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영화가 아닌 '환경영화', 삶을 다뤄
자연영화가 아닌 '환경영화', 삶을 다뤄
자연영화가 아닌 '환경영화', 삶을 다뤄
2014.05.27 02:35 by 황유영
11회 맞은 서울환경영화제 세월호 참사 애도 속 1만여 관객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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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곧 생명, 우리는 문화가 가진 치유의 힘을 믿는다’는 슬로건 아래 개막한 ‘제11회 서울환경영화제’(이하 서울환경영화제, Green Film Festival In Seoul)은 초심을 내세웠다. 10년을 꽉 채우고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는 또 다른 출발점에 선 서울환경영화제는 광화문에 위치한 씨네큐브, 인디스페이스, 서울역사박물관 및 광장 일대로 장소를 옮겼다. 10년 전 영화제가 시작했던 바로 그 곳이다. 멀티플렉스에서 벗어나 열린 공간으로 나들이에 나선 서울환경영화제는 대중과의 소통을 선언했다. 인간과 환경의 공존이라는 서울환경영화제의 정체성을 보여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축제의 장이다.

올해 서울환경영화제는 총 35개국 111편의 영화를 소개했다. 100여 편의 영화를 추려내기까지 수많은 출품작들이 몰렸다. 국제영화경선에만 97개국 1,059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서울환경영화제 역사상 처음으로 천 편이 넘는 영화가 예심에 올랐다. 출품작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의 완성도 역시 상당한 성취를 이뤘다. 서울환경영화제의 국제환경영화경선이 아시아 지역 유일의 환경영화대상 국제경쟁부문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국제적 위상도 높아졌다.

대중과의 소통의 장으로 나온 서울환경영화제는 영화제 기간인 5월8일부터 15일까지 8일간 11,037여명의 관객이 찾았고 대부분의 영화가 매진사례를 이뤘다. 다양한 전시와 환경 교육 프로그램에는 25,00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환경영화…우리의 삶을 둘러싼 다양한 고리를 고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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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환경영화라고 하면 자연, 바다, 산, 숲과 같은 이미지를 떠올린다. 대중들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환경영화의 전부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환경영화는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편견 역시 이런 오해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환경영화의 범주 안에 자연 다큐멘터리가 포함되지만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기후 변화와 같은 직접적인 환경 문제를 다룬 작품에서부터 동물들의 생태, 자연의 아름다운 뿐 아니라 공존, 주거환경 등 사람을 둘러싼 모든 것을 다룬다. 김영우 프로그래머의 설명에 따르면 환경영화는 인생의 다양한 연결고리에 관한 이야기다.

“환경은 한자로 고리환(環)자를 씁니다. 자연영화가 아니라 환경영화는 우리의 삶을 다루는 다양한 고리가 가진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영화에요. 가끔 영화제에서 다루는 영화 중 대중들이 선입견으로 생각하는 환경영화 범주에 들지 않는 작품도 있어요. 사회 공동체에게 중요한 문제를 드러내는 작품이라면 환경영화의 범주에 든다고 생각합니다.”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 ‘킹오브썸머’는 좋은 환경영화임과 동시에 훌륭한 성장영화이고 ‘푸드가이드투러브’는 음식과 식습관이 소재로 사용된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다. 때로 창작자의 의도가 아니지만 환경적인 이슈가 자연스럽게 담기기도 한다. 최근 재개발 이슈가 불거지면서 많은 창작자들이 도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철거를 앞둔 달동네와 도시의 삭막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사용되면 거주와 환경의 문제를 다룬 좋은 환경영화가 된다.

환경은 인간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다. 점차적으로 미시적인 관점에서 전개되는 환경영화의 트렌드 역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초기 환경영화들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주입하는 계몽적인 방식을 사용한 반면 최근에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변화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모색하는 영화가 늘어나고 있다.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강아지를 키우다 보면 관심이 유기견으로 옮겨가고 자연스럽게 동물 실험 문제로 번진다. 개인에게는 자연스러운 인식의 확장이지만 사회적으로 상당히 진보적인 이슈가 된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친절한 서울환경영화제

서울환경영화제는 대중과의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더 많은 대중과 소통하고 이야기 할 때 영화가 가진 메시지가 살아서 움직일 수 있다. 공익적인 메시지가 진정성만 가지고 전달되는 시대는 지났다. 메시지의 공익성이 있기 때문에 더 세련된 방식을 취해야 하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영화적인 성취를 담보하고 있으면서도 흥미롭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영화를 소개하려는 노력이 곳곳에 엿보인다.

치열했던 경쟁부문 심사.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1천편이 넘는 영화가 출품됐다. /사진=서울환경영화제 제공


‘그린파노라마’ 섹션은 대중들이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섹션이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환경영화들과 해외 영화제를 통해 이미 호평을 받은 화제작들로 채워 환경이라는 무거운 주제의식 없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들로 구성했다. 극영화의 비중도 높아졌다. ‘푸드’ 키워드의 섹션에서는 로맨틱 코미디 ‘푸드 가이드 투 러브 The Food Guide to Love’와 체중계 회사 직원들의 다이어트 프로젝트 ‘타니타의 사원식당 Recipes of Diet Diaries’을 소개했다. 2013년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데이빗 고든 그린의 ‘프린스 아발란체 Prince Avalanche’는 재치있는 대사와 농담 속에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버무린 수작이다. 2013 암스테르담다큐멘터리영화제 장편대상 수상작 ‘루이스 사르노의 숲의 노래 Song from the Forest’, 2012 토론토영화제와 2013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영된 ‘새틀라이트 보이 Satellite Boy’ 등도 영화팬들이 기다렸던 작품이다.

특정 주제의 영화를 선보이는 서울환경영화제가 말하는 대중성은 다양한 계층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는 일이다. 하나의 작품이 모든 계층을 만족시킬 수 없지만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도 와서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섹션을 보다 세분화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그린파노라마’ 섹션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담은 ‘그린파노라마-에코스릴러’ 섹션과 원자력 핵 문제와 관련된 영화를 모아 따로 상영하는 ‘그린 파노라마-오래된 미래’ 섹션을 구성했고 ‘한국환경영화의 흐름’에도 ‘포커스’라는 서브섹션을 구성해 중요한 이슈를 담고 있거나 의미 있는 작품을 따로 모아 상영했다.

서울환경영화제는 올해 처음으로 아시아 환경 영화들을 소개하는 ‘널리 보는 세상-그린 아시아’ 섹션을 신설했다. 아시아 지역은 현재 급속한 개발로 세계에서 환경문제가 심각한 지역이다. 아시아 지역의 환경영화들을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공존을 모색하기 위한 터전을 다졌다. 하천 오염 문제를 다룬 태국의 ‘강가에서 By the River’, 부탄에 불고 있는 문명의 바람을 조명한 ‘해피니스 Happiness’, 캄보디아 농민들의 위기를 다룬 ‘코끼리와 잡초 When Elephants Dance, the Grass Gets Beaten’ 등의 장편이 소개됐다.

◇풍성히 차려진 체험 프로그램…미래를 준비합니다

서울환경영화제는 어린이,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사진=서울환경영화제 제공


영화제 섹션을 세분화 했을 뿐 아니라 다채로운 체험과 전시 프로그램으로 풍성한 축제를 만들었다. 재미와 교육적 가치를 겸비한 영화를 선별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무료 감상 기회를 제공하는 ‘시네마 그린틴’은 미래를 대비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총 86단체 2,015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시네마 그린틴 프로그램의 일환인 환경영화 백일장은 환경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제출하면 우수작을 심사해 환경부장관상, 서울특별시장상, 서울특별시교육감상, 환경재단상을 시상한다. 어린 청소년들에게 어렵게만 인식되던 환경문제를 영화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가르친다.

다양한 야외 행사와 캠페인, 전시, 공연, 체험 활동 부스 등도 진행됐다. 커피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을 책상 위 화분으로 만드는 캠페인 ‘1000인의 책상 정원:1책상 1화분 프로젝트’, 주한캐나다대사관과 연계한 전시 ‘캐나다 북극:생명력과 역동성’, 주한미국대사관과 연계한 ‘World Earth Day '지구의 날', World Wildlife Day ‘세계 야생 동식물의 날’ 전시 등이 이어졌다.

6기 에코프렌즈 김소은, 강하늘 /사진=서울환경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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