준이 되는 명확한 철학이 있었다. 김 대표는 “상대를 설득시키는 건 결국 상대방의 이해관계와 나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과정”이라며 “수요와 공급의 괴리가 있을 때 이를 채워주는 게 전략적인 영업의 핵심이라고 배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철학은 그의 첫 창업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그가 스타트업씬으로 넘어 온 2017년은 중국 내 K뷰티 열풍이 가장 거셌을 시기다. 중국에선 보다 세분화된 피부 관리에 대한 니즈가 있었고, 국내에는 중국에 진출하고 싶은 파트너들이 많았다. 시장의 가려운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국내 생산업체와 합작 형태를 통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첫 사업은 1년 만에 마무리됐다. 당시 불거진 사드 위기 등 외부의 변수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길지 않은 첫 경험이었지만 수확은 꽤 많았다. 좋은 동료들과 협력 경험을 쌓았고, 자체개발한 상품의 경쟁력도 확인했다. 무엇보다 큰 소득은 창업의 경험이 고난보다는 희열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그의 창업 욕구가 단순한 호기가 아니라, 잠재된 기업가정신의 발로였다는 걸 확인한 건 일 년 간 올린 매출보다 훨씬 값진 것이었다.  

이후에도 도전은 계속됐다. 그 시작은 역시 수요와 공급의 괴리를 찾기 위한 시장조사였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팀 빌딩도 이뤄졌다. 서울 신사동에서 피부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현직의사 이호익 대표와의 의기투합이 이뤄졌다. 첫 도전 때 전문가로서의 인사이트를 가감 없이 제공하며 도움을 줬던 인연이 이어진 것. 김 대표는 “의사‧환자들이 평소 가지고 있는 니즈와 그에 대한 아이디어를 굉장히 많이 가진 분이었다”면서 “안주보단 모험하기를 좋아하는 성향도 나와 꼭 맞았다”고 했다. 두 모험가가 하나의 출사표를 던진 이후 처음 레이더에 포착된 것은 현직 안과 의사들이 가진 딜레마였다. 

 

김민승(왼쪽) 대표와 이호익 대표
  김민승(왼쪽)‧이호익 솔닥 공동대표

2018년 5월 김민승‧이호익 공동대표는 ‘아이케어닥터’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아이케어밤’ 제품을 개발했다. 눈 주위의 발라 눈의 피로도를 낮추는 기능성 제품으로, 인공눈물의 보완재 격이었다. 공급이 생기자 수요와의 괴리가 채워졌다. 시장성 검증을 위해 진행했던 크라우드펀딩에서 한 달 만에 1억 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였다. 론칭 3개월 만에 대기업 제약사를 통한 활로도 확보했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대기업의 마케팅 전문가들이 붙자, 제품의 메시지가 바뀌기 시작했다. 의사와 환자의 고충을 해결하겠다는 초기 의도와는 별개로, 고객들이 좋아할만한 메시지로 제품이 포장됐다. ‘미백 효과’, ‘주름 개선’ 같은 키워드가 대표적이다. 

판매 촉진을 위해선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만, ‘과연 그게 우리의 미션이 맞나’하는 의문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고민이 깊어지던 중 발상의 전환이 일어났다. ‘어쩌면 이런 부분이 시장이 가려워하는 또 다른 부분일 수 있겠다’하는 깨달음이다. 2019년 10월, “건강 전문가들과 고객들을 온전히 이어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솔닥’의 미션이 처음으로 탄생한 배경이다. 

 

| 소통의 힘으로 헬스케어 정점을 향해
스타트업 솔닥의 핵심 키워드는 ‘소통’이다. 서비스명 ‘솔닥’(솔직한 닥터)에서도 이는 잘 드러난다. 최고의 건강전문가인 의사들과 그들이 필요한 고객인 환자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연결시키겠다는 포부가 동력으로 작용했다. 소통 중심의 서비스를 개발하던 차에 세상의 빗장도 조금씩 헐거워졌다. 

“초기 구상은 비만이나 탈모 같은 일상 속 행복에 영향을 주며 반복관리가 필요한 증상들로 잡았어요. 의약품을 보조하는 기능성 제품을 개발‧판매하는 게 한 축이고, 이를 케어해주는 현직 의사들의 상담 영역이 또 다른 축이었죠.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원격의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진료의 영역까지 붙일 수 있게 됐어요. 치료-관리-보조제가 묶이며 진정한 의미의 헬스케어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 거죠.”

 

솔닥의 서비스 화면
솔닥 플랫폼의 서비스 화면

이를 위해선 현직 의사들과의 협업이 필수다. 초기 눈 건강 보조제를 만들 때부터 끊임없이 의사들과 소통하며, 커뮤니티 생성에 심혈을 기울였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이미 20명의 현직 의‧약사 등 의료 전문가들이 다양한 형태로 솔닥과 함께 하고 있다. 원격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부터, 상품 기획에 참여하는 의사까지 협업의 형태는 다양하다. 진료-처방-관리의 흐름 속에서 솔닥이 자체 개발한 기능성 제품의 판매도 이뤄지는 구조로, 고객과 제휴 의료기관은 플랫폼 사용에 대해 별도의 사용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고객 입장에서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편의성이다. 가장 보편적인 메신저인 카카오톡으로 예약부터 약품 배송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처리케 하는 등 심리적 저항감을 최소화했다. 김민승 대표는 “고객들은 낮고 편한 문턱을 통해 검증된 전문가를 만날 수 있고, 의료진 역시 유휴시간을 십분 활용하며, 부가적인 수익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쪽 모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자 했던 의도는 주효했다. 지난 4월 정식 론칭한 솔닥은 개시 두 달 만에 월간 진료건수가 342% 증가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의사와 사용자를 통해 얻은 정성적 평가도 값지다. 김민승 대표는 “개발 단계부터 어렵기만 의사 분들이 친구 같은 주치의처럼 편안히 느껴질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는데 그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많이 받는다”면서 “한 의사분으로부터는 ‘서비스에 휴머니즘이 녹아있는 것 같다’는 피드백을 듣기도 했다”며 웃어보였다. 

 

김민승 대표는 "개발 단계부터 편하고 친근한 소통에 가장 신경 썼다"고 말했다.
김민승 대표는 "개발 단계부터 편하고 친근한 소통에 가장 신경 썼다"고 말했다.

극한의 편의성에 따뜻한 감성까지 놓치지 않은 솔닥의 활약은 외부에서도 호평을 얻었다. 지난 8월에는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면서 시장성까지 인정받았다. 3년 만에 일궈낸 쾌거지만 김 대표는 오히려 조심스런 반응이다. 투자를 종착역이 아닌 시작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여전히 보수적인 의료계의 시선을 포함해 산적한 과제들도 많다. 김민승 대표는 “올해 초 데스벨리를 겪으며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부담스럽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받은 믿음과 인정, 팀원들이 주는 신뢰, 세상과 시장의 요구까지… ‘이젠 헛발을 딛으면 안 되겠구나’하는 생각에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향한 그의 콩깍지는 여전히 두텁기만 하다.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가운데,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며 그 수확의 기쁨까지 오롯이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스타트업의 매력에서 당분간은 헤어 나오지 못할 태세다. 

“지금까지 재미있게 해 왔습니다. 고난도 있었지만 그만큼 극복하는 기쁨과 보람도 컸죠.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어딘가 조금이라도 불편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되고 싶습니다. 그게 바로 저희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친구 같은 주치의’이니까요.(웃음)”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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