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만보, 나를 찾아 떠났던 6개월간의 여행
명랑만보, 나를 찾아 떠났던 6개월간의 여행
명랑만보, 나를 찾아 떠났던 6개월간의 여행
2015.05.14 11:56 by 조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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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만보를 만나 제가 정말 좋아하고, 또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6개월간 명랑만보와 함께하며 새로운 꿈을 발견한 김하은양이 말합니다. 하은양은 “부산 애니메이션반에서 활동한 시간이 지루한 일상 속에서 활력을 찾아주었다”고도 했습니다. 작별의 아쉬움이 그대로 전해지는 대목입니다. 

명랑만보는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와 삼성증권,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함께한 청소년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으로, 지난해 10월 서울·부산·광주의 청소년 90명과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각 분야 전문 강사진과 함께한 사진·애니메이션·광고디자인 교육, 지역 탐방, 명사 특강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쉴 새 없이 달려왔죠. 그 동안 친구들의 멋진 작품들도 하나 둘 쌓여왔는데요. 이를 한데 모은 전시회를 통해 그간의 행보를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명랑만보 전시회는 4월 30일부터 5월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것을 시작으로, 이달 14일부터 21일까지 광주 동구 광주영상복합문화관에서, 그리고 23일부터 이달 말일까지는 부산 남구 부산예술회관에서 순차적으로 개최될 예정입니다. 열흘 남짓 열렸던 서울 전시회 현장의 모습을 담아, 지금까지의 명랑만보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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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의 OO을 찾아라!”

전시실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에 빔프로젝터가 쏘는 영상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영상 속에는 종이를 이용한 절지 애니메이션과 셀지를 이용한 셀 애니메이션 기법을 이용한 작품들이 등장합니다. 생동감이 느껴지는 영상은 한 프레임, 한 프레임씩 만들어나간 명랑만보 친구들의 정성과 집중력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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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중간 중간에 세워진 조형물은 투광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한 작품들을 품고 있습니다. 동그랗게 뚫린 구멍 속으로 두 눈을 가까이하자, 부산의 명물 영도대교의 풍광이 형형색색의 빛으로 물들어 있는 모습이 들어옵니다.

“18년을 부산에 살았지만, 영도대교도 초량동 이바구길도 모두 처음 가보는 곳이었어요. 옛 시절의 추억과 아픔을 간직한 곳이었는데요, 제가 사는 동네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처음에는 많이 낯설기도 했죠. 하지만 몇 번씩 출사를 나가다 보니 어느새 정감가고 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부산지역 사진반에서 활동한 김초희양의 말입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됐다고 해요. 명랑만보는 지역별로 사진, 애니메이션, 광고디자인 등 세 개씩 팀을 꾸려 18회기에 걸쳐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명랑만보 친구들에게는 한 가지 미션이 주어졌습니다. 바로 ‘우리 지역의 OO을 찾아라’입니다.  

| 광주 5.18 국립묘지 추모동상의 인물들을 아크릴판에 표현한 작품과(사진 왼쪽, 광주 광고디자인반) 손수 제작한 부산 감천마을의 엠블럼(사진 오른쪽 위, 부산 광고디자인반), 직접 발굴한 보수동 책방골목의 이야기(사진 오른쪽 아래, 부산 사진반) 등이 전시돼 있는 모습

친구들은 서울, 부산, 광주의 대표 장소를 찾아 지역에 대한 스토리를 발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해냈습니다. 각 지역의 특색이 담긴 시장인 서울 동진시장,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광주 대인시장을 누비는 한편, 시간의 흐름을 타고 이제 역사적 공간이 된 서울 항동철길, 부산 동해남부선 폐선구간, 광주 5.18 묘지 등을 방문했지요. 이곳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이 수업에서 배운 다양한 기법을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했습니다.  

수공예 생산자들이 밀집한 서울 연남동의 동진시장과 부산의 헌책방들이 모인 보수동 책방골목, 광주에서 가장 빨리 서구 근대문물을 수용한 양림동 등 각 지역의 명소는 사진과 함께 그곳 사람들의 인터뷰와 탐방기가 곁들여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서울 광고디자인반 최가을양의 동진시장 방문기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아기자기한 건물에 자리를 잡은 동진시장의 가게들은 온 세상의 소품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곳이었어요. 이런 동진시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때마다 그 공간에 내가 들어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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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 놓이면, 때론 나를 둘러싼 익숙하지 않은 풍광과 스쳐 지나는 사람들에 위축되기도 하죠. 하지만 카메라 속 네모난 영역에 나의 시선으로 한 부분 부분을 재단해나가면, 적어도 그것은 내가 보고 담은 ‘나의 것’이 됩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명랑만보 친구들도 세상과 좀 더 가까워지는 법을 터득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의 동진시장은 아무도 찾지 않는 사막 같은 곳이었어요.” 

서울 광고디자인반 친구들이 직접 인터뷰했던 한 상인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지역 명소로 발돋움한 동진시장이기에 인터뷰했던 친구들도 이 말을 듣고 많이 놀랐다는 후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비단 동진시장의 것만은 아닌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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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OO을 찾다”    

“저는 전문성에 초점을 두고 이론과 실기를 접목한 수업을 바탕으로 촬영, 제작, 편집까지 애니메이션의 전 과정을 체득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 속에서 아이들의 실력이 향상되는 것 이상의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의기소침한 모습에 소통이 어려웠던 친구는 프로그램 중반에 다다르자 먼저 제게 안부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고, 프로그램 말미에 그 친구의 어머니로부터 ‘아이가 많이 변했다. 하고 싶은 게 없다던 녀석이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하더라’며 감사 전화를 받기도 했죠.” 

부산에서 애니메이션반을 이끌었던 정희진 선생님이 명랑만보를 마무리하며 소감을 전해왔습니다. 정 선생님은 명랑만보 친구들이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새로운 꿈을 발견하는 모습에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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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진반 친구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나’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직접 서 보는 ‘메이크 오버 프로젝트’를 통해서입니다. 프로그램 초반에 “우리 지역의 숨은 OO은 뭘까?”라는 강사의 질문에 “우리요!”라는 대답이 돌아온 것이 계기가 돼 특별히 기획하게 됐다고 해요. 손수 서로의 메이크업, 헤어디자인, 의상을 다듬어주면서 진지하게 촬영에 임했다고 합니다. 평소와는 다른 자신의 모습에 어색해하기도 했지만, 숨어 있던 나의 모습을 포착한 시간이었죠.

‘우리 지역의 OO을 찾자’며 시작한 명랑만보. 이를 통해 자신이 사는 지역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점도 의미 있지만, 어느새 자신의 꿈과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가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고무적이었습니다. ‘의외의 미소’, ‘엉뚱 소녀’, ‘듬직한 맏언니’, ‘완벽쟁이’…. 지난 반년의 시간 동안 명랑만보 친구들에게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는데요. 명랑만보와 함께 키워간 끼와 재능으로 앞으로 펼쳐질 또 다른 시작을 힘차게 맞이하길 바랍니다. 서울 광고디자인반에서 ‘언어의 마술사’로 통했던 최소영양의 마지막 소감을 전해봅니다.  

“이렇게 전시회를 열게 돼 설레고, 한편으로는 명랑만보가 끝났다는 생각에 서운한 마음도 듭니다. 예전에는 막연히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그런데 지난 6개월 동안 전문적인 교육과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제 꿈도 구체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명랑만보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나를 찾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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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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