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제주도의 대표 작물로 노란 빛깔의 감귤류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전국에서 제주가 가장 높은 비중으로 생산하는 건 월동 작물이다. 연중 따뜻한 기후가 유지되는 데다 화산 지형이 가져다준 배수의 원활함으로 뿌리 식물이 잘 자란다. 이에 제주에서는 이 같은 특성을 살리면서 생산 및 관리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디지털 기반의 데이터 운용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새해 시작과 함께 열리는 ‘제주 주요작물 자동탐지 데이터 온라인 해커톤’이 대표적이다.

제주도와 한국국토정보공사, ㈜올포랜드, ㈜제이시스, ㈜이노팸은 오는 11일과 12일 양일간 온라인으로 제주 주요작물 자동탐지 데이터 해커톤을 개최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추진하는 ‘2021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공모사업’의 일환이다. 제주도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으로 해당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제주 주요작물 자동탐지 데이터는 제주도 컨소시엄이 15개의 제주 주요작물에 대해 제주 밭 전역을 대상으로 드론 촬영 및 항공·위성영상을 수집해 구축한 데이터로, 이번 해커톤은 구축된 데이터의 활용을 확대하고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활용 서비스 모델을 발굴하기 위한 목적에서 마련됐다.
제주 주요 작물은 월동무·당근·양파·마늘·양배추·브로콜리·쪽파·콜라비·적채(적양배추)·비트 등 월동작물 10종과 옥수수·감자·메밀·콩·기장 등 식량작물 5종이다. 해커톤 참가팀 모집은 지난달 21일에 마감됐으며, 총상금은 500만원이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공모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이번 해커톤을 준비한 제주도청 디지털융합과 박찬혁 팀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제주 농업정책 및 작물에 대한 학습용 데이터의 필요성을 체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
“제주도는 관광산업 다음으론 농업 같은 1차 산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월동작물 생산량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데, 그래서 생산량 예측이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음에도 수급 조절 실패로 해마다 많은 양의 작물을 폐기하는 일이 벌어지고 농민 피해가 발생한다. 학습용 데이터 구축을 통해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타 지역과 다른 제주만의 특징, 그리고 데이터 구축 및 활용 측면에 이용되는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무엇인지.
“제주의 월동작물 생산량은 전국 대비해서 무 100%, 브로콜리 79%, 당근 40%고 양배추 등도 높다. 드론을 통해 하늘에서 촬영을 하는 방식이다 보니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과수와 달리 뿌리채소들은 데이터 축적이 어렵지 않다. 이 사업은 드론을 이용하는 게 가장 핵심인데, 하늘에서 촬영한 영상에 위치 기반의 공간정보 기술까지 포함된다. 항공사진과 위성영상지도를 활용해 작물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팜맵(farm-map)’이라는 지도를 기준으로 활용해 작물별 재배면적에 따른 생산량을 예측해서 스마트 농업정책 추진에 기여하고자 한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기관과 주체는 무엇이고, 사업을 통해 기대하는 시너지는 무엇인지.
“제주도청 디지털융합과에서 총괄하고 컨소시엄사와 도내 전문기관이 협업하는 구조다. ‘제이시스’에서 드론 촬영 및 데이터 수집 총괄, ‘올포랜드’에서 데이터 가공과 학습데이터 구축,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서 수집된 자료 품질 검증, ‘이노팸’에서 AI 학습모델 개발 등을 맡는다. 실무부서인 식품원예과를 포함해 농업기술원과 제주연구원 등도 자문 역할을 하고, 다 같이 부단히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데이터 구축을 통해 기대되는 부가적인 효과와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
“보다 과학적인 농업정책으로 나아가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월동작물 수급 안정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향후 제주지역에서 취득된 데이터로 AI 학습데이터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현재는 면적 위주로 예측하지만 앞으로는 기상이나 토양, 생육 컨디션 등도 결합해서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책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