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한반도에 물폭탄을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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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한반도에 물폭탄을 던지다!
2014.09.26 19:14 by 조철희

지난 8월 말, 영남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경남 창원이 일 강수량 246.6㎜를 기록했고, 부산 금정구에서는 한때 시간당 13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이 비로 부산 시내의 주요 도로가 물에 잠기고 지하철마저 멈추게 했습니다. 또 고리원전 2호기는 폭우로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취수펌프가 침수됐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국내 원전 가동 이후 처음 있는 사고였다고 합니다. 이번 폭우로 부산과 경남 창원 등에서 1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부산 기장군에서만 725세대 142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8월 25일, 물바다가 됐던 부산 기장군 장안읍 일대

이보다 5일 앞선 8월 20일, 부산에서 직선거리로 약 300km 떨어진 일본의 히로시마(広島)현에서도 단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져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 20일 오전 2시부터 4시까지 2시간동안 207mm에 이르는 폭우가 내렸는데요, 전날부터 20일 오전 6시까지 총 강수량은 243.0mm로, 1976년 이후로 가장 높은 강수량이었다고 합니다. 이 비로 최소 170건의 산사태가 일어났고, 이른 새벽 갑자기 밀려든 토사에 휩쓸려 무려 70여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8월 20일 발생한 히로시마 산사태 피해지역 모습. 토사에 휩쓸려 집들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일본 FNN 뉴스 화면)
단시간에 집중된 폭우, 원인은 "기후변화" 

여름철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나 국지성 폭우는 주로 ‘적란운’이라는 구름에 의해 발생됩니다. 그래서 적란운을 ‘소나기구름’ 혹은 ‘쌘비구름’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 구름은 지상 2~3km부근에서 반경 10km, 높이 10km 이상까지 형성 되고, 그 속에 많게는 2천~3천만 톤의 물이 들어 있습니다. 수도권 2500만 시민의 식수원인 팔당댐의 저수용량이 2억 4,400만 t(톤)이라고 하는데요, 수치상으로 말하면 적란운 8개가 가진 물의 양으로도 이 커다란 댐을 꽉 채울 수 있는 셈이죠.  

ⓒ Evan Blaser, Flickr

그런데 앞서 살펴본 사례처럼 최근 들어 시간당 100mm 이상의 단시간에 집중된 폭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에 대해 부경대학교 대기환경과학과의 오재호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기후가 더워지면서 더워진 공기로 인해 상승기류가 자주, 또 더 강하게 발달하게 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구름 하층에서 수증기의 유입이 활발해집니다. 따라서 이런 적란운에 의한 강우도 더욱 위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는데, 대기 중의 수증기도 이와 함께 위로 올라가게 되겠죠? 이렇게 더워진 날씨로 상승기류가 더욱 잘 발달하게 되면서 구름에 수증기의 유입을 가속시키고, 폭우를 동반하는 적란운의 힘도 더욱 강해진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런 폭우의 궁극적인 원인은 더워진 날씨, 즉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였습니다.

시간당 100mm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한 사례는 최근 들어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1년 7월 25일 밤부터 28일까지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는 무려 71명의 사망·실종자를 낳았습니다. 28일 오전 한때 서울 관악구에는 시간당 117mm의 폭우가 쏟아졌는데요,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도 이로 인해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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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 피해지역 모습 (YTN 뉴스 화면)

이러한 양상은 이듬해인 2012년에도 이어졌습니다. 8월 13일 한때 전북 군산에 시간당 130mm의 비가 내렸고, 시간당 10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앞으로 더욱 잦아질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당시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군산에서만 차량 2천여 대가 침수피해를 입는 등 막대한 재산피해를 불러왔습니다.  

장마전선 위력 덮어쓴 집중호우“기후변화로 여름철 강우 패턴도 바뀌나?”

지난 8월 말 폭우가 내렸던 부산지역, 하지만 정작 7월에는 때 아닌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올 8월 부산지역에는 31일 중 비가 온 날이 22일이었던 반면 장마철이었던 7월에는 강수일이 14일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부산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남부와 중부지방의 장마기간은 7월 2일부터 29일가지 28일간으로 평년보다 짧았고, 장마철 강수량도 남부 145.9㎜와 중부 145.4㎜를 기록해 평년치(각각 348.6㎜와 366.4㎜)의 40% 수준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마른장마’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렸고, 일부 지역의 모습을 보면 ‘장마가 없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습니다.  

“장마가 없었던 건 아니고요, 장마는 올해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제주도에는 평년보다 장마기간도 길었고, 비가 더 많이 왔습니다. 다만 북태평양고기압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장마전선이 제주도~남해안 부근에서 더 이상 위로 올라오지 못했습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처럼 세력을 확장하지 못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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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주도에서는 6월 17일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21일 장마전선이 제주도남쪽 먼 바다까지 일시 북상했으나(사진 위), 22일 이후 장마전선이 다시 남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사진 아래, 자료 : 기상청)

오재호 교수는 올해 장마전선이 남부와 중부지방까지 올라오지 못해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은 덥고 습한 성질을 가졌는데요, 여름이 되면 점점 북쪽으로 올라오면서 세력을 확장합니다. 이때 기존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던 시베리아고기압과 충돌하게 되는데요, 그 부딪히는 경계면에 생기는 것이 장마전선입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점점 밀고 올라오면서 장마전선도 북상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이러한 현상이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6개월 이상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것을 일컫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발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여름철 강우 패턴이 바뀌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국지성 호우가 더욱 잦고 강해진 측면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 교수는 적란운을 “팝콘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적절한 조건이 형성되면 생겨나자마자 팝콘이 튀겨지듯 급속도로 발달해 터뜨리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이렇게 팝콘처럼 터지는 양상은 힘이 약했고 교과서에서 봤던 것처럼 장마전선의 힘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기후가 더워지니 최근에 와서 적란운이 장마전선의 위력을 덮어 쓰기도 합니다. 장마가 시작하기 전에도 비가 많이 오고, 오히려 장마 끝났는데도 비가 오는 게 그런 이유죠.”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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