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눈으로 바라본 우리 이야기,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우리 눈으로 바라본 우리 이야기,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우리 눈으로 바라본 우리 이야기,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2015.02.24 13:36 by 황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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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명을 수용하는 CGV 청담씨네시티 기아씨네마관이 발디딜틈 없이 가득 찼다. 1층은 물론 2층까지 이미 만석. 관객들이 서성이던 좌석 옆 복도에 임시 좌석이 설치되자 관객들이 자리를 찾아 앉으며 영화 관람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천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는 영화 ‘국제시장’ 이야기가 아니다. ‘아트드림 영화제작소-청소년 영화제’가 보여준 진풍경이다. 

정말 청소년이 만든 영화 맞나요?   

(사)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ARCON), 현대자동차그룹,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함께하는 ‘아트드림 영화제작소-청소년 영화제’는 청소년 영화인재 육성 프로그램 ‘아트드림 영화제작소’를 통해 인문영화·영화 제작 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제다. 이들은 지난 해 8월부터 영화 인문학을 시작으로 영화제작 교육을 받아왔다. 지난해 12월초 ‘베리어프리 영화제’를 통해 수준급의 영화를 선보였던 ‘아트드림 영화제작소’의 청소년 영화인들은 짧지 않은 여정을 마무리하며 총 여섯 편의 영화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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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드림 영화제작소’ 1기생들의 수료식을 겸한 이번 청소년 영화제는 묘한 설렘과 떨림이 공존했다. 그러나 이들이 선보인 영화의 완성도는 절대 얕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외모에 자신감이 없는 청소년이 각설탕을 먹고 잘생긴 외모로 변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각진 설탕>, 엄마가 그려준 지도를 믿고 길을 찾아나서는 청소년의 성장드라마 <길 잃은 별>, 구멍가게에서 즉석 밥을 훔친 소년의 사연을 감성적인 터치로 그려낸 <밥도둑>,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 진혁의 이야기를 그린 ‘베리어프리 영화 버전’<어게인>,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버려진 강아지에 빗대어 표현한 ‘베리어프리 영화 버전’<더 언더독>, 다른 사람의 인생을 쓰는 회사에 다니는 남자의 인생을 그린 판타지 <인생을 쓰는 사람>까지 총 여섯 편의 영화는 아이들의 개성만큼이나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시나리오, 기획, 촬영, 연출 등 영화 제작의 모든 분야는 ‘아트드림 영화제작소’를 통해 인문영화 · 영화제작교육을 받은 청소년 영화인들이 직접 담당했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접근, 상당한 수준의 촬영 및 편집 기술, 섬세한 감정 등 기대 이상의 높은 수준은 현장을 찾은 관객은 물론 전문 영화인들의 감탄을 끌어냈다. <식객:김치전쟁>을 연출한 백동훈 감독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영화적 재능이 돋보이는 친구들이 많았다. 특히 공간이나 기술적 기법들을 훌륭히 사용해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었다”고 평가했으며, 서울 건축영화제 윤재선 집행위원장은 시각․청각 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베리어프리 영화에 대해 “일반 영화보다 집중도가 높아 놀랐다. 우리 영화제에도 도입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버려진 강아지에 빗대어 표현한 ‘베리어프리 영화 버전’ <더 언더독>

무엇보다 고무적인 부분은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현실을 자신들의 눈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은 꿈, 가족과의 관계, 외모 등 다양한 현실을 담고 있었지만 왕따나 학교 폭력처럼 구태의연하고 뻔한 소재를 다룬 작품은 없었다. <어게인>을 연출한 정원영(18) 학생은 “시나리오를 작성하던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개성이 눈에 띄었다”며 “청소년들 입장에서는 학교 폭력이나 왕따 이야기는 지겨운 부분들이 있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새로우면서도 현실을 관통하고 있는 영화들은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끌어냈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학생의 시선에서 표현한 <어게인>은 기술적 성취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며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현장을 찾은 안산의 한 고등학생은 영화를 보며 눈물을 쏟아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백동훈 감독은 “영화를 보며 청소년들의 진짜 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평가하며 “일정 기간 동안 이야기를 만들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으리라 생각한다. 영화제작소에 참여한 모든 학생이 영화인으로 성장할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것만으로도 큰 배움이다. 앞으로도 주위 친구들, 어른들,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다가가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 백동훈 감독님
 우리의 꿈, 무한한 능력의 날개를 달고   

분명 영화에 관심과 재능이 많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아트드림 영화제작소’는 인문영화교육과 영화제작과정을 함께 했다. 그러나 남은 것은 영화만은 아니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하며 의견을 나누는 방법을 배웠고 좋은 동료를 얻었으며, 그 과정에서 희미했던 꿈은 더욱 선명해졌다. 서울 뿐 아니라 경기도 각지에서 모인 아이들은 왕복 두 세 시간의 거리를 기쁘게 달려올 수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미 영화를 연출한 아이부터 감독을 꿈 꿨지만 ‘아트드림 영화제작소’를 통해 프로듀서라는 새로운 꿈이 생긴 아이, 내성적이고 말이 없었지만 어느새 활발한 잔소리꾼이 되어 영화 제작의 살림 전반을 챙겼다는 아이, 영화제를 통해 아버지에게 꿈을 인정받았다는 아이까지, ‘아트드림 영화제작소’를 통해 성장하고 변화했음을 고백한다.
  

경기도 연천에서 다니면서도 결석 한 번 없었다는 백승한(18)(가명) 학생은 “신기하게도 영화제작소 덕분에 학교생활이 바뀌었다. 친구들에게 스스럼없이 행동하고 더 밝아졌다”고 말했으며, 정아영(16)(가명) 학생은 “베리어프리 영화제를 준비하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미래의 동료(정원영/18), 경험(김지은/18)(가명), 확실한 꿈(조정린/17)(가명), 기술(이준수/17)(가명), 책임감(백승한/18)(가명), 좋은 선생님(정아영/17)(가명) 등 아이들의 개성만큼이나 스스로 얻어가는 바도 다르다. 
 

무엇보다 “할 수 있겠어?”라는 의문이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영화를 만들고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과정에서 자신감과 힘을 얻었다. <어게인>을 통해 전문 영화인들의 극찬을 받은 정혜린 학생은 “반대하던 아버지와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내 영화를 보시고 많이 자랑스러워하신다. 내 길을 확실하게 정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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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출범한 ‘아트드림 영화제작소’는 문화․예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하는 10대들에게, 환경적인 이유로 꿈조차 포기하지 않도록, 배움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었지만 첫 열매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만큼 관계자들의 고무되어 있다.
 

아트드림-청소년 영화제는 프로 영화인 육성 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체험을 통해 가능성을 찾고 발전시키기를 바라고 있다. 1회 개최의 경험을 토대로 더 좋은 교육,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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