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스트 임한희 기자] 진료하다 보면 일상생활 중 갑작스러운 낙상사고로 허리를 다친 환자들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낙상(落傷)’은 한자 그대로 넘어지거나 떨어져서 몸을 다치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빙판길이나 빗길에서 미끄러지는 실외 낙상도 많지만, 화장실이나 베란다 등 집 안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그 못지않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낙상사고의 61.5%가 주거시설에서 나타났다고 한다.
10일 창원자생한방병원 강인 병원장에 따르면 낙상은 노년층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신체의 균형 감각과 유연성, 근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갑자기 발생하는 사고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근육량과 골밀도가 낮은 만큼 노년층의 경우 사소한 낙상사고도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신체 활동량이 감소한 점도 노년층의 낙상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미국 미시간대 소속 노화 전문 여론조사 기관 ‘National Poll on Healthy Aging’이 50~80세 성인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7%는 코로나19 이후 유연성, 근력, 지구력 등 신체 조건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특히 65세 이상 응답자 중 37%는 신체 활동량이 감소해 낙상 위험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46%는 낙상에 대한 두려움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에서는 “낙상 사고를 입은 노인의 28%는 치료를 미루거나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낙상 사고를 당한 노인들이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낙상의 충격으로 허리 주변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할 경우 극심한 통증과 함께 ‘급성 요추염좌’가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척추뼈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하는 디스크(추간판)에 부담이 누적돼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까지 이어질 위험이 크다. 따라서 낙상 후 통증이 지속된다면 즉시 가까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한방에서는 낙상으로 인한 염좌와 허리 통증 치료를 위해 침, 약침,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침치료는 즉각적인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다. 특히 통증 정도가 극심한 환자에게는 응급침술인 동작침법(MSAT)이 활용된다.
동작침법은 한의사가 주요 혈자리에 침을 놓은 뒤 환자의 수동적·능동적인 움직임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외상 등으로 발생한 근육의 과도한 긴장을 풀고 관절액의 분비를 촉진해 운동능력 회복 효과 또한 뛰어나다.
동작침법의 효과는 SCI(E)급 국제학술지 ‘통증(PAIN)’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급성허리디스크 환자들을 대상으로 동작침법 치료 효과를 분석한 결과 진통주사제보다 5배 빠른 진통효과를 나타냈다. 또한 동작침법은 입원율과 입원 기간을 줄여 일상 복귀에도 유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순수 한약재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 치료는 통증의 원인인 염증을 빠르게 제거하고 손상된 근육과 인대를 회복시키는 데도 효과적이다. 근골격계 강화에 도움을 주는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넘어지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낙상사고의 위험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첫걸음이다. 집 안에서 미끄러운 양말이나 슬리퍼는 신지 않도록 하며 화장실과 베란다를 걸을 때 특히 조심하도록 한다.
거동에 불편을 주는 물건을 정리 정돈해 보행 시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하고 집 안 조명도 항상 밝게 해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걷기와 조깅, 줄넘기 등의 가벼운 운동을 통해 신체 균형 능력과 근력을 관리하는 것도 사고 예방에 중요하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법. 매일 내가 생활하는 익숙한 공간에서도 큰 낙상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매사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언제나 안전에 있어 방심은 금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