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스트 임한희 기자]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무려 212만423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허리디스크가 척추질환의 대명사로 불리며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이유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허리디스크는 명칭 그대로 디스크(추간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디스크는 척추뼈와 뼈 사이에서 충격을 완화해주는 쿠션 같은 역할을 한다. 튼튼한 인대 조직으로 둘러싸여 있어 쉽게 돌출되지 않지만 바르지 못한 자세로 인해 장시간 압박을 받으면 디스크가 눌려 찌그러지면서 바깥쪽으로 밀려 나오거나 터지게 된다.
이처럼 제자리에서 벗어난 디스크는 주변의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하는데 이를 허리디스크라고 부른다. 통상 허리에만 통증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다리 쪽의 신경이 눌릴 경우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허리디스크 환자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돌연 찾아오는 통증이다. 일부 환자는 극심한 통증에 공포를 느껴 성급하게 수술적 접근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소변 장애가 동반되는 마미증후군이나 하지 마비를 제외한 척추질환의 90% 이상은 비수술 치료법으로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다.
한의학에서는 허리디스크 치료를 위해 추나요법, 침치료, 한약처방 등을 포함하는 한의통합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뼈와 주변 근육 및 인대를 적절한 방향으로 밀고 당기는 추나요법으로 틀어진 척추의 배열을 바르게 교정한다. 이어 척추 주변 혈자리에 침을 놓아 뻣뻣하게 경직된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한다. 여기에 환자의 세부 증상에 맞는 한약처방을 병행해 척추 주변 조직에 영양을 공급하고 근육 강화를 돕는다.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의 경우에는 동작침법(MSAT)이 활용된다. 통증 부위에 침을 놓은 상태에서 한의사가 환자의 능동적·수동적 움직임을 유도하는 치료법으로 근육의 긴장을 풀고 통증을 단기간에 줄이는 효과가 있다.
동작침법의 급성요통 치료효과는 연구논문을 통해서도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통증 분야 학술지인 ‘PAIN’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동작침법이 진통주사제보다 5배 이상 뛰어난 통증 감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허리디스크 환자에게 동작침법을 실시한 지 30분 만에 요통이 46% 감소한 반면 진통제를 복용한 환자들은 통증 감소 폭이 8.7%에 그쳤다.
치료와 함께 환자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 허리 건강에 가장 좋은 운동은 물속에서 걷는 것이다. 몸을 물에 띄우면 부력에 의해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줄게 돼 허리디스크 환자에게 안성맞춤이다. 또한 평지에서 걷는 것보다 운동량이 많아 근육을 강화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척추는 사람이 서 있을 때 자세를 유지하도록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하고 몸을 움직일 때는 동작의 중심축이 된다. ‘인체의 대들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인 만큼 평소 척추 건강 관리에 신경을 쓰고 허리디스크가 의심될 경우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