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팩토리의 길도 한 걸음부터…겁내지 말고 도전하세요.
반월·시화스마트산단사업단 심재명 코디네이터 인터뷰
스마트팩토리의 길도 한 걸음부터…겁내지 말고 도전하세요.
2021.09.19 23:04 by 최태욱

“중소형 제조공장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은 대부분 평생 그 일만 해 오신 분들이에요. 자기 방식에 대한 고집스런 믿음 같은 게 있죠. ‘기계 소리만 들어도 상태를 속속들이 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제조 공정의 디지털화가 쉽지 않은 이유죠.” 

심재명(62) ㈜한국기업인증원 수석위원(이하 위원)의 말이다. 30년 넘게 제조업 혁신을 위해 일했던 심재명 위원은 지난해 말 ‘2020 혁신데이터 코디네이터 양성 및 컨설턴트 운영 사업’의 초대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며, 국내 뿌리산업의 최대 밀집지라는 경기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한양대학교ERICA산학협력단이 주관하는 해당 사업은 지역의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이 협력·연계하여 ICT융합의 데이터 통합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소재부품 및 뿌리산업 공정전반을 디지털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사업. 오는 9월 24일까지 2기 코디네이터를 모집하는 등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1기 코디네이터 활동을 통해 현장을 누볐던 심재명 위원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심재명(사진) 혁신데이터 코디네이터
심재명(사진) 혁신데이터 코디네이터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1986년에 삼성전자 경영혁신팀에 입사해 25년 간 경영혁신, 외부업체 지도, 6시그마(품질혁신과 고객만족을 달성하기 위한 21세기형 기업경영 전략) 활동을 했다. 해당 경험을 기반으로 퇴사 후에는 관련 분야의 교육과 컨설팅에 매진하고 있다. 스마트공장, 공정혁신, 품질혁신, 공장자동화 등의 분야에서만 35년의 경험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혁신데이터 코디네이터 양성 및 컨설턴트 운영 사업의 1기 요원으로 활동했다. 어떤 과제를 수행했나.
“지난해 11월 쯤 관련 공고를 접하고 합류했다. 한양대학교(에리카캠퍼스)와 외부 기관 전문가들을 통해 약 2주간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1차로 반월‧시화공단에 기업체에 투입됐다. 한달 간 기업을 탐방하면서, 공장의 현황과 자동화 정도, 장비 보유 현황, 경영진의 의지, 요구 및 애로사항을 진단 및 수집했고, 이에 대한 보고서도 작성했다. ‘해당 업체에 스마트 공장을 도입한다면 어떤 지표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하는 내용의 보고서였다. 이후 내가 작성한 보고서가 우수과제로 뽑혀 이를 발표하는 행사에도 참여했다. 발표행사가 끝난 후에는 LS일렉트릭의 전문 멘토들이 투입되는 심화 단계가 이어졌는데, 그 활동에도 합류했다.”

-반월‧시화산업단지는 서울‧경기 지역 뿌리산업의 밀집지이지만, 생산성과 경쟁력을 점차 잃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직접 둘러본 소감이 궁금하다.
“금형, 주조, 도장, 용접 같은 기초 제조업이 모여 있는 곳이니만큼 여러 가지 면에서 열악함을 보인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바꾸려는 의지 자체도 미약하다는 점이다. 비교적 젊고, 공부를 많이 한 몇몇 2세 경영인들을 제외하면 스마트 공정을 마치 ‘불청객’ 보듯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어렵다고도 하고, 비용이 문제라고도 한다. 그저 지금에 만족한다는 사장님도 있다. 이는 비단 반월‧시화공단만의 문제는 아니다. 스마트팩토리 레벨이 1부터 5까지 있는데,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85%가 레벨 1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최근 정부‧지자체를 중심으로 제조분야의 스마트 공정을 구축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를 통해 현장에서 얻는 가장 큰 효과는 무엇인가.
“스마트 공정을 구축한다고 당장 생산성이 두 배, 세 배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 공정의 가장 큰 힘은 ‘데이터’로부터 나온다. 영세한 공장은 아직까지 모든 게 주먹구구식이다. 실무자가 작성하는 종이 문서에 의지해 성과를 측정하는데, 그러다보면 성과 지표가 불확실하고, 자칫 불신의 씨앗마저 생길 수 있다. 스마트 공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데이터는 비효율을 줄이면서 정보의 교류나 공유를 손쉽게 한다. 공정의 신뢰도가 대폭 높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들이 생산관리, 제조/가공, 자재, 유통, 물류 같은 시스템으로 연계되면 정확도, 신속도, 대처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진다. 이는 자연스레 생산성의 제고로 이어진다.”

-이제 곧 혁신데이터 코디네이터 양성 및 컨설턴트 운영 사업의 2기가 출범한다. 후배 코디테이터들과 대면하게 될 공단의 경영자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현장의 어려움을 누구 못지않게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두렵기도 하고, 의구심도 들 것이다. 맨파워가 중요한 업무지만, 현장에는 늘 사람이 없다. 하지만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팩토리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하루아침에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초기에는 힘만 들고 효과는 미비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이 안정되고, 다른 시스템과 연계되기 시작하면 놀라운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그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그 자체로 자산이 된다. 그 시작을 혼자 해내기 어렵기 때문에, ‘혁신데이터 코디네이터 양성 및 컨설턴트 운영 사업’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한양대가 함께 하는 산학연계 프로젝트란 점도 장점이다. 스마트 공장이 어떤 것이고, 왜 필요한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저 겁 없이 시작해보라 권하고 싶다. 어려운 점, 미비한 점은 차차 보완해간다는 자세로 말이다.”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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