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스트 유선이 기자] 동원그룹이 비상장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상장사인 동원산업 간 합병 비율 관련해 논란이 계속 되자 결국 비율을 변경했다.
18일 동원그룹은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지주사)의 합병 비율을 자산 가치 기준으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 비율을 기존 1: 3.8385530에서 1: 2.7023475로 조정했다.
동원산업의 합병가액 산정기준도 기준시가가 아닌 자산가치로 변경했다. 합병가액은 종전 24만8961원에서 38만2140원으로 53.5%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의 합병회사 지분율은 65.8%에서 58.6%로 약 7% 낮아졌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17.38%에서 15.49%로, 김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48.43%에서 43.15%로 줄어들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경영효율성을 증대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 고려해 합병 비율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이번 동원그룹의 회사합병결정 공시서류 정정 보고에 대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입장문을 통해 주주권리 보호 측면에서는 여전히 아쉽다는 의견을 밝혔다.
먼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합병신고서 제출 이전에 기업 스스로 합병비율을 변경한 건은 최초"라며 "일반주주의 요구를 경청하고 합병비율의 공정성을 재검토한 동원그룹의 결정에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주재무제표가 연결재무제표이므로 합병비율 재조정 시 별도재무제표가 아닌 연결재무제표상의 순자산가치를 반영했어야 했다"면서 "재산정된 합병비율에서도 동원산업의 기업가치가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반영되면서 자회사인 스타키스트의 가치가 1400억원으로 여전히 낮게 평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주들이 생각하는 미국 참치캔 1위 스타키스트의 가치는 1조~1조5000억원에 달한다. 즉 이들은 동원산업의 가치평가는 연결 재무재표(스타키스트의 가치가 6000억원으로 반영)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도 순자산가치로 조정돼야 하고, 합병비율산정에 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일반주주의 권리도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입장문과 관련해 동원그룹 측은 스타키스트의 자산가치가 1400억원으로 낮게 측정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동원산업 공시에 따르면 이번 합병가액에서 스타키스트의 가치는 실제 평가액에서 장부가액을 제한 약 4,919억원으로 반영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앞서 동원그룹의 지주회사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의 합병과정이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에만 유리하게 이뤄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동원산업은 지난달 7일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기로 하고 한국거래소에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때 동원산업은 최근 주가를 토대로 한 기준 시가에 근거해 합병 비율은 1대 3.84,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은 24만8961원으로 각각 정했다.
이 과정에서 상장사인 동원산업 주식을 보유한 운용사와 개인 투자자들이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다며 공동으로 대응할 것을 예고하고 나섰으며 주주대표소송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법률상 상장사는 기준시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으면 자산가치를 합병가액으로 정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동원그룹이 기존 지분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기준시가 방식을 적용해 동원산업의 주당 순자산가치인 38만2140원에 크게 못 미쳤다고 주장한 것. 즉, 동원그룹이 동원산업 지분가치를 과소평가해 오너 일가에 유리하도록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동원그룹은 그동안 관련 법률에 따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76조의 5 제1항 제2호 가목’에 따라 합병가액 산정시 기준시가를 적용한다는 원칙이 이유였다.
그러나 결국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궁지에 몰린 동원그룹은 이들의 요구를 수용해 자산 가치에 근거해 양사간 합병 비율과 합병가액을 조정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