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재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불완전한 법령 해석으로 인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만 증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의정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홍용화)는 삼표그룹과 정 회장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이종신 대표 등 임직원 6명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현장실무자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약식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29일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3명이 사망한 사고에서 안전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경영 책임자를 정도원 회장으로 판단했다.
이를 두고 재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고 기업의 대표가 아닌 그룹의 회장을 직접 중대재해처벌법 의무주체로 판단해 책임을 물은 것이 법을 과대해석했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같은날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검찰은 대표이사만 경영책임자로 특정해 기소했다"며 "수사기관이 중대재해법 의무주체를 확대·해석해 기소했다"며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해 말까지 기소된 11건 모두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로 기소했다.
더불어 경총은 "현행 법의 경영책임자 개념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장은 그룹사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핵심 사항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면서도 "그룹사 개별 기업의 안전보건 업무를 직접 총괄하고 관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경총은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경영책임자 정의 논란으로 커지지 않아야 한다"며 "정부가 시급히 법 개정을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역시 검찰의 이번 결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오너까지 기소하는 것이 향후 수사 및 처벌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중대재해법의 책임 범위가 모호하게 규정돼 있어 처벌대상이 어디까지 갈 지 가늠이 안 됐던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의 경우 계열사까지 포함해 대상이 수십 만명에 달하는데, 앞으로 한 명이라도 사고가 난다면 처벌대상이 오너까지 확대 적용된다는 의미"라며 "(법이) 과도하게 징벌적이고 여론재판적 성격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재계는 '과도한 책임'을 요구하는 중대재해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처벌중심의 법을 예방중심으로 보완하는 입법이 시급하다는 것.
윤석열 대통령 역시 중대재해처벌법의 보완을 취임 직후 지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형별 규정을 개선하라"고 했다. 또 지난해 12월12일 경제5단체장과 만나 보완 입법에 대한 재계 요구에 대해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 조치를 취해 기업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향후 사법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사업장 현장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