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남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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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남류
2016.01.11 14:02 by 더퍼스트미디어
Weekly essay 

1월 둘째 주

 

 

‘반전’에 꽂혔던 시기가 있었다. 반전(反戰)운동 같은 게 아니라 영화 얘기다.

인터넷 뒤져가며 반전 화끈한 영화 목록을 만들고, 몇 주간 수십 편을 해치웠더랬다.

식스센스, 메멘토, 아이덴티티, 프라이멀 피어, 파이트클럽 같은 대작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까지.

‘뒤통수 제대로 때려주길’ 기대하며 하나하나 목록을 지워나갔다.

초반엔 꽤 만족도가 높았다.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줬고 그래서인지 다음 영화로 넘어가는 공백도 짧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카타르시스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충격적인 결말만 고대하며 영화를 보니 모든 게 작위적으로 느껴졌고,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 무렵부터 영화 보는 시각이 조금 바뀌었다. 우리 주변의 얘기, 개연성, 공감… 이런 요소가 중요해지기 시작한 거다.

영화계엔 ‘실화는 최소 본전치기는 한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극적 전개나 허를 찌르는 반전 따위는 결코 기대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살인의 추억’이 결국 범인을 못 잡아도, ‘우생순’이 결코 금메달을 딸 수 없음에도. 우린 그 예정된 결말에 손에 땀을 쥐었고, 충분히 감동했다. 

내가, 우리 가족이, 이 사회가 겪을 수 있는 이야기. 결코 작위적일 수 없는 스토리가 영화에 숨을 불어넣은 거다.

영국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호우는 <공감의 힘>이란 책을 통해  “상대에게 ‘우리만의 고유한 느낌’을 공유시킬 수 있다면 이해는 빨라지고, 감동은 더욱더 깊어질 것”이라고 했다. 어떤 충격적인 반전보다 극적일 수 있는 게 바로 공감이란 얘기다.

최근 가장 핫한 콘텐츠는 ‘응팔’(응답하라 1988)이다.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에, 출연 배우들은 죄다 재평가요, 나오는 노래는 모두 음원 상위권.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란 말이 도배될 정도로 결말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남편 찾기’의 극적효과를 더하기 위해 편집도 배배꼬고, 감정 선도 알쏭달쏭하게 하면서, 마지막까지 추리의 고삐를 팽팽히 당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슈퍼스타도 특수효과도 없이 폭주하는 응팔을 설명할 수 있을까.

‘반갑구만, 반가워요~’

극중 대사 하나면 설명이 된다. 매순간 (추억)공유와 공감이 툭툭 튀어나온다. 그래서 너무 반갑다.(개인적으론 응답시리즈 중 가장 공감되는 시간대이기도 하다. 대학가요제를 보기 위해 둘러앉은 장면의 싱크로율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새해 초부터 재계에선 오너리스크로, 정계에선 파벌싸움으로 시끄럽다.

올 한해 특히 우리에게 많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헉 소리 나는 반전이 아닌 소리 없는 공감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남택’ 반대. ‘어남류’에 한 표.

 

 

/글: 최태욱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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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주간신보'는 텍스트로 갈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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