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신용협동조합이 금융시장 위험성 증가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고정대출금리를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가 뒤늦게 철회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고객들은 'IMF 금융위기'에 준할만큼 위급한 상황에만 시행되는 고정금리 강제인상이 신협에서 벌어졌다며 불안해하는 모양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청주상당신협은 연 2.50%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은 고객에게 연 4.50%로 금리 인상을 통보했다.
해당 신협은 고객에게 전달한 별도 통지문에서 “금융시장 위험성 증가로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 0.75%부터 인상을 시작해 현재 3.25%까지 인상됐다”며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 8.0%대 육박하는 등 금융환경이 급격히 변화해 고정금리로 사용하시는 대출금에 대해 아래와 같이 금리를 변경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린다”며 인상 이유를 전했다.
이어 "이에 부득이하게 고정금리로 사용하는 대출금에 대해 금리를 연 2.5%에서 연 4.5%로 변경하게 됐다"고 안내했다.
이 같은 변경은 내년 1월 이자분부터 적용된다고 고지했다.
이번 '고정금리 인상' 통보를 받은 고객(대출 건수)은 136명으로, 대출금액은 342억원 규모였다. 일정 기간 고정금리가 유지되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고객들에게 강제 인상을 통보한 셈이다.
해당 신협은 여신거래기본약관 제3조 3항 '채무이행 완료 전에 국가 경제·금융사정의 급격한 변동 등으로 계약 당시에 예상할 수 없는 현저한 사정변경이 생긴 때에는 조합은 채무자에 대한 개별통지 때문에 그 율을 인상·인하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금리인상 기조만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고정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해당 조합이 철회하도록 조치했다.
금감원은 “신협중앙회에 고정금리 인상 조치를 철회하라고 지도했다”면서 상호금융권을 비롯한 전 금융권에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할 방침을 전했다.
이어 "여신거래기본약관의 '국가 경제·금융 사정의 급격한 변동으로 현저한 사정 변경'은 천재지변 등과 같은 상황을 가정한 것이지, 최근 같은 금리 변동 상황을 포함하지 않는다"며 "금리 인상기에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전 금융권에 다시 지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국가의 외환 유동성위기 등으로 국제기구에 긴급자금을 요청하는 경우 ▲국가 신용등급이 2단계 이상 하락하는 경우 등을 예시로 들었다.
신협의 이같은 사태에 국민들은 2금융권의 재무 상황이 심각한 것이 아니냐는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번 고정금리 인상 번복사태는 신협이 동네 구멍가게 수준이라는 방증이 아니냐"이라며 "신협의 신뢰도 추락을 넘어 2금융권에 대한 불안함도 든다"고 밝혔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오늘 중으로 사과문을 게시해 시정할 예정이고,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전체 조합에 공문 지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