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이 그룹 내 화학 계열사 합병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달 5일 애경그룹은 ▲애경유화 ▲AK켐텍 ▲애경화학 3개사를 합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화학종합사인 '애경케미칼(가칭)'의 출범 시기는 11월로 예정됐다.
애경그룹의 이같은 계열사 합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애경정밀화학, 애경소재, 애경피앤씨 합병을 진행한 바 있고, 애경화학의 경우 지난 2019년 일본 DIC사와 합작을 종료하는 등 분산된 계열사들의 통합작업 준비를 해왔다.
애경그룹의 합병 전략은 각 계열사들이 보유한 인프라와 노하우를 집중해 시너지 효과를 보는 한편, 글로벌 진출을 통해 그룹의 새로운 미래 동력원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애경그룹은 애경케미칼에 대해 ▲애경유화의 기초 화학소재 개발과 생산 인프라 ▲AK켐택의 친환경 저자극 고부가가치소재 생산 역량 및 글로벌 영업망 ▲애경화학의 고부가가치 제품군과 다품종 소량 생산역량 등이 맞물려 높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경그룹 화학 3사는 주로 건설, 조선, 자동차용 소재 등을 생산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애경유화는 애경그룹의 대표 화학 회사로 지난해 기준 매출 9089억원, 영업익 574억 규모의 계열사다. 주요 생산 품목 중 하나인 '무수프탈산'과 가소제의 경우 공급 능력 기준 국내 1위, 세계 4위 수준이다.
AK켐택은 애경정밀화학이 애경피앤씨와 애경소재를 흡수 합병한 회사다. 지난해 기준 매출 2349억원, 영업익 228억원의 성적을 기록했다. 주요 생산 품목은 음이온 계면활성제로 주로 세제나 샴푸 등의 원료로 활용되는 소재다. 이 분야에서는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애경화학은 액상 도료 등을 단단하게 굳히는 기능을 하는 경화제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으로, 이 분야에서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956억원, 영업익은 162억원으로 해외 시장에서 우수한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꾸준한 해외 매출 증가세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의 화학 3사가 모두 국내 1등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합병 후 적은 실적 변동성으로 인해 안정적인 매출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리포트를 통해 "제품, 연구, 투자, 인력의 효율화로 고부가가치의 종합 화학솔루션 업체로 변모할 것"이라며 "현재 시가총액 3000억원 선에서 합병 이후 6000억원대로 상승해 투자자들의 관심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1등 넘어 세계 1등으로
애경그룹이 그동안 화학 계열사의 생산 증설이나 투자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지만 이번 합병을 계기로 과감한 투자도 이뤄질 전망이다. 해외 현지 공장을 증설해 해외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세계적인 화학사로 자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애경은 이번 합병을 통해 애경유화가 생산해왔던 '무수프탈산' 생산 설비를 증설해 중국 현지에서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연 7만톤 규모의 생산력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AK켐택은 해외법인인 베트남 호찌민 공장이 최근 증축이 완료됨에 따라 현지에서 생산한 계면활성제 판매처를 인근 동남아 시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애경은 합병 후 추가적인 생산 설비 증설 또한 검토하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인 ESG 경영 추세에 걸맞게 친환경 사업 추진을 위한 노력도 본격화한다.
애경그룹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원의 월드클래스플러스 사업 기업으로 선정돼, 친환경 음이온 계면활성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2023년까지 해당 소재 개발이 완료될 전망이다. 현재는 베트남 호찌민 공장에 비음이온 계면활성제 합성동을 증설해 양산하고 있다. 합병 후 ESG 경영 실천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통합을 앞두고 그룹 내 안전환경보건 협의체를 구축하며 ESG경영문화 사내 정착에도 앞장선다. 애경그룹은 협의체를 통해 안전한 사업장 만들기에 힘쓰는 한편, 안전환경보건을 위한 전문가 집단을 육성할 계획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통해 통합법인을 글로벌 리딩 케미칼 컴퍼니로 육성하고자 한다"면서 "통합을 동력으로 성장 가속화를 실현해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글로벌 공략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