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자 제주도로 고기 먹으러!!
혼자, 가자 제주도로 고기 먹으러!!
혼자, 가자 제주도로 고기 먹으러!!
2015.12.06 14:49 by 황유영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1인 가구 수는 506만. TV에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평범하지만은 않은 일상이 등장하고, 혼밥, 혼술은 흔한 용어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혼자가 버거운 사람들이 있다. 혼자보다 여럿이 가능한 일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한다. 혼자 먹고, 혼자 놀고, 혼자 즐기는 일을. 선뜻 내지 못했던 용기어린 도전이자, 대리만족이며, 불친절하지만 세심한 가이드다. 그리고 혼자서도 꿋꿋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기록이다.

예고치 않게, 사소한 언쟁이 시작됐다. 강원도의 한 중소도시에서 올라온 A가 말했다.

"난 다른 일은 다 혼자 할 수 있는데 이상하게 밥은 혼자 못 먹겠어."

그의 이야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이들은 A를 향해 맹공격을 시작한다. "요즘 세상에 혼자 밥도 못 먹는 사람이 있어?" B의 말을 C가 받아친다. "생각보다 다른 사람 시선을 신경 쓰는 사람이었어."

졸지에 혼자를 즐기지 못하는 구시대적인 인간상으로 전락한 A가 상황 역전을 꾀하기 위해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너..너...너희들은 어디까지 혼자 할 수 있는데?"(왠지 긴장해 말을 살짝 더듬었다) "패스트푸드점은 하수지." "일식도 껌이지 않냐?" "난 찜닭도 먹어봤어." 술술 혼밥의 경험담이 이어지자 위기감을 느낀 A가 카운터 펀치로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혼자 고기 구워 먹어 본 사람?"

눈동자 굴리는 소리와 침 넘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A는 승리를 확신했다. 니들이 못한 걸 내가 해내겠다. 그래서 간다. 고기 먹으러, 제주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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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저옵서예, 혼자옵서예

출발은 순조로웠다. 저가 항공이 등장하면서 제주도는 부산보다 싸고 가까운 여행지다. 하루에도 수 십여 편의 비행기가 운행하고, 굳이 얼리버드가 아니라도 잘 고르면 3만원대의 티켓도 구할 수 있다. 혼자 제주도를 가기 위해 필요한 건 검색할 수 있는 손가락과 시간, 아주 약간의 잔고가 남은 통장뿐이다.

제주도는 아름다웠다. 비록 날씨는 흐렸고, 옆자리에 앉은 지나치게 유쾌한 초등학생 소녀는 비행시간 내내 떠들었으나, 제주도는 묘하게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마성을 가진 섬이다. 그리고 첫, 혼자 제주도 여행과 첫, 혼자 고기 먹기라는 거창한 의식을 앞두고 있는 소심한 이에게는 매우 다행스럽게도, 제주도는 혼자 여행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제주도가 본사라는 한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지도 어플은 매우 정확하고, 곳곳에 숨어있는 택시 기사님들은 가이드를 자처한다. 제주를 찾는 여행자들이 늘어나면서 독방, 커플룸, 4인에서 6인이 머무는 도미토리까지 다양한 구성에 조식까지 제공하는 게스트 하우스도 많아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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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여행객이 많다는 점 역시 위로가 된다. 늦가을의 바다는 쓸쓸하지만 여기저기에 배낭 하나 덜렁 맨 여행객들이 셀카봉을 들고 사진 촬영에 바쁘다. 물론 그 와중에도 꺄르르꺄르르 소리가 절로 나는 커플들은 곳곳에 지뢰처럼 도사리고 있다. 나는 지금 너무나도 여유롭다. 나는 당당하다. 이어폰 볼륨을 최대치로 높이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며 바다를 배회하다 보면 어느덧 약간의 외로움은 즐길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다. 바닷가 초입에서 만난 커플이 다시 눈앞을 스쳐간다. 기분이 왠지 다운된다면, 상기하자. 기분이 저기압 일 땐 고기 앞으로 가야 한다는 인생의 진리를. 가깝지만 먼 제주도에 온 까닭을.

다 이루었다.

수많은 고기들을 영접해온 고기 덕후로서 어떤 부위라도 사랑하지만, 최근의 최애는 단연 제주 근고기다. 통 크게 덩어리째 나오는 고기와 갈치속젓의 아름다운 궁합을 처음 맛보았을 때 그야말로 신세계를 영접했다. 서울에서 마주하는 근고기의 위엄이 이러할진대, 그분의 고향인 제주도에서라면. 상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였다. 편의점보다 많을 것 같은 제주도의 수많은 근고기 구이 집 중 어디를 가야 맛의 정점에 도달할 수 있을까.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결과, 제주도민들이 선정한 맛 집이라는 한 식당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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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시간은 오후 다섯 시. 아무리 고기 덕후일지라도 연탄불 피우기는 이른 시간이지만 원하는 구석 자리를 선점하려면 부지런은 필수다. 지도 어플을 통해 목적지는 금방 찾을 수 있었지만, 내가 과연 혼자 밥 먹기 중에서도 최고 레벨이라는 고기 먹기를 이룰 수 있을까.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고 가게 주위를 한 바퀴 돈 후 식당으로 입장한다. "1인 식사 가능한가요?" 준비한 대사를 빠르게 치자 환한 미소와 함께 "네, 그럼요." 명확한 답이 돌아온다. 이른 시간에도 벌써 식당 한 켠에 여덟 명의 단체손님이 자리하고 있다. 최대한 구석으로 자리를 잡고 그들에게 등진 후 이미 검색을 통해 암기하고 있는 메뉴를 읊는다.

"흑돼지 근고기 1인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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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고기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굽는 스킬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종업원이 고기를 구워준다는 점이다. 그녀의 빠른 손놀림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보면 까칠하지만 내 여자에게는 다정하다는 전설 속 차도남의 그것마냥 무심하고 시크한 집게가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개인접시에 올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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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 넣는 순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제주 흑돼지의 맛이 세포 사이사이까지 스며든다. 서울의 그것보다 더 비릿한 갈치속젓의 짠맛이 충만하다.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흑돼지의 맛. 그제야 내가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고기에만 집중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얽매여 살고, 그들이 날 어떻게 볼지 늘 전전긍긍하는 소심이지만, 내 생각보다 더 고기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나도 모르게 ‘맛있다’를 연발하자 옆자리 커플이 힐끗 흘기듯 본다. 아무렴 어때.

고기는 혼자 먹어도 맛있다. 돼지고기의 은혜는 부한 자나, 가난한자나, 커플이나, 혼자이거나.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무심하고, 혼자 먹는 건 생각보다 외롭지 않다. 비로소 얻은 한 점의 자유다.

혼자레벨 ★★★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문 안으로 들어가기만 한다면 그때부터 우주에 당신과 고기느님만이 존재할 뿐.

혼자 Tip 

• 북적이는 시간대보다는 오픈 시간을 이용하자.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명당인 구석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 1인분 판매를 하지 않은 식당도 있으므로, 전화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미리 확인하자.
• 여행의 친구는 음악이지만 혼밥의 친구는 영상이다. TV가 있다면 그 앞에 자리를 잡아도 좋다. 물론, 고기가 등장하면 그 선홍빛 아름다움에 시선을 강탈당할 테지만.
• 왠지 다른 사람들이 나만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면 주(酒)의 힘을 빌자. 소주, 맥주, 막걸리, 과일소주는 용기에 불을 붙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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