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학 거장, "독창은 노력의 산물"
항공우주학 거장, "독창은 노력의 산물"
항공우주학 거장, "독창은 노력의 산물"
2014.05.28 19:35 by 조철희
우리 시대의 1세대 박철 교수를 만나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 각 분야 1세대를 만나 기록하고자 본 연재를 기획했다. 항공우주공학계의 거장, 박철 교수를 만났다.

 



“천재는 새로운 발견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많이 알고, 많이 노력하고, 또 하나는 의견이 다들 다른데, 저는 앞의 두 가지를 자기 마음 대로 할 수 있는 능력, 즉 심리적 안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싫증이 난 적은 없어요. 한 번도 없어요. 다 타고난 성격이지요.”박철 교수는 는 NASA에 재직하던 때, 스파이로 몰려 곤혹스러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 일로 인해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정해졌고, 비행기가 무서워져서 탈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상상력을 이야기하며 ‘심리적 안정’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박철 교수는 비행기 공포증은 직접 비행기 조종법을 배움으로써 극복했다. 가장 좋아하던 것이 공포의 대상이 되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기에 택할 수 있었던 정공법이었다. 그는 “단순히 지식을 쌓아가는 것 뿐만 아니라 끊임 없이 자신을 성찰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학문 외적인 노력도 더해져서 지금의 박철 교수가 존재한다.

미항공우주국(NASA) 재직 시절의 박철 교수 /사진=박철 제공


아직까지도 공부하는 게 즐겁다는 그는, 서른에 미국항공우주국(NASA) 에임즈 연구소의 연구원이 되어 ‘아폴로 프로젝트’, ‘우주왕복선 개발’, ‘목성탐사계획’ 등 굵직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곳에서만 37년을 보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미 항공우주학회에서 두 차례나 수상한 세계적인 베테랑이다. 2003년에 귀국하여 지금도 카이스트와 서울대학교에서 강의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독창은 노력의 산물

백발 여든의 나이에도 7시 반이면 연구실로 출근한다고 한다. 귀국 후 쓴 논문이 평생 쓴 논문의 절반은 차지할 만큼, 원로학자임에도 우리나라 항공우주공학계 일선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수십 년 간의 연구 생활을 거치며 ‘노력’이 얼마나 그의 삶에 녹아 들어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수한, 별로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상상력이란 것은 ‘십만+1’까지 해야 하는데, 그것이 결국은 노력인거죠. 독창은 말하자면 노력의 산물입니다.”

박철 교수는 ‘1+1’이 ‘2’가 되는 것처럼, ‘백만+1’이 ‘1,000,001’이 됨을 알아차리는 것이 상상력이라고 비유한다. ‘1+1’에서 ‘1+2’, ‘1+3’으로 가는 것은 쉽지만, ‘백만’ 처럼 큰 숫자에 부딪히면 보통 사람들은 당황해서 멈추어 버린다. 하지만 ‘100+1’, ‘1,000+1’, ‘10,000+1’ 처럼 차근차근 단위를 올리면서 더해가다 보면 언젠간 ‘1,000,000’과 같은 큰 숫자가 나와도 놀라지 않고 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십만단위까지 ‘1+1’을 해 나가야 하는데, 그것이 노력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씩 쌓아가는 과정을 통해 무한정의 상상력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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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과학관에 일침

“정부관계자들이나 부모들이 과학자가 되어라, 창조적인 생각을 가져라 하는데 이거 우리 잘못되었습니다.”

그는 창조적인 인재상만을 종용하는 지금의 분위기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공학도들의 실력과 자연 과학 분야의 아이디어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인데, 이것을 우리가 응용하는 과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회사나 정부에서 이루어지는 투자는 다른 회사에 지지 않기 위해서, 다른 나라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렇게 해서는 새로운 시도는커녕 모방하는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박철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대전광역시 유성구)


“독일 사람들의 과학은 아주 쉬워요. 대학에서 배우는 공학 내용을 보면 우리보다 더 얕습니다. 하지만 훨씬 더 보편화되어 있어요. 우리가 과학을 특별하게 여기는 경향을 없애야 합니다.”

박철 교수는 우리의 과학관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독일을 예로 들었다. 독일 사람들은 과학을 ‘과학 대 비과학’으로 나누지 않는다. 전부가 과학이라는 것이다. 변호사도, 역사가도, 농사짓는 사람도, 모두가 과학을 몸에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들처럼 과학이 보편화되어야 우리만의 새로운 시도도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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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사명이 바뀌었다

“나의 시대의 사명은 뚜렷했어요. 우주시대라는 것을 만들었고, 그것에 따라서 여러 가지 부산물이 생겼죠. 그래서 우리 생활이 윤택하게 되었는데, 근데 그것은 이제 끝났어요.”

박철 교수는 물질문명이 어느 한 순간 폭발적으로 발전하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그것이 300년 정도 지속된다고 한다. 이전에는 1~3세기 이집트에서, 그리고 10~13세기 중동에서 그러했다고 한다. 현재의 폭발은 아이삭 뉴턴이래 지금까지 근 300년이 이어졌으니, 폭발적인 기술 발전도 이제 끝나간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함께 지금 세대의 시대적 사명도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여러분 시대의 사명은 과학기술을 응용을 해야 하는 건데, 응용이라는 것은 사회, 경제, 정치와 결부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과학기술이 모든 사람한테 혜택이 가도록 하는 과정이거든요.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을 달리 먹어라 그런 얘기지요.”

과학기술 발전이 더뎌지면서, 이 시대의 청년들이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박철 교수는 말한다. 성장과 경쟁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자라나 갑자기 서로 나누며 살아야 하는 시대가 오니 당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청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그는 인류학을 전공하고 다시 음악학교에 들어가 음악인이 된 자신의 딸의 이야기로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정말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야. 젊은이들 모두 그런 것을 찾아야지요. 남이 한다고 따라서 하는 건 금물이고. 남과의 감정 때문에 쟤가 하니까 나도 한다든가 그런 외부에서 오는 영향 때문에 자기 방향을 정한다는 방식은 절대 금물이지요.”

/인터뷰 진행=김현아 글·영상=조철희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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