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재해석…‘일상’에 ‘상상’을 덧대는 미디어 아티스트
‘아트 인 메타버스’展 홍성우 작가 인터뷰
아파트의 재해석…‘일상’에 ‘상상’을 덧대는 미디어 아티스트
2022.02.14 16:53 by 최태욱

[Artist in METAVERSE]는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아티스트를 발굴‧육성하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아트 인 메타버스’(5월 31일까지,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展 참여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드라이한 풍경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순간에 유독 눈길이 가더라고요. 제 경우엔 그게 아파트였죠. 우리 주변에 가장 많이 보이고, 가장 뻔해 보이는 게 바로 아파트니까요.”

홍성우(35)작가의 말대로다. 어디서나 뾰족 솟은 아파트는 동시대의 가장 일상적인 풍경이다. 전국에 1130만 호가 넘는 아파트가 펼쳐져 있고, 국민 둘 중 하나는 그곳에 거주한다. 도시 경관의 ‘디폴트값’으로 인식된 지 이미 오래다. 부동산 폭등, 건설사고, 거주민 갈등처럼 말 많고 탈 많은 것도 너무 많아서다. 하지만 홍성우 작가에게 아파트는 전혀 무미건조한 풍경이 아니다. 문득 아파트를 둘러싼 빛의 움직임에 의해, 본인이 나고 자란 아파트가 전혀 새롭게 보이는 순간을 경험했고, 그 순간 그의 작품 세계가 시작됐다. 찰나의 빛과 그림자가 빚어내는 역동성과 조명이 점등되며 만들어지는 음악적 요소가 모두 그의 예술적 자양분이다.

 

홍성우(사진) 작가
홍성우(사진) 작가

| 예술은 가장 가까운 곳에…그렇게 예술가가 된다 
홍성우 작가는 본래 디자인 전문회사의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다양한 클라이언트 의뢰에 맞춰 편집디자인, 2D일러스트레이션, 3D그래픽 등 폭넓은 범위의 작업을 펼쳐왔다. 홍 작가는 “북 디자인, 공연홍보물, 상품 카탈로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을 수행했었다”면서 “자연히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 과정에서 개인 작업에 대한 욕심도 조금씩 싹틔워졌다”고 회상했다. 그저 개인적인 관심사를 조금씩 드러내보는 수준이었지만, 재미도 있고 재능도 도드라졌다.

본격적인 아티스트의 길로 들어서게 된 연결 고리는 바로 ‘아파트’였다. 2018년, 평소 관심을 두고 그려 모았던 아파트 이미지를 책으로 엮어 ‘언리미티드 에디션-서울 아트북페어’에 참여했는데, 이 활동이 예상치 못한 기회를 선사했다.  

“2019년 봄에 광화문 세화미술관에서 팬텀시티(Phantomcity)라는 전시회가 열렸어요. 도시를 주제로 하는 단체 전시인데, 거기 큐레이터께서 서울 아트북페어에 출품했던 제 작업을 보고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생애 처음으로 공식적인 전시회에 참여하게 된 거죠.(웃음)”

 

홍성우 작가의 아트북 [apartments : hazy landscpaes], 2021
홍성우 작가의 아트북 [apartments : hazy landscpaes], 2021

전시회 참여 경험은 곧장 홍 작가의 예술적 토대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이후 다양한 매체에 소개되며 도시와 아파트를 다루는 아티스트라는 정체성이 빚어졌고, 활발한 작품 활동을 통해 ‘Cityscape’(디오티미술관‧2020),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석파정 서울미술관‧2021) 등의 전시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홍성우 작가는 아직 자신을 ‘미디어 아티스트’라고 소개하는 것에 익숙지 않다. 그저 눈에 들어온 흥미로움을 쫓고 이를 그림, 사진, 영상 등으로 조금씩 표현해 가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는 것이다. 평소 눈에 쉽게 들어오는 주변 도시와 아파트의 모습을 주된 예술적 오브제로 삼는 것도 그래서다. 

“아파트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관점이 있을 거예요. 물론 부정적인 것도 있을 테고요. 저는 그저 아파트가 여러 가지 시간대의 빛을 만나는 순간, 느껴지는 새로움에 매료될 뿐입니다. 선입견을 버리고 조형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볼 수 있다면, 너무나 지루했던 풍경을 조금 더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홍성우 작가가 틈틈이 찍어놓는 아파트 사진 자료들
홍성우 작가가 틈틈이 찍어놓는 아파트 사진 자료들

| 아파트가 가장 영롱해지는 순간을 찾아서…
지난달 21일부터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열리고 있는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는 일상에 상상을 더해 가는 홍성우 작가의 ‘유니버스’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지난해 아츠클라우드에서 진행한 국제 공모전을 통해 당당히 선발된 그의 작품 ‘apartments, movement of light 3’에는 지난 3년 여 간 축적되고 진화한 그의 예술관이 오롯이 드러난다. 오랜 기간에 걸쳐 아파트가 숨기고 있던 면면을 포착하고, 이를 '블렌더(Blender)'라는 3D 컴퓨터그래픽 제작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표현한 작품이다. 

“아파트는 대게 다닥다닥 붙어 있잖아요. 그 특성 때문에 건물을 뒤덮고 있는 그림자의 형태나 크기가 시시각각 달라지고 건물의 인상마저 판이하게 변하게 되죠. 마치 조명 각도에 따라 사람의 얼굴이 달라지는 것 처럼요. 시간에 따라 빛의 기울기, 세기, 색 등이 달라지는 아파트의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apartments, movement of light 3, 1080*1080px, 24sec, 23.4MB, 2021
apartments, movement of light 3, 1080*1080px, 24sec, 23.4MB, 2021

해당 작품은 24초의 플레이타임이 꽤나 숨 가쁘게 흘러간다. 마치 타임랩스 영상을 보는 것처럼 짧은 시간에 빠르고 극적인 변화의 양상이 펼쳐지고, 집집마다 불이 켜지거나 꺼지는 효과를 통해 리듬감을 극대화한다. 아파트의 면을 타고 흐르는 그림자가 부분적으로 확대되고 덧붙여지는 등의 변화무쌍한 표현 역시 리듬감을 살리기 위한 연출이다. 홍성우 작가는 “시리즈로 만들어가고 있는 아파트 작업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며 “아파트에 대한 선입견을 내려놓고 관람하신다면, 일상 속의 낯섦을 발견하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메타버스 속 아파트 구상 중…아츠클라우드의 역할도 큰 기대 
홍성우 작가는 차근차근 자신만의 세계관을 다져가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클라이언트가 의뢰하는 디자인 작업도 병행하며 산업과 예술 사이의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카카오페이, 국립현대미술관, 리움, LG DIOS, 베스킨라빈스 등 유수의 기업들의 아트 시안이 그의 손을 거쳤다. 홍 작가는 “클라이언트 작업은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이 명확하여 표현하기가 비교적 수월한데, 개인 작업은 여전히 막연하고 불분명하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작가로서의 고충을 내비치기도 한다. 

 

홍성우 작가의 [apartments : hazy landscpaes, 2021] 표지.
홍성우 작가의 [apartments, 2018] 표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새 기술을 끊임없이 공부하며,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그런 고민의 발로다. 그는 최근 아파트와 메타버스를 연결한 쌍방향 미디어 아트 구상에 한창이다. 디지털 아트에 초점을 맞춘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플랫폼 ‘아츠클라우드’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것도 그래서다. 

“개인적으론 글로벌 공모전 형식으로 첫 발을 뗀 아츠클라우드의 행보가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바라건대, 이번 공모 같은 행사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말고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초대 공모전에 뽑혔던 저도 함께 성장하는 걸 테니까요.(웃음)”

 

/사진: 홍성우 작가 제공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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