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창조엔 자격증이 없다
프롤로그: 창조엔 자격증이 없다
2015.12.09 22:18 by 김광일

간디의 ‘물레’를 아는가?

인도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가 직접 농사를 짓고 옷을 만들어 입은 데서 유래된 이 용어는 인도 독립투쟁의 상징과도 같다.

오스트리아의 사상가 ‘이반 일리치(Ivan Illich)’는 저서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를 통해 창의적이지 못한 삶을 경고했다. 집이 필요하면 지을 생각보다, 살 생각을 먼저 하기 때문에 ‘성냥갑’ 같은 집을 벗어날 수 없단 얘기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는 또 어떠한가. “당신이 무엇을 배웠느냐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말에는 실천적인 삶에 대한 찬미가 묻어난다.

위대한 종교지도자, 철학자, 경영학자가 입을 모아 강조하는 삶. 바로 ‘자력갱생’(自力更生‧남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어려움을 타파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일)의 자세다.

피터 드러커는 “당신이 무엇을 배웠느냐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Jeff McNeill, flickr)

 

| 문제의 발견이 곧 창조의 시작이다

인간은 결핍의 동물이다.

사랑, 일자리, 배고픔, 목마름… 이런 결핍에서 자유로운 날이 얼마나 될까.

많은 것을 쌓아놓고 사는 시대라지만, 엄밀히 말하면 기본적인 의식주의 결핍조차 아직 해결치 못했다. 어떤 이는 음식이 넘쳐나서 다이어트를 고민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아사(餓死)’를 걱정하는 게 현재 지구촌의 풍경이다.

이런 문제를 안긴 신이지만, 감사하게도 인간이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함께 선물했다. 결핍을 이기는 힘. 바로 ‘창조성’의 존재다. 문제에 대해 대안을 찾는 능력이 곧 창조성이고, 그런 삶이 창조적인 삶인 것이다.

(사진: Gajus, shutterstock.com)

창조적인 삶. 내가 몇 년 전부터 살고 있는 삶이다. 문제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자력갱생의 삶에 도전해 보기로 한 것. 그러한 결심 이후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 봤다. 사실 거창한 것도 획기적인 것도 아니었다.

원칙은 하나! ‘문제를 발견하면 방법을 생각해보고 내 능력 안에서 해결해보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작품이 지난해 선 보인 골판지 공기청정기다.

골판지로 만든 공기청정기, 아워플래닛 에어(Our Planet Air)

자, 먼저 문제의 발견.

공기청정기는 누군가에겐 생활의 ‘옵션’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필수품이다. 주거 공간이 좁고 외부 먼지에 직접 노출된 쪽방, 반 지하, 원룸, 고시원 등에선 공기청정기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위에 언급된 공간에 거주하는 분들에겐 공기청정기가 사치품으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반드시 필요한데, 가격이 ‘넘사벽’이다? 해결 포인트는 하나. 바로 ‘초저가 공기청정기’다.

우선, 몇 가지 기준을 설정해야 했다.

①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②누구나 쉽게 조립하고 수리할 수 있어야 한다.
③믿을 수 있는 성능을 갖춰야 한다.
④유지비가 저렴해야 한다.
⑤안전해야 한다.
⑥디자인의 심미성을 갖춰야 한다.
⑦친환경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의거, 작업이 시작됐다. 가장 고민이 되었던 건 재질. 결국 골판지를 선택했다. 저렴하고 가공이 쉬운데다,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골판지는 저렴하고, 가공이 쉽고, 친환경적인 소재다.

사실 골판지 선택이 즉흥적인 것은 아니었다. 3년 전에 직접 기획했던 종이보트경주대회와 건축가 ‘시게루 반’씨의 종이건축을 공부하며, 종이라는 재질에 대한 실험을 여러 차례 했던 터라 자연스럽게 골판지가 낙찰됐다.

종이보트경주대회, BOX 1 Race 당시
2011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으로 파괴된 성당이 일본인 건축가 시게루 반에 의해 '종이 성당'으로 다시태어났다, (사진: 準建築人手札網站 Forgemind ArchiMedia, flickr)

혹자는 ‘황당하다’ 할 수도 있다. 결과물을 보고 “물에 젖지 않는가?”라고 질문하는 이도 많다. 내 대답은 이렇다.

“네, 맞습니다. 종이는 물론 물에 젖죠. 하지만 종이를 양초로 코팅하면 물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 대안은 항상 존재한다. 이걸 생각해 내는 게 창의적이며 자력갱생적인 시각이다.

골판지 공기청정기는 제작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설계변경이 있었고, 그 결과 130개 정도의 시제품이 만들어졌다. 영국의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이란 개발자는 진공청소기 하나를 만드는데 무려 5127개의 프로토 타입을 만들었으니, 130개면 굉장히 잘 풀린 케이스다. 

세상이 온통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굳어져 버린다고 상상해보자. 이 세상은 점점 생각하지 않는 곳으로 변해 버릴 것이고, 창의성은 멸종할지도 모른다. ‘기승전무능’의 길이다. 많이 알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모순적 인재만 넘실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지금 여러분 스스로 해 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외주, 부탁, 위탁, 위임하는 삶이 아닌 스스로 해내고 나누는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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