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유산을 계승하는 아티스트…“NFT는 흥미로운 모험”
‘아트 인 메타버스’展 아이라 메리다 작가 인터뷰
창의적 유산을 계승하는 아티스트…“NFT는 흥미로운 모험”
2022.07.31 17:43 by 최태욱

[Artist with ARTSCLOUD]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국제 미디어 아트 페어 ‘아트 인 메타버스’展에 참여했던 해외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돌이켜보면, 예술은 제 인생에 항상 존재해왔던 것 같아요. 어쩌면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요. 윗세대들에게 좋은 예술적 자산을 물려받았으니까요. 저의 작업은 그 유산을 계승해 가는 과정일지도 몰라요. 아날로그적인 예술은 물론, 메타버스나 NFT 같이 새롭고 흥미로운 모험을 통해서 말이죠.”

아이라 메리다(Aiira Merida‧43) 작가는 멕시코 시티 출신의 다학제(학문 간의 협업과 융합) 예술가다. 시각예술, 음악, 일러스트레이션, 매크로 사진,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활동하며 유의미한 성취를 쌓아왔다. 작가의 다재다능함만큼 눈에 띄는 건 그의  예술적 배경이다. 과테말라를 대표하는 추상화가이자 벽화작가 ‘카를로스 메리다’가 증조할아버지였던 덕분인지, 배우 겸 무용수로 활동했던 어머니를 비롯해 가계도 이곳저곳에서 예술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아이라 작가가 “나의 예술적 능력은 자부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깊은 감사의 대상”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다채로운 활동 중에서도 최근 ‘놀라운 모험’이라 칭하며 몰두하고 있는 게 바로 메타버스와 NFT아트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국내에서 진행됐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서도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아이라 작가. 새로운 시대의 예술을 향한 그의 모험담을 직접 들어봤다.

 

아이라 메리다(사진) 작가
아이라 메리다(Aiira Merida) 작가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나 다재다능한 창작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어머니와 아버지 양쪽 모두 예술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아주 어린 나이부터 예술 친화적으로 살았다. 학교에서 그림과 점토 공예로 유명했고, 연극 행사가 있으면 심심찮게 주연을 맡았다. 합창과 학생 밴드 활동을 거쳐 16세 때부터 바(Bar)에서 록앤롤 연주에 나서기도 했다. 선조들로부터 받은 예술적 유산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다만, 아무리 뛰어난 재능도 학습과 노력 없이는 빛을 발할 수 없다고 믿는다. 어느 분야든 ‘프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자신을 단련시켜왔던 이유다. 올해로 43살이 됐지만, 여전히 가용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디지털 도구라면 모두 받아들이려는 것도 그래서다.”

-다양한 활동 중에서도 특히 대표적이라 할 만한 것은 무엇인가?
“먼저 음악의 세계다. 음악은 나를 다른 장르로 연결시켜주는 메아리 같은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펜데믹의 시대를 맞아, 독일의 ‘블랙랜드’라고 불리는 ‘페테 드 라 뮤직 페스티벌(Fête de la Musique European Festival)에서 가상 프레젠테이션을 갖기도 했다. 디자이너로서는 하스브로, GM, 코카콜라 같은 회사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지난 2003년에는 애플 멕시코 등이 주최한 디지털 단편 영화 공모전을 통해 영화 연출에 도전하기도 했다. 가장 확실한 정체성은 역시 그림이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그것은 내 안에서 나타난 최초의 예술적 관심사이자 가장 주된 표현 양식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작업한 NFT 작품들은  ‘Art in Motion NYC’나 ‘Cryptovoxels’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예술적 재능을 타고난 만큼, 어린 시절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
“확실한 건, 아이들에게 인기 있거나 눈에 띌 정도로 모범적인 학생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저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차분히 나의 에너지를 보호해야 민감성과 지각력이 높아진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장난꾸러기’와는 거리가 먼 유년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친구들이 많았지만 사교적이기 보단, 오히려 상대의 말을 잘 듣고 관찰하는 편이었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수업 시간에 공부 대신 그림을 그리는 습관 때문에 혼날 때가 많았다. 당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 벌로 독실 같은 곳에서 벌을 받았는데, 그곳에 있던 아이들이 죄다 그림을 그려달라고 졸라서, 벌을 받는 와중에도 굉장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웃음)”

 

Aiira Merida_Geometric
Aiira Merida_Geometric

-본격적으로 작업 이야기를 해보자. 주로 표현하는 주제와 방식은 무엇인가?
“나의 예술은 감정과 생각, 인식의 다양성에 관한 것이다. 사실 이는 특정한 주제가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나의 삶 자체가 나의 뮤즈(Muse)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을 접해도 나 자신만의 표현이 가능해진다. 특정한 주제가 없는 대신, 나의 창작물들을 구분 짓는 스타일은 존재한다. 바로 결합의 힘이다. 이는 내가 다양한 매체의 탐구를 통해 표현 방식을 넓혀왔기에 가능해진 스타일이며, 나의 예술 유산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뿌리겪인 증조할아버지가 이뤄낸 가장 큰 업적이 건축과 시각예술의 통합이었다는 면에서 그렇다. 창작자에 입장에서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을 결합함으로써 성취되는 것들은 굉장히 흥미로운 면이 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와 NFT아트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들었다. 
“팬데믹은 우리 예술 세계의 붕괴를 예고했다. 하지만 NFT는 전 세계 예술가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기술의 본성은 무한하게 열린 창조적 가능성이다. 예술가들은 그들이 집중해왔던 것이 무엇인가와 상관없이, 이를 NFT와 결합함으로써 특별함을 재창조한다. 지금까지의 메타버스와 NFT는 놀라운 모험이었다. 나는 이 모험을 나의 예술 여정에 중요한 부분으로 포함시키는 중이다. 처음으로 만든 NFT아트인 ‘픽셀픽시(Parody)’의 경우, 내가 하는 활동 대부분을 합친 작품이다. 자연스레 ‘나’라는 사람의 예술 세계를 펼쳐내기도 용이하다. 결함의 힘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NFT아트 최대의 미덕이다.” 

-‘아츠클라우드’의 국제 미디어 아트 공모전 ‘아트 인 메타버스’에 참여한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인가?
“처음 공모전 소식을 들었을 때가 이미 ‘Art in Motion NYC’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시기여서 망설임이 있었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큰 무대에서 실제 세계와 메타버스 공간 두 곳을 통해 전시를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이내 도전하게 됐다. 특히 ‘아츠클라우드’라는 회사의 접근법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현재 디지털 세계가 제공하고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완전히 수용해야 한다. 예술가, 큐레이터, 갤러리 모두 전혀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고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마치 ‘아츠클라우드’가 하는 것처럼 말이다.” 

-금번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 출품한 작품을 소개해 달라. 
“생명과 지구에 대한 헌사를 담은 작품 ‘Naos 2 Nature’다. ‘나오스’는 고대 그리스 신전의 한 부분으로 신성이 깃들어 있어 모든 보물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다. 작품을 통해 자연의 신성함을 일깨우고, 깊은 자기 성찰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가급적 조용한 분위기, 몰입되는 환경에서의 전시를 의도했던 것도 그래서다. 작품을 보는 관객들이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얼마나 멋진지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해당 작품은 여러 작업 단계와 여러 시간대를 거치며 구상되었다. 초기 작업은 2020년에 마무리 되었지만, 이듬해 ‘아트 인 메타버스’에 제출하기 위하여 전체 애니메이션을 보다 세부적으로 재작업했다. 기술적으론 다양한 디지털‧모바일 툴이 고루 활용됐다. 55mm 렌즈가 장착된 디지털 SLR과 ‘Circular’라는 앱으로 제작했고, ‘Prisma’와 ‘InShot’ 등의 앱으로 스타일과 기하학적 모양을 다듬었다. 이후 ‘PhotoZoom Pro’와 ‘Photoshop’ 등으로 보정 작업을 거쳤다.”

 

'아트 인 메타버스' 출품작_Naos 2 Nature
'아트 인 메타버스' 출품작_Naos 2 Nature

-‘아트 인 메타버스’를 통해 한국 관객들을 처음 만났다. 국내 관객들에게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나.
“정신적인 양육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예술가는 대중은 물론, 향후 예술 세계로 진출하고자 하는 새로운 세대들에게 끊임없이 영감과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 또한 미래 예술의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내 증조할아버지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개인적으로 가족의 유산을 계승해야 할 의무가 있고, 이는 오로지 내 손을 거친 작품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사진 : 아이라 메리다 작가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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