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옥 같은 현실, '우리가 직접 정치한당'
이 지옥 같은 현실, '우리가 직접 정치한당'
이 지옥 같은 현실, '우리가 직접 정치한당'
2016.02.03 08:18 by 조철희

어제(2일) 안철수 신당이 대전에서 창당대회를 갖고 8000여 당원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안 의원이 소속 정당을 탈당하고 ‘국민의 당’을 건설하겠다며 나선지 51일만이다. 총선을 두 달여 남겨두고 3당 대결 구도가 본격화할 전망. 과연 국민들은 어떻게 응답할까.

“헬조선의 흙수저들이 정당을 만듭니다.”

같은 날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청년 30여 명이 목소리를 냈다. 올해 첫 투표를 앞둔 이부터 대학생, 알바생, 청년실업자, 비정규직 청년, 고공농성장에서 투쟁하는 아버지를 둔 청년 등이 모였다. 이들을 포함한 청년 104명은 나흘 전 ‘새로운 진보정당 청년추진위원회(이하 청년추진위)’를 결성,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4.13 총선에 출사표를 내던졌다. 그 현장에 더퍼스트가 갔다.

'청년추진위'의 추진위원들. 발언을 하고 있는 사람(왼쪽에서 세 번째)이 손솔 추진위원장. (사진: 청년추진위 제공)

‘참을 만큼 참았당’
그래서 ‘우리가 직접 정치한당’

“사복 경찰에 둘러싸인 채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절감했습니다. 현 정권은 청년들과 소통할 생각이 없고, 폭력적으로 억누르려고만 하고 있다는 걸요.”

손솔(23) 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말, 박근혜 대통령의 교내 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에 대한 반발이 대학가에서 거세던 때였다. 박 대통령이 예정된 일정을 치르고 유유히 빠져나가는 사이, 그는 세 시간을 사복 경찰에 둘러싸여 있었다. 손씨는 지난달 31일 청년추진위의 추진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추진위원 박예지씨가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청년추진위 제공)

이날 기자회견은 청년추진위 경과보고, 주요 추진위원 3인의 발언과 손 위원장의 결성 선포로 진행됐다. 지난 12월 28일 이후 한 달 넘게 ‘소녀상’ 옆을 지킨 대학생 박예지(21)씨는 “국정교과서보다 더 심한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면서 “우리 역사를 무시하는 대한민국 정부를 보며 더 이상 가만히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단지 정치 이념의 문제만 아냐…
‘청년 현실 모르는 정치인에 한계 느낀 것’

이들이 직접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현재의 정권에 반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들을 궁지로 내몰고 연애도, 결혼도, 정치도 포기하게 만드는 현실을 누구보다 실감하고 있는 이들이 스스로 바꾸겠다고 나선 자구책에 가깝다.

추진위원 김남영씨가 발언을 이어갔다.

“서빙알바는 기본, 여자로선 어려운 택배상하차 일도 해봤고 지금도 심야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학자금대출, 생활비대출은 원금상환이 시작됐고, 어느새 청년빈곤이란 단어는 기사 속 이야기가 아닌 제 삶 자체가 되었습니다.”

김남영(27)씨는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다. 대학 2학년 때부터 수 십여 가지의 아르바이트를 해왔지만 지금 남은 건 2천만원에 이르는 빚더미. 월세를 제하고 70만원으로 한 달을 버티는 주변의 비정규직 친구들을 보면서 ‘취업을 하면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사라졌다. 그는 “언제까지 ‘헬조선’의 ‘흙수저’일 수는 없다”면서 “청년이 희망을 가질 수만 있다면 더 많은 것을 감수하면서라도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결의를 밝혔다.

스무 살 강재현씨(사진 오른쪽)는 "내가 만든 정당에 첫 투표를 하겠다"고 했다. (사진: 청년추진위 제공)

이제 갓 고등학교를 마친 강재현(20) 씨도 참석했다. 그는 기성 정치인들을 “선거철에만 민심 돌보겠다며 시장골목에서 팬미팅을 하는 달나라 사람들”에 빗대 말했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이들이 정작 민생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 그는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은 청년들의 현실을 잘 아는 취준생, 편의점 알바생, 지잡대생들일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문제를 바꾸는 것도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의 정당이 할 수 있다”고 했다.

손솔 추진위원장의 청년추진위 결성 선언(영상)

실제 창당까지는 복잡한 절차…
시·도당 창당, 5000명 당원 모집해야

이날 104명의 청년들이 모여 새로운 진보정당의 출발을 알렸지만, 앞으로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현행 정당법에 따르면 정당의 창당활동을 위한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하는 데만 중앙당 200명, 각 시·도당 100명 이상의 발기인이 필요하다. 또한 선관위에 정당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가진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구성해야한다. 즉, 최소 5000명 이상이 필요한 셈. 창당 및 선거에 따르는 제반 비용도 만만치가 않을 터다.

하지만 일반인 청년들이 창당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직전 국회의원선거(2012년)에 출마한 ‘청년당’이 그것이다.

청년당은 2012년 1월 창당준비를 시작해 2월 창당준비위원회 등록을 마쳤고, 전국에서 6000명의 당원을 모집해 3월 중앙선관위에 정당 등록했다. 당시 청년당에서 7명의 후보자(지역구 3명·비례대표 4명)가 출마했는데 지역구에서 총 5569표, 정당 득표율은 0.34%(7만3172표)를 얻어 해산됐다.(당시 정당법상 지역구에서 당선되지 못하거나 정당 득표율이 2%를 넘지 못하면 정당등록이 취소된다는 조항 때문. 지난 2014년 1월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사진: 청년추진위 제공)

‘선명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후보·정당 만들 것’

청년추진위가 새로운 진보정당으로  거듭나, 정치 세대교체의 첫 발을 뗄 수 있을까. 다음은 청년추진위 집행위원 최경은(26)씨와의 일문일답.

청년추진위는 어떻게 조직됐나. 창당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작년 11월 민중총궐기 때 전국에서 2000명의 청년이 모였다.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 국정교과서 폐기를 박근혜정권에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물대포였다. 우리의 절규를 들어주고 우리를 대신하고 대변하는 정당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고, 청년들이 직접 나서서 정당을 만들어야겠다는 뜻을 모았다.

주축이 된 사람들이 있다면?
주축을 딱 꼬집어 말하긴 정말 애매하다. 다양한 단체, 청년들과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청년추진위 추진위원장으로 추대한 손솔씨를 중심으로 청년추진위를 이끌어가고 창당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청년추진위 최경은 집행위원(사진 가운데)

일단은 대학생으로 보면 되나?
대학생뿐만 아니라 대학 안 다니는 친구도 있고, 이미 졸업한 이들도 있다.

직접 정치를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주변 친구들, 후배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지금 ‘노답’ 맞다, 이번 총선에 찍고 싶은 정당도 후보도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정말 정치에 나선다는 게 어려울 수 있는데, 제안 했을 때도 흔쾌히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분명 있었다. 그런 움직임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어린 치기 아닌가.
진짜로 하는 거다. 그리고 청년들 주축이 되어서 진보정당의 초석을 다져나가겠지만 청년들만 함께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의 농민총연맹 분들, 노동자 분들에게 연대를 제안할 것이고 앞으로 청년의 목소리로 청년문제뿐만 아니라 농민, 노동자, 빈민, 평화와 같은 이야기를 해나가려 한다.

(사진: 청년추진위 제공)

참고가 되었거나 주의 깊게 보았던 사례가 있나?
스페인의 정당 ‘포데모스(Podemos)’, 우리말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페인도 높은 실업률 등 문제가 많았는데, 젊은 정치인들이 나와서 선명한 구호로 진보적인 이야기를 펼쳤다.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창당 2년 만에 의석 수 기준 제 3당으로 발돋움했다. 현재 캐나다 총리도 상당히 젊고, 스웨덴의 교육부 장관도 30대라고 들었다. 우리의 문제를 기존 정치에 기대하거나 부탁하는 것보다,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가는 게 답이라는 걸 찾을 수 있다.

당원 모집 등 창당 준비 계획은.
‘50만 알바생’이라고 한다. 생활고에 허덕이는 청년들이 굉장히 많다. 그런 청년들을 비롯해 지인이 되건 지인의 친구가 되건 한 분 한 분씩 만나려 한다. 2월 한 달 동안은 대대적인 당원가입운동을 펼친다. 청년들을 포함해 많은 분들이 동참해줬으면 좋겠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목표는 무엇인가.
세월호, 국정교과서, ‘위안부’협의까지. 문제는 계속 터지는데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고 오히려 문제를 틀어막기만 한다. 청년들 정치 혐오, 무관심, ‘노답’이라 이야기하는데 청년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 청년의 목소리로 그런 문제에 대해 선명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후보, 정당을 만드는 게 목표다.

선명한 이야기?
박근혜 심판.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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