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보다 뜨거웠던 나눔의 온기, 2015 집수리로드
폭염보다 뜨거웠던 나눔의 온기, 2015 집수리로드
폭염보다 뜨거웠던 나눔의 온기, 2015 집수리로드
2015.08.05 18:47 by 조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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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도 묻고 풀도 묻고 땀범벅이 되고…. 작업을 끝내면 너 나 할 것 없이 거지꼴이 되기 일쑤인데요. 저는 한껏 더러워진 그 옷을 입고 자부심을 느끼고 싶습니다.” 

대학생 김혜인씨가 면접관들 앞에서 다부지게 말합니다. 지난 7월 3일, 혜인씨는 아침 일찍 부산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와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현대건설 사옥의 면접장을 찾았습니다. 대기실에는 초조하게 면접을 준비하는 이들이 여럿 눈에 띕니다. 그런데 입사면접이라고 하기엔 어쩐지 앳된 모습인데요. 이들은 바로 보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집수리 봉사를 실시하는 ‘집수리로드’ 에 지원한 대학생들입니다. 

희망브리지와 현대건설이 함께하는 집수리로드가 올해로 5회째 를 맞았습니다. 그 동안 400여명의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거쳐 갔고, 전국 10여개 대학에 집수리 봉사를 전문으로 하는 동아리도 생겨났습니다. 집수리 봉사도 자원봉사의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올해는 집수리로드에 318명이 지원해 3.7:1의 경쟁률 을 기록했습니다. 봉사 경험과 숙련도를 떠나, 제각각 봉사자로서의 자부심과 참여 의지가 뜨거워 선발 과정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지난 7월 17일 아침, 서울시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갤러리에서 제 5회 집수리로드 발대식이 진행됐습니다. 봉사자 87명을 비롯해 희망브리지 및 현대건설 임직원들이 한데 모여 힘찬 출발을 알렸습니다

지난 7월 17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31일까지 충남 공주, 전남 진도, 경남 하동, 경북 울진을 거쳐 충북 단양에 이르는 14박15일간의 집수리길에 총 87명의 봉사자들이 올랐습니다. 이들은 재난위기가구에 도배 및 장판 교체 등 집수리 봉사를 실시하는 집수리 11개 팀을 비롯해 벽화 봉사팀, 장수사진 봉사팀, 세탁 봉사팀 등으로 나뉘어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누구보다도 뜨거운 여름을 보냈는데요. 이들의 보름간의 여정 중 7월 26일부터 2박3일간 찾았던 경북 울진에서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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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진군 42세대에 집수리 선물한 집수리 봉사팀
“어르신, 이제 어린 손자들 놀러 와도 마음 푹 놓으세요”  

“집 구조상 비도 새고, 계속 곰팡이가 슬었어. 문짝도 하나 떨어졌는데 수리비가 18만원이래요. 어떻게 고쳐. 그 돈이면 우리 한 달 생활비인데. 겨울엔 이불 걸쳐 놓고 살고 그랬지.” 

올해 일흔 여섯의 심봉남(가명) 할머니는 14평 남짓 되는 집에서 아들과 손자 셋과 함께 살고 계셨습니다. 방 두 칸에 주방이 딸린 집은 다섯 식구가 살기엔 비좁았고, 무엇보다 주거 환경이 열악해 거주자들의 건강이 염려될 정도였습니다. 샤워 공간이 거주 공간과 분리되지 않아 실내 습도 조절이 어려웠고, 누수와 결로현상으로 사계절 내내 벽지에는 시커먼 곰팡이가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손볼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지만, 집주인은 월세가 낮다는 이유로 환경 개선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용직 일을 하던 아드님은 허리디스크로 수입이 일정치 않았고, 심 할머니는 폐지 등 폐품을 수거해 월세 10만원을 겨우 충당해왔습니다. 집수리가 시급한 건 알면서도, 빠듯한 생활 형편 때문에 차일피일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떼어낸 벽지에 곰팡이가 시커멓게 피어 있는 모습입니다. (사진 아래) 이 댁에 거주하시는 심 할머니는 "생활비를 생각하면 엄두가 안 나 도배는 꿈도 꾸지 못했다"라고 합니다.

지난 27일, 심 할머니 댁에는 집수리 4조 친구들의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집수리로드의 집수리 봉사는 6~7명의 봉사자들이 15일 동안 한 조를 이뤄 벽지와 장판을 교체하게 되는데요. 이미 봉사에 나선지 열흘이 지난 시점이라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작업을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실내의 가재도구를 들어내고 한쪽에서는 치수를 재고, 벽지를 뜯어냅니다. 면접장에서 만난 혜인씨도 이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벽지 재단이 한창인 모습입니다.

“매일이 집수리의 연속이어서 배울 점이 많아요. 다양한 집들을 경험하다 보니 상황에 따라 어떻게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지 일머리도 생기고, 다른 경험 많은 친구들에게 도움도 받고 많이 배웠죠. 오늘 할머니 댁은 조금 까다로운 편이라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저녁 6시쯤은 되어야 작업 마무리할 수 있겠는걸요?” 

지친 내색도 잠시, 그가 “오늘 저녁밥은 얼마나 맛있겠느냐”며 웃어 보입니다. 같은 시각, 집수리 8조는 인근의 김창수(가명) 할아버지 댁에서 집수리 봉사를 이어갔습니다. 올해 66세인 김 할아버지는 중증 치매환자로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영양상태 또한 좋지 못해 연세보다 10년은 더 들어 보이셨습니다. 홀로 두 자녀를 키웠지만 아들은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20대 후반의 따님이 아버지를 돌보고 있었는데, 따님 역시 영양실조와 대인기피증을 겪고 있어 두 부녀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이웃집도 없이 시퍼런 논과 산으로 둘러싸인 김 할아버지 댁에 봉사자들은 실로 오랜만의 손님이었는데요. 봉사자 손현호(23)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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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봉사활동했던 부산에도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하지만 이번 집수리로드를 통해 방문하는 집들은 차원이 달라요. 오늘 여기 거주하시는 할아버지는 치매 증세로 집안 환경이나 위생상태가 정말 좋지 못했어요. 그래서 새로 도배하고 장판 교체하면서 쾌적한 환경 만들어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울진군 집수리 봉사는 3일간 평해읍, 후포면, 온정면 등 울진군 남부의 42가구에서 진행됐고, 이들 가구에는 10만원 상당의 주방용품도 전달됐습니다. 인근의 신한울원자력발전소 1‧2호기 건설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현대건설 임직원들도 함께해 일손을 거들었습니다. 연일 계속된 폭염주의보 속 든든한 지원군이었죠. 이병찬(27) 현대건설 플랜트사업본부 사원은 “날씨가 정말 더운데 친구들이 힘든 내색 없이 열정적으로 봉사하는 모습이 감명 깊었고, 남녀 구분 없이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이 대견하다”며 함께 일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도배와 장판 교체가 완료되니, 집 안이 한껏 화사해진 모습입니다. 제 5회 집수리로드를 통해 경북 울진군에서만 총 42세대에 집수리가 실시됐습니다.

“휴가철 되면 막내아들네가 놀러 온다고 했는데, 집이 이렇게 깨끗해지니 이제 손주녀석 볼 면이 좀 서겠어.”

후포면에서 홀로 사시는 박교순(78‧가명) 할머니가 봉사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말했습니다. 기뻐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그리고 다 끝냈다는 성취감과 보람이, 봉사자들이 다시 힘차게 내일 일과를 시작할 수 있게끔 하는 힘이 됩니다.  

 집수리로드 벽화 봉사팀“담벼락에 마을의 스토리를 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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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와서 해주니 좋네. 다 완성되면 동네 분위기가 환해지겠어.” 

벽화 작업이 한창인 현장을 지나던 동네 주민이 말했습니다. 섭씨 33도까지 치솟은 땡볕 아래 얼굴은 땀범벅, 손은 물감 범벅이 됐지만 벽화 봉사팀들은 묵묵히 작업을 이어갑니다. 울진군 울진읍 옥계현충길 담벼락에는 어느새 무궁화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이 언덕길 끝에는 애국선열을 기리는 충혼탑이 자리하고 있어요. 그래서 무궁화나 태극기, 구국장병들을 표현한 그림으로 주제를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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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팀의 한성근(25) 팀장이 말했습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성근씨는 이번이 다섯 번째 참가라고 합니다. 집수리로드가 5년간 열리는 동안 모두 참여한 유일한 대학생 봉사자입니다. 경북 울진은 지난 2013년 제3회 집수리로드 중에도 방문했던 곳으로, 올해 벽화팀은 2년 전 선배들이 그렸던 그곳에 나란히 벽화를 이어 그려 의미가 더욱 깊었습니다. 

대학생 미술전공자로 구성된 집수리로드 벽화팀은 2박3일간 한 지역에 머물며 수십미터에서 길게는 100미터에 이르는 벽에 그림을 그립니다. 보름 동안 5개의 벽화작품을 완성해내야 하는 강행군이죠.  

제 5회 집수리로드 봉사팀은 2년 전에 이어 경북 울진을 두 번째 찾았습니다. 지난 제3회 집수리로드에서 그린 벽화(사진 첫째 줄)에 이어 작업이 진행됐는데요. 무궁화와 태극기가 가득한 이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울진군 출신의 애국선열을 기리는 충혼탑(사진 셋째 줄 오른쪽)에 다다르게 됩니다.

사전 답사를 통해 구체적인 장소를 정하고 도안을 짜면서, 벽화팀은 무엇보다도 지역 주민들과 오래 호흡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데 중점을 둡니다. 한 팀장은 “요즘 벽화마을이 많이 생겨나는데, 우리는 단지 예쁘고 보기 좋은 벽화를 넘어서 그 지역관계자나 주민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그 마을의 스토리를 담아내려 노력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이 집수리로드 첫 참가라는 유승현(25)씨도 “이 마을에 처음 오는 사람도 우리가 그린 벽화를 보고 이 마을이 어떤 마을인지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습니다.

5년을 개근한 한 팀장에게 빠지지 않고 집수리로드에 참가하게 되는 이유 물었습니다. 그는 올해 집수리로드에서 찾았던 전남 진도에서의 이야기를 전하며 또 다시 내년을 기약했습니다. 

“올해 연세가 93세나 되시는 할머니셨어요. 나이 든 사람만 있는 동네에 젊은 사람들이 왔다며 정말 반가워해주셨죠. 3일 동안 작업하면서 같이 밥도 먹고 고생한다고 격려도 많이 해주셨는데, 저희가 마무리 하고 떠날 때 ‘좋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보내야하는 상황이 너무 야속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작별하면서 저희도 많이 서운했지만, 생각해보니 벽화만 그린 게 아니라 할머니와 친구가 되어서 온 거였어요. 올해도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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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탁 봉사‧장수사진 봉사
집수리로드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봉사 현장

“작년에 동네 어르신 한 분이 이불을 빨다가 넘어져 골절상을 입어 오래 고생하셨어요. 그런데 올 여름에는 이렇게 큰 세탁차로 한꺼번에 빨아준다고 하시니 얼마나 반가워요. 동네 어르신들 댁을 돌면서 다 모아서 가져왔죠.” 

지난 7월 27일, 울진군 온정면사무소의 세탁 봉사현장에서 만난 전필자(62)씨가 말했습니다. 그는 이전에는 자원봉사자로, 8년 전부터는 노인돌봄서비스 종사자로 20년 동안 온정면 독거어르신들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관내 어르신들 99퍼센트는 다 안다”고 말하는 그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대신해 세탁이 필요한 이불을 수거해 세탁 봉사팀에 전달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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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리로드의 세탁 봉사는 희망브리지의 세탁구호차량을 이용해 전개됩니다. 7.5톤 규모의 세탁구호차량은 18킬로그램급 세탁기와 건조기를 각각 세 대씩 장착하고 있어, 하루 8시간 기준 500킬로그램 이상의 세탁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주로 수해, 화재 등 재난재해가 발생했을 때 현장으로 파견돼 세탁구호를 실시하는데, 집수리로드에서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솜이불 등 덩치가 큰 빨래도 척척 해내서, 어르신들의 해묵은 빨래를 하는 데 제격이죠. 울진군에서는 7월 26일부터 2박3일 동안 평해읍, 온정면, 후포면 지역에서 봉사를 실시했습니다. 

세탁구호차량의 세탁기와 건조기가 열기를 내뿜으며 바삐 돌아가는 사이, 온정면의 어르신들은 외선미 2리 경로당으로 삼삼오오 모이셨습니다. 매일같이 들르실 경로당이지만 오늘은 한껏 꽃단장을 하고 차려입으신 모습이 뭔가 특별해보입니다. “어르신, 여기 보세요!”, “조금만 더 웃어 볼까요?” 젊은 친구들의 목소리가 경로당을 가득 채우는데요. 바로 집수리로드의 장수사진 봉사 현장입니다. 흰색 배경을 놓고 조명까지 설치하니 사진관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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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리로드의 장수사진 봉사팀은 다른 팀에 비해 월등히 많은 어르신들을 뵌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멀리 떨어진 사진관까지 가기 힘들어 실로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선 어르신들인데요.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마주해 사진촬영을 진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듯합니다. 청력이 좋지 않은 분들이 많아 항상 목소리를 크게 내다보니 봉사자들은 며칠 만에 목이 다 쉬었습니다. 그래도 열흘 간 수백분의 어르신들을 상대하다보니 어르신들을 대하는 봉사자들의 모습에 제법 익숙함이 묻어납니다.

“서운하네. 나도 어제 같이 청춘이었는데….” 

어르신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 속에서 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런 마음을 알아서인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어르신들께 먼저 다가가는 봉사자들입니다. 정성스레 옷매무새도 만져드리고 예쁘게 화장도 해드립니다. 봉사자 안솔비(26)씨는 자신이 찍는 사진의 의미를 알게 되면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이야기합니다.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선 어르신들의 어색함과 긴장을 풀어드리는 것도 장수사진 봉사팀의 역할 중 하나입니다. 친손자, 친손녀 같은 다정한 손길에 할머니, 할아버님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납니다.

“영정사진이라고는 하지만, 막상 제가 찍는 사진에 그렇게 슬픈 의미는 두지는 않았어요. 어르신들께서도 항상 웃으며 저희를 맞아주셨고, 저 또한 으레 봉사를 한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던 게 컸죠. 그런데 진도에서 뵌 어느 할머니께서 며칠 전에 암 선고를 받으셨다며 이런 저런 속내를 말씀해주셨어요. ‘어쩌면 내가 찍은 이 사진이 정말 쓰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로 한 분 한 분 더욱 최선을 다해 찍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집수리로드와 함께한 2015년 여름“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거예요” 

“물론 행정이 다 할 수도 있지만, 시간과 예산이 다 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인데요. 부족한 부분을 여러분이 메워주셨습니다. 눈으로 보셨다시피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돼 농어촌에서 행정을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이런 때에, 도시에서 찾아온 젊은 학생들이 시골에서도 자신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점을 깨닫고 돌아가는 것 같아 기쁩니다.” 

28일 오후, 임광원 울진군수의 감사 인사로 경북 울진에서의 일정도 마무리됐습니다. 울진에서만 42세대에 집수리를 실시했고, 100미터 길이의 벽화거리가 새로 조성됐습니다. 202채의 이불이 세탁됐고, 111명의 어르신께는 말끔히 보정한 사진이 인화돼 추후에 전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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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에서의 2박3일은 일방적인 나눔의 시간만은 아니었던 듯합니다. 임 군수는 10곳이 넘는 봉사현장을 수박 한 통씩 들고 찾으며 봉사자들을 일일이 격려했고, 수혜 가구의 어르신들은 시종 마실 거리와 먹을 것을 내어 주면서도 미안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시기도 했습니다. 함께 봉사했던 현대건설 임직원들은 일과 후에는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진로 걱정이 산더미인 대학생 봉사자들의 일일 멘토를 자청하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벽화팀에서 활동한 유승현씨는 동네 어르신들께서 건넨 작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작업하는 동안 저희를 보고 그냥 지나치시는 동네 어르신들이 없었어요. 특별한 말은 아니더라도 ‘우리 동네 청년들도 아닌데 고생한다’, ‘날도 더운데 수고한다’ 같은 말씀을 꼭 건네주셨죠. 힘든 상황도 많았지만 이런 말씀을 들으며 힘을 얻어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4박15일간 뙤약볕에서 땀을 흘리며 도배하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이불을 널면서…. 하루가 끝나면 녹초가 돼버리는 고된 일정이었지만 봉사 현장에서 마주한 봉사자들의 모습엔 열정이 넘쳤고, 때로는 낭만과 여유가 엿보였습니다. 집수리로드가 끝나면 다시 학점관리와 취업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대한민국의 대학생으로 돌아가겠지요. 87명의 참가자에게 집수리로드와 함께한 올 여름은 어떻게 기억될까요? 집수리 8조에서 활동한 이도희(24)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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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도, 장판도 태어나서 처음 해봤습니다. 교육학을 전공해 교육봉사나 멘토링은 해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몸을 쓰는 봉사는 처음이었어요. 대학생들 방학이 보통 두 달이 넘잖아요. 저는 지난 방학을 돌아보면 2~3일간 놀러갔던 기억이 거의 전부인데요. 올 여름방학엔 힘들었던 것만큼 보람됐던,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집수리로드에서 쌓게 된 것 같아요.”

제5회 재난위기가정 집수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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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현대건설과 국민안전처의 후원으로 제5회 집수리로드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7월 17일부터 31일까지 14박15일간 충남 공주, 전남 진도, 경남 하동, 경북 울진, 충북 단양 등 5개지역에서 펼쳐진 집수리로드에 87명의 대학생 봉사자들이 참가했습니다. 이들은 재난위기가구에 도배, 장판 교체 등을 진행하는 집수리 봉사팀을 비롯해 벽화 봉사팀, 세탁 봉사팀, 장수사진 봉사팀 등으로 나뉘어 활동했습니다. 공주, 하동, 울진에서는 인근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현대건설 임직원들이 봉사에 함께 참여해 의미를 더했습니다. 제5회 집수리로드를 통해 재난위기가구 181세대에 집수리를 완료했고, 100미터 규모의 벽화거리 5개소가 조성됐으며, 8,200킬로그램(317세대 933채)의 세탁물을 세탁했습니다. 장수사진은 추후에 실물로 액자에 넣어 593분의 어르신께 전달될 예정입니다. 한편, 2011년부터 매년 진행된 집수리로드는 지금까지 전국 18개 지역, 485가구에 집수리를 실시하며 소외계층의 주거환경 개선 및 재난재해 예방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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